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원 한국영상대학교 총장

▲ 유재원 총장

전문대학의 앞날이 녹록지 않다.

언제부터인지 전문대학은 일반대학에 진학하지 못할 때 지원하게 되는 후순위 대학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자신의 특기와 적성에 맞춰 특성화가 잘 돼 있는 전문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이 늘어가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학업성적이 뒤처진 학생들의 집합소가 된 것이 현실이다. 전문대학은 전체 입시 정원의 35%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입학이 쉬워지는 2020학년도 이후에도 현재와 같은 전문대학의 입시 점유율이 과연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일반대학의 진학이 쉬워지면 35%의 입시자원이 전문대학에 지원한다는 보장이 없다. 학생수가 대폭 줄고 있는데다 점유율도 현상태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전문대학은 그야말로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고, 2023년을 분기점으로 50~80여 개의 전문대학만이 생존할 것으로 예측된다.

입학정원도 60% 내외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도 고등학교 졸업생수는 40만명 정도로 70% 의 대학 진학률을 감안하면 입학자원은 28만여 명이 될 것이다. 일반대학 입학정원이 금년수준으로 약 32만명, 전문대학 17만여 명을 감안한다면 28만명은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전문대학이 35% 의 점유율을 지킨다 해도 약 10만여 명밖에 입학시킬 수 없다. 7만여 명의 정원을 줄이거나 대학이 사라져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 전문대학은 유례없이 맞게 된 이 같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전문대학, 특성화가 경쟁력이다

대학도 ‘전문분야’로 ‘특성화’ 돼야 한다. 없는 것 없이 다 있는 백화점식 학과 구성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각 대학은 치밀한 구조조정을 통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특성화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에서 특성화 사업으로 대학의 구조개혁을 유도했으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상당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특성화 1영역처럼 모든 대학을 70% 이상 특성화로 유도하고, 30%는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학과들로 구성하도록 장려했어야 했다.

Ⅱ영역은 사실상 특성화대학이 아니다. 3:3:4, 4:4:2, 5:3:2, 2:2:6, 5:1:4 등으로 비율이 다를 뿐 여러 계열로 구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평생교육을 담당한다면서 평직대학을 선정했으나 어떤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잘 가르치는 대학이 돼야 한다

간혹 산업체로부터 대학에서 배워온 것이 현장에서 유용하지 않다며 실무능력은 입사 후 가르칠 테니 인성이 좋은 성실한 졸업생을 보내달라는 주문을 듣는다.

실무역량 미스매치의 한 예다. 현장에서 전문대학 졸업자들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교육의 문제일 것이다. 교육과정도 중요하지만 산업계의 필요와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긴밀하게 교육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 스승과 제자가 아니라 부모와 자식, 형제 자매같은 심정으로 학생을 지도하고 케어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재의 배출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는 어느 한 대학만이 아니라 전체 전문대학이 한결같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구조조정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2020년도부터는 모든 대학이 정원을 큰 폭으로 줄이거나, 심지어 폐과, 폐교를 해야 될 정도의 대학도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교육계는 이에 대해 별다른 대책이 없다.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대학과 정부가 공동으로 ‘교육구조조정기금’을 설치할 것을 주장해왔으나 어느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산업계의 구조조정에는 몇 조원씩 쏟아 부으면서 교육계에 닥칠 엄청난 소용돌이는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이 좀 덜 어려울 때부터 정부와 대학이 각각 50%씩 출자해, 전문대학은1년에 3억 원, 일반대학은 10억 원 정도씩 기금을 조성하고 정부도 같은 금액으로 10여 년간 예산을 투입하면 상당한 재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구조 조정되는 대학 교직원들의 실업대란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지금부터 서둘러야하는 이유다.

