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 서정대학교 산학협력단장

▲ 조훈 산학협력단장

‘수시에서 수능최저기준축소 또는 폐지와 정시확대 기조’로 갑자기 입시판이 떠들썩하다. 교육부가 중심에 있고 각 대학, 일선고등학교 그리고 학부모가 이해관계인으로 참여하는 형국이다. 지난 10년 동안 유지돼온 수시확대 기조가 너무 쏠리자 정시 균형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조치한 내용이지만 연세대를 비롯한 서울시내 주요대학의 반응은 그야말로 즉각이다.

이유는 600억원에 달하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예산을 쥐고 있는 교육부의 생각을 읽었기 때문이다. 학교현장에서 진로진학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대입3년 예고제’의 근간을 무너트리는 조치이며, 그동안 수시위주 특히 학생부종합전형 위주의 입시정책에 반하는 움직임이라는 목소리가 넘쳐난다. 기껏 자리 잡고 있는 공교육정상화의 기틀을 자칫 무너트릴 수 있는 상황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발 빠른 입시사교육들은 나름대로 손익분석을 한다. 정시확대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대형입시학원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편으로는 수시에서 수능최저기준을 축소 또는 폐지하면서 정시를 일부 확대하는 것은 오히려 실질적으로 수시를 더욱 강화하는 조치로도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수능최저 기준 적용으로 수시에 합격하고도 수능최저를 못 맞춰 탈락하는 학생들이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 상당수가 있었다는 분석에 판단의 기초를 두고 있다.

어쨌 8월 발표예정인 2022대입전형 계획 발표를 앞두고 정부의 입시정책이 뜨거운 감자가 돼버렸다. 그런데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전문대학 입시정책에 관련한 이야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입시전문가들도, 학교의 교사들도, 그리고 교육부도 전문대학 입시정책을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는 들리질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급변하는 고등직업교육변화에 따른 인재선발 방법의 다양한 변화가 입시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는 고상한 접근은 먹힐 리가 없다.

대한민국 입시정책은 기본적으로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염두에 둔 입시정책이다. 낙수효과란 재정정책에서 정부가 투자 증대를 통해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富)를 먼저 늘려주면 경기가 부양돼 결국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 혜택이 돌아감은 물론, 이것이 결국 총체적인 국가의 경기를 자극해 경제발전과 국민복지가 향상된다는 이론이다. 이러한 이론은 대학입시정책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4년제 대학 특히 서울시내 주요대학들의 입시정책에 정부가 개입을 하면 4년제 일반대학뿐만 아니라 전문대학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정시확대 요청이 교육부의 주요대학 입학처장과 면담 또는 전화를 통해 최초로 나왔다는 것도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대학들이 입시정책을 짤 때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대목은 정부 재정지원 사업의 평가표다. 3월 6일 교육부는 ‘2018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배정예산은 총 559억원(전년 대비 약 3% 증액)으로 65교 내외를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 교육부는 이 사업의 평가지표에 대입전형 단순화와 공정성 강화, 대입전형 명칭 표준화 의무화, 대입 출신고교 블라인드 면접 도입, 선행학습금지법 위반 대학에 대한 제재 강화(3진 아웃제 도입), 그리고 고른기회선발(고른기회전형)확대에 대한 평가지표를 상향조정했다. 

▲ 2018 고교교육 지원사업 평가표 (자료=교육부)

이 사업에 선정된 65개 대학은 입학사정관 등 평가전문인력 인건비, 대입전형 운영비, 고교-대학 연계 프로그램 운영비, 대입전형 개선 연구비 등을 지원 받게 된다. 이러한 재정지원은 대학 입장에서 보면 급변하는 사회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입시정책을 만들고 고교와 대학과의 연계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 비용 등으로 쓰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선도학교의 입시전형이나 경쟁력 있는 신입생 모집요강을 다른 학교들도 따라하는 것이 지금 까지의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낙수효과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부유한 자들의 부를 상승시켜 가난한 자들의 부를 가져오겠다는 생각은 이미 국가의 재정사업에서도 많은 한계를 노출하고 있이다. 입시정책도 낙수효과를 더 이상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입시정책에서 소외된 전문대학 입시처의 현황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예산이나 인력이 부족한 데다 끊임없는 대학서열주의 문화 때문에 입시정책이 바뀔 때마다 따라가기 급급하다. 그러다보니 현장의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이 전문대학만의 차별화된 입시전략을 접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오죽했으면 한 전문대학 입시처 관계자는 전문대학의 입시요강은 ‘Ctrl+C, Ctrl+V'라고 이야기할까?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만드는 낙수효과를 이제는 분수효과(Trickle-Up Effect)로 대체해야 한다. 분수효과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총수요 진작과 경기 활성화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고소득층의 소득도 높이게 되는 효과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까지 소외돼온 전문대학만의 차별화된 입시전략이 만들어지고 앞으로 다가오는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단위학교의 경쟁이 공평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입시정책과 관련된 재정지원이 전문대학 공정하게 확대 되어야 한다,

정부의 재정효과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나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고른기회전형 비율’을 높이는 학교 평가에 가점을 주듯 지금까지 소외된 전문대학에도 입시전략이나 요강을 체계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을 동등하게 해줘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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