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희 유한대학교 총괄전략기획단 팀장

오늘은 온수역에서 전철을 탔습니다. 늦은 퇴근시간에 빈자리가 많더군요. 뜻밖의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아 졸고 있는데, 부천역쯤에서 어떤 아저씨가 커다란 가방을 들고 탔습니다.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군요. 아저씨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손잡이를 양손에 쥐고 가방을 내려놓고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부터 기억나는 대로 그 아저씨가 한 말을 그대로 씁니다.

“자, 여러분 안~녕하쉽니까? 제가 이렇게 여러분에게 나선 이유는 가시는 걸음에 조~은 물건 하나 소개드리고자 이렇게 늦은 시간인데도 나섰습니다.”

“물건 하나 보여 드리겠습니다. 자, 프라스틱 머리에 솔 달려 있습니다. 이게 무엇일까여? 바로 칫~솔입니다.”

“이걸 뭐 하려고 가지고 나왔을까요? 팔려고 나왔쉽니다.”

“한 개에 200원씩 다섯 개 묶여 있습니다. 그럼 얼마일까요? 처~넌입니다. 뒷면 돌려 보겠습니다.”

“영어로 써 있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이게 무슨 뜻일까여?”

“수출했다는 겁니다. 수출이 잘됐을까여, 안 됐을까여? 망했쉽~니다.”

“자, 그럼 여러분에게 한 개씩 돌려보겠습니다.”

그리고 아저씨는 칫솔을 사람들에게 돌리더군요. 사람들은 아저씨의 행동이 너무 당돌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모습에 너무 황당해서 웃지도 않더군요. 그런데 칫솔을 다 돌리고 나서 아저씨는 다시 말을 했습니다.

“자, 여러분, 여기서 제가 몇 개나 팔 수 있을까요? 여러분도 궁금하시죠? 저도 궁금합니다. 잠시 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연 칫솔이 몇 개나 팔렸는지 궁금했습니다. 칫솔은 겨우 4개가 팔렸고, 아저씨는 또다시 말을 했습니다.

“자, 여러분, 칫솔 4개 팔았습니다. 얼마 벌었을까요? 4천원 벌었쉽니다.”

“제가 실망을 했을까여? 안했을까여? 예, 쉽~망했습니다. 그렇다구 제가 여기서 포기하겠쉽니까?”

“아닙니다. 다음 칸 갑니다!”

아저씨는 가방을 들고 유유히 다음 칸으로 가더군요. 무료한 전철 안에 들어와 느닷없이 한바탕 설친 돌출 행동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거의 뒤집어졌습니다. 다음 칸이 있으니까요. 멋지지 않습니까?

바쁘다는 핑계로, 힘들다는 변명으로, 하기 싫다는 불만으로 세상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마음속에 하고자 하는 생각을 반도 행동으로 옮기기 못하고 삽니다. 그러나 이 아저씨의 행동은 당돌해 보이나 분명 성공할 것입니다. 아니 이미 성공의 길에 들어선 것입니다.

행동하는 당신의 모습, 기다려집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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