유학생 유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대학들이 생존한다 해도 입학정원은 필연적으로 줄어들어야만하고 따라서 재원확충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경영은 최악의 상태로 악화될 것이다. 정부의 재정지원만으로는 질 높은 교육을 기대할 수가 없다. 재정의 확충 방법은 유학생 유치뿐이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의 대학들은 다른 나라와 정반대의 방법으로 유학생 모집을 하고 있다. 어느 나라이든 자국민학생 등록금보다 할인해 유학생 등록금을 받는 나라는 없다고 알고 있다. 미국이나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만 봐도 유학생 등록금을 자국학생보다 3~5배 정도 많이 받고 있다. 유학생들의 등록금을 많이 받아 자국민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대학들은 유학생에게 장학금 명목으로 30~50%까지 등록금을 할인해 ‘덤핑’을 하고 있다.

주로 일반대학들이 이런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제도적으로 80%이하로 등록금을 할인 못하도록 교육부의 지침이 있었으나 100%이상으로 기준을 조정해야만 한다. 전에는 국내 학생들보다 유학생의 등록금을 더 받을 수 없도록 돼있었으나 이 부분도 규제가 풀렸기 때문에 우리대학들도 외국처럼 3~5배 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국학생보다 많이 받도록 해야만 한다. 유학생들에 대한 ‘등록금 덤핑’은 자국학생들의 등록금이나 국가의 지원금으로 외국 유학생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앞으로 ‘덤핑 유학생’ 유치대학은 제재를 가해 유학생 유치를 못하도록 금지시켜야 한다.

대학의 생존과 교육의 질은 등록금 인상여부에 있다

정부는 대학들에게 9년째 등록금 인하와 동결 그리고 입학금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여론에 떠밀려 대학들이 어떻게 되든 교육의 질이 어떻게 되든 밀어붙이기식이다. 등록금인상은 금기어가 되고 말았다. 교육수준과 질은 재정투입에 비례한다. 등록금이 동결됨으로써 교직원들의 보수도 제대로 인상해주지도 못하게 돼 생활급에도 못 미치게 됐다.

대학 시설정비나 강의실, 실습실이 필요해도 신축 할 수 있는 재원이 없다.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시켰으면 정부에서 이에 상응하는 예산투입의 책임을 져야한다. 특성화나 링크+ 등 목적사업 선정을 통해 재정지원을 받아 학생들의 교육시설, 장비, 교육프로그램에는 유용하게 사용되고는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계열에 따라 지원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자금수요가 크고 실습시설 장비의 교체주기가 짧은 계열영역에는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차등을 두어 효과적인 재정의 배분이 돼야한다. 인문사회를 비롯한 일부 계열은 교육원가가 적어 지원금이 충분하고 재정수요가 큰 계열은 최우수대학일지라도 턱없이 부족한 점을 고려하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하루 빨리 등록금 인상에 대한 관계법령을 개정하거나 추가 제정해 계열 간, 대학 간 격차가 심하게 생긴 모순된 등록금 체계의 조정기회를 줘야 한다.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국가재정지원 금액을 지원할 때 등록금을 전수 조사해 대학별, 계열별 표준 등록금을 산출하고 격차가 있는 부분을 보정해 국고지원을 차등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사립대학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정책을 펴고 용기를 줘야한다

일부 부조리한 대학 때문에 전체 사립대학이 부정적인 시각에 뭇매를 맞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학들은 대한민국 교육을 위해 전 재산을 투입해 헌신적으로 교육에 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사학에 대한 법과 제도가 그물망식의 틀로 짜여져 있어 사립학교 경영자들을 범법자로 만드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좀 더 자율적으로 경영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정비돼야만 한다. 지금의 대학민국이 있기까지는 그 누구도 사립학교들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나라가 가난하고 힘이 없을 때 국가와 민족이 설수 있는 길은 교육밖에 없다는 사명감과 애국심으로 사립학교들이 세워졌다. 선배 교육자들의 피눈물과 각고의 노력이 배어 있는 이 사학에 정부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책을 펴고, 국민들의 왜곡된 시각에 대해서도 정부가 나서 계도하고 계몽해줄 의무가 있다.

사립대학을 경영하는 모든 이들의 실망과 허탈함을 달래줄 정부차원의 사려 깊은 정책을 기대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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