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운동에서 통일시대 이끄는 한신인 키워낼 것
창의와 인성 갖춘 인재 기르는 ‘대안대학교’ 제시

이익 창출이 전부가 아냐…대학의 본질 잊어선 안 돼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작지만 큰 인재를 기르는 대학이 되겠다.” 

한신대 총장실에는 역대 학ㆍ총장 사진이 걸려 있다. 연규홍 총장의 말처럼 한국사회를 선도한 낯익은 인물들이 눈에 띄었다. 김재준 목사, 함태영 목사, 김정준 박사, 조향록 목사 등 대한민국의 독립과 민주화에 기여한 얼굴들이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큰 고비를 넘기는 장면마다 한신대 출신들이 있었다. 연 총장은 이제는 한신대가 통일 시대를 이끄는 리더를 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올바른 교육을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총장직을 시작하는 단계다. 한신대의 목표는 무엇인가. 

“통일시대 최고의 대학이 되는 것이 꿈이다. 한신대는 다른 대학보다도 분단시대가 만든 모순에 투쟁ㆍ저항한 대학이다. ‘민주한신’으로서 1970~1980년대 인권운동을 거쳤다. 이제는 ‘통일한신’ 시대를 열고,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그 인재란 갈등ㆍ비판ㆍ분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화합ㆍ융합ㆍ소통ㆍ상생을 만드는 인재다. 예수의 교훈 중 ‘나는 세상의 평화다’라는 것이 있다. 기독교 대학이라면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 한신출신이라면 대립ㆍ갈등이 아니라 화합ㆍ일치ㆍ연합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남북 분단의 사회에서 분단 논리와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하는 지성인을 키워내고 싶다. 쉽지 않겠지만, 교육은 가능성을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자라면 인간 속에 있는 가능성의 영역을 바라보고 가르쳐야 한다.” 

-어떤 학생들이 한신대를 찾아오면 좋겠나.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보다는 건강한 학생이 왔으면 좋겠다. 건강한 학생이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혁신ㆍ도전ㆍ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한신대는 창의를 중시하고 예체능에 중점을 두면서 기초교양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한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겠다. 기존 교육이 가진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대안학교가 있다면 앞으로 한신대가 ‘대안대학교’가 되겠다는 것이다.”

-대안대학교는 새로운 발상이다. 특수한 학생을 받겠다는 말인가.

“특수가 아닌 특별한 학생이다. 한신대의 표어는 ‘다르게 보고 바르게 간다’다. 한신대의 지향점은 창의와 정의다. 세상을 똑같이 보는 게 아니라 새롭고 다르게 보자는 말이다. 그러면서 정의에 입각해 삶을 바르게 살자는 뜻이다. ‘창의적 지성인’ ‘인ㆍ덕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싶다.” 

-취임 초 홍역을 치렀다. 학생들의 학사 참여 욕구가 강해지는 것을 어떻게 보는가.

“총장직선제를 사립대로서는 가장 먼저 주장했다. 그 과도기에서 힘든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학생들이 학비를 내고 공부하는 주체로서 학교 일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대학 모델을 이루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총장 취임 후 교직원,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약속했다. 재정적 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민주화합하는 대학 모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자유를 강조하면서 질서와 책임의식이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학생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발산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신의 주장을 대화와 토론을 통해 설득해야지 물리력을 동원하면 안 된다. 학교에서 교수가 성실하고 바르게 가르치면 학생들은 질서를 찾는다. 한신대가 민주와 인권 운동을 할 수 있던 힘은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생활해서였다. 눈뜨면 문익환 목사, 김정준 박사가 캠퍼스 내 사택에 있었다. 그분들이 걷는 것, 말하는 것 하나하나가 교육이었다. 지식과 정보는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 얻으면 된다. 대학에서는 지식 이상의 것, 인격과 인격 만나는 그 이상의 것을 배우는 것이 본질이다.” 

-한신대는 신학대에서 출발해 종합대학이 됐다. 기독교 이념이 강한가.

“기독교 정신이 기관차 역할을 한다. 대학에서는 지식만 배우는 게 아니라 더 큰 사상과 정신을 배워야 한다. 한신대는 ‘한국기독교 장로회’ 총회 관할 하에 있는 대학으로서 일제강점기 민족자본으로 시작했다. 김대현 장로가 교육자를 양성해서 독립할 희망을 갖고 조선신학원 설립기성회를 구성했다. 당시 지성인이었던 송창근 박사, 한경직 목사, 윤인구 목사, 김재준 목사와 뜻을 모아 조선신학원을 열었다. 당시 선교사가 세운 신학교는 있었으나, 조선인에 의해 세워진 신학교는 없었다. 조선인을 위한 교육인이 아닌 세계인을 위한 교육인을 만들자는 꿈으로 출범했다. 이런 이념이 종합대학이 된 한신대에서도 정신적 이념으로 작용한다.”

- 한신대가 작지만, 유명한 교수들이 많다. 

“한신대는 큰 대학이 아니지만, 큰 인물을 키워내자는 것이 목적이다. 올해는 △민주화 투쟁한 장준하 선생 △북한을 방문한 문익환 목사 △한신 교육에 힘쓴 서남동 교수의 탄생 100주년이다. 그들을 기념하기 위해 문 목사의 고향인 명동촌(중국 북간도)에 처장단, 학생들이 방문한다. 한신대는 1940년 조선신학원에서 시작했지만 실제로 1908년 명동학교가 뿌리다.”

- 요즘 CEO총장이란 말이 나온다. 대학 재정문제가 심각하다.

“돈 없이 교육할 수 없다. 돈만 갖고 교육할 수 있지도 않다. 대학이 이익을 창출해야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조건을 갖췄다고 교육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교육자의 열정ㆍ정성ㆍ희생이다. 희생 없는 교육은 가짜라고 하지만, 희생 없는 교육 자체가 있을 수 없다. 물론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을 넘어서는 것이 있어야 대학 교육이다. 

- 재정적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자구책 없이 외부의 도움을 바랄 수 없다. 한신대 교직원들은 월급의 일정 비율을 기부한다. 한국기독교 장로회에서 지원하는 10억원은 장학금으로 소진한다. 입학금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대학이 어떻게 하면 존립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우선, 외국인유학생을 유치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산ㆍ관ㆍ학 협력을 활성화해 지역거점대학으로 새로운 지식 정보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역 인근에 공업단지가 많다. 또 젊은 부부의 유입이 증가하는 지역이다. 이들에게 평생교육센터로 어떻게 개방할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 

-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대한 생각은. 

“교육부가 인구절벽을 앞두고 평가를 통해 교통정리하는 것은 좋은 계기라고 본다. 교육이 아닌 돈벌이가 목적이었던 대학의 경우 자기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획일적인 잣대로 모든 대학을 평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학마다 특성과 지향점이 다르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차별화ㆍ특성화ㆍ자율화를 보장해야 한다.”

-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고등교육이 새 시대를 적응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대학이 존립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세계 최고 대학의 강의를 인터넷으로 들을 수 있는 사회다.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다. 교육부가 각 대학의 특성과 자율성을 확대해서 미래사회에 살아남도록 도와야 한다. 한신대 모토는 ‘과거에서 온 대학이 아닌, 미래에서 온 대학’이다. 한신대는 새 시대를 이끄는 일꾼을 만들어내는 말구유가 되겠다.” 

■연규홍 총장은...

한신대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한신대 대학원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0년부터 한신대 신학부 교수로 몸담았으며, 2009년 평화와공공성센터 소장. 2011년 교목실장, 2013년 신학대학원 원장을 지냈다. 지난해 9월 한신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이인원 회장 / 사진=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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