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진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수도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통념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너도나도 이왕이면 서울로, 수도권으로 보내려는 인식이 앞으로 지속될수록 수도권 대학들 역시 변화보단 가만히 있는 편을, 이 믿음이 계속되기를 기도할 것이다.

이제까지 한국의 수도권 대학들은 속된 말로 ‘그까짓 것 대충해도 학생들이 들어오는 학교’였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지 모른다. ‘서울 안에 있는 대학’이나 ‘수도권 지하철역에서 몇 분 거리’라는 홍보가 아직까지 먹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미 이러한 현상에 균열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외부 변수가 이 단단할 것만 같던 벽에 금이 갈 정도로 충격을 가하고 있다. 이미 경기 남부권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올해 입시 결과를 통해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지방에 있는 대학들은 앞서 말한 수도권 대학들처럼 입시 전략을 펴지 않는다. 오히려 지방 대학들은 자신들만의 특성화와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학과 개편과 구조조정, 이를 드러낼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점차 학벌중심에서 능력중심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전문대학과 기술‧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 통계’를 보면 일반대 졸업자 취업률은 4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전문대학 취업률은 70.6%로 7할을 넘어섰다.

일반대를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수도권 고교 내신 2등급 이상 학생들부터가 전문대 진학에 부정적이지 않다. 최근 전국 고등학교의 진학부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행사가 있었다. 거기에 참석한 한 교사는 “오히려 미래에 유망해 보이는 특이한 학과는 다 지방 전문대학에 있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리고 이제 전국의 고등학교 진학부장들이 유망하고 특성화된 전문대학과 학과에 대한 자료집을 발간한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전문대학이라는 이유로, 지방 소재라는 이유로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학과 정보에 대한 판도라의 상자가 곧 열리는 것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외부 변수가 전문대학 사회서는 오히려 수도권에 더욱 치명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수도권 대학이 무너진다면 그건 그 대학이 ‘수도권’ 홍보에만 머물렀기 때문일 것이다.

수도권 대학도 이제 결심을 해야 한다. 지역과 인근 산업체서 원하는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학과로 특성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대학의 정체성으로 확립해야 한다. 대학의 이름을 말했을 때 ‘지역’이 아닌 ‘학과’가 학부모와 학생, 진학부장의 머릿속에 떠오르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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