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 한양여자대학교 기획조정처장

▲ 이정표 기획조정처장

전국 대학을 얼어붙게 만드는 대학기본역량 진단평가가 실시되고 있다. 대학의 사활이 걸려 있는 터이라 보고서 작성부터 대면평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학이 초긴장상태로 대비하고 있다. 대학의 전임교원 보수수준은 금번 대학기본역량진단 지표 중 하나다. 하위 1,2 분위 조교수 보수 수준의 하한값이 일반대학은 3099만원, 전문대는 2470만원 이상이 되지 않으면 해당 대학은 평가 시 감점을 받게 된다. 지난 3년 전 1주기 평가 시 교원확보율이 주요 지표가 되자 낮은 보수의 비정년 교원을 채용하는 대학들을 제동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지나치게 낮은 보수를 주는 대학들을 점검해 교원의 일자리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신임교원의 보수수준을 대학 평가의 잣대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요즘 우리나라 대학의 열악한 재정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최근 한 신문사에서 실시한 인식조사에서 교수들은 소속대학에 대한 불만 요인으로 대학운영에 이어 낮은 보수를 꼽았다. 교수들의 소득이 타 직군에 비해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보수가 불만 요인으로 제기된 것은 대학이 교원확보율을 위해 저임금의 비정년교원 임용을 선호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된다.

최근 정부가 청년 일자리대책을 발표하면서 대졸 초임 평균연봉이 중소기업은 2500만원, 대기업은 3800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신임교원들이 최소한 석ㆍ박사 학위소지자임을 감안하면 이들이 대졸자들에 비해 얼마나 낮은 보수를 받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문제는 대다수의 대학들이 정부가 정한 보수수준의 하한값을 상회한다고 하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10여 년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압박을 받고 있는 대학들은 인건비 부담으로 교원들의 보수를 동결해왔다. 또한 강의전담, 교육중점, 산학협력중점 교원 등의 이름으로 보수가 낮은 비정년교원을 채용해왔다. 대학들은 정년 전임교원이 수행하는 직무의 일부분만 담당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낮은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합리화하지만 설득력은 부족하다.

대학사회에 보수체계가 다른 비정년교원의 채용이 증가하면서 조직 내 갈등이 부상하고 있다. 비정년교원들은 대학에서의 낮은 처우와 불안정한 지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찾기가 힘겨운 상황에서 일단 경쟁을 통해 진입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동료인 정년교원의 지위나 임금과 비교하게 되면서 조직에 대한 불만을 갖게 된다. 앞서 교수들의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듯이 비정년교원들에게 정년교원들은 특권과 기득권으로 갑질하는 집단으로 비쳐지는 것이다. 이러한 집단갈등은 대학구성원 간 신뢰와 공정을 무너뜨리고 대학 응집력을 와해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비정년교원의 불안정한 지위와 낮은 보수는 교육자로서의 열정이나 의욕을 저해하고 대학의 교육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는 청년일자리 개선 대책을 마련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졸 초임 평균연봉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3~4년간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34세 이하 청년에 대해 최대 1035만원을 지원해 대기업 초임에 가까운 실질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책의 현실가능성과 타당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파격적인 결단이 돋보인다. 그런데 대학의 일자리 개선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대졸자 초임보다 심각한 대학교원의 열악한 고용 상황을 진단평가를 통해 대학이 스스로 개선하도록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학이 최저생계비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신임교원의 낮은 보수를 대학의 부도덕성이나 몰염치한 행위로 몰아갈 수는 없다. 금번 대학기본역량 진단을 통해 교육적 기능 수행이 원천적으로 어려운 일부 대학들은 걸러지겠지만 나머지 대학들에 대해서는 교원의 일자리가 개선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 대학기본역량보장법이라도 만들어 일반재정 지원을 통해 대학교원들의 낮은 보수를 보전해줘야 한다. 대학 내 교원 간 경제적 격차와 불평등, 불신이 존재하는 한 대학의 발전과 경쟁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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