한성우 인하대 교수(한국어문학과)

[한국대학신문 조영은 기자] “노랫말은 죽어 있는 단어와 문장의 조합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생명체와 같은 것이다. 노래로 불리기 위해 다듬어진 말이고, 부르고 듣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낸 것이다.”

대부분 노래방에 가서 책을 펼치면 가장 뒷부분으로 가 최신곡을 살펴보고 예약을 걸어둔다. 하지만 한성우 인하대 교수는 아예 노래방 책을 첫 장부터 읽고 노래 제목에 들어간 단어의 빈도수를 분석하고 노래 가사와 시대적 배경까지 담아 《노래의 언어》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냈다. 

한성우 교수는 노래방 책을 매개로 우리가 자주 찾아 부르는 2만6000여 곡의 유행가를 선별하고 이 노랫말을 언어학적 통계로 분석했다.

노랫말은 일상 언어보다는 정제돼 있지만 그렇다고 문학의 언어라고 볼 수도 없다. 하지만 노랫말만의 독특한 성격이 사랑과 이별, 우정 등 우리 삶과 세상의 문제들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분석할 가치가 있다.

한 교수는 현재 가장 뜨거운 인기를 가진 방탄소년단 ‘팔도강산’ 노래도 분석했다. 그리고 노래에서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고 세대 문화의 특성을 발견하면서 노래 속 언어학적 통찰과 사회 감수성에 감탄한다.

한편 노랫말을 분석하면 사투리는 단순히 지역 간 방언이 아니라 계층이나 연령, 성별에 따른 사회적인 방언도 포함 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노랫말의 표준어는 과연 무엇일까?

한 교수는 “세월이 흐르고 나니 흘러간 노래가 되고 노랫말은 시간 방언이 되었지만 당대에는 최신의 곡이었고 최신의 말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하며 노랫말의 표준은 ‘젊은 세대’의 말이라고 한다.

추억을 소환하는 TV 프로그램인 〈불후의 명곡〉이나 〈슈가맨〉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두 프로그램 모두 지금으로선 나이 든 세대가 젊었을 때 사랑했던 가수와 노래가 나온다.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세월이 흘러 현재는 옛날 노래가 되고 시간 방언이 됐지만 당시에는 가장 최신의 곡, 최신의 말을 담아냈다.

한 교수는 노랫말의 표준어를 분석하며 가사에 가장 많이 나오는 말도 살펴본다.

우리도 짐작할 수 있듯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나오면서 동시에 ‘나’와 ‘너’ 라는 단어도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는데, 이를 통해 노래는 ‘1인칭이 2인칭에게 들려주긴 위한 것’이며 또다시 말하면 ‘나와 너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노래가 언제부터 사랑 이야기를 담게 됐을까? 가요에서 사랑이 제일 먼저 등장한 노래는 1926년 나온 윤심덕의 ‘사의 찬미'다. 윤심덕은 노래에서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고 말하며 사랑을 말했다.

이후 1950년대까지 ‘사랑’이 쓰인 노래는 2%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다 2000년 이후 약 11%까지 올랐는데 여기에 ‘러브’와 ‘love’까지 합치면 무려 65%를 차지했다.

사랑이 아닌 노래들에는 ‘세월’이나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데 한 교수는 이를 두고 사랑이든 아니든 우리 삶과 시대를 담고 있는 것은 어느 노래나 똑같은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치열한 삶에서 한 걸음쯤 물러나 노래를 해야 그 맛이 느껴지는데 의식주는 삶과 너무 가깝다. ‘먹고사는’ 것이 중요하다지만 노래마저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리면 너무 서글프거나 천박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