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한 연세대 교수(사회학)

▲ 강정한 연세대 교수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핫’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드루킹’이다. 드루킹 논란의 핵심은 매크로를 이용한 조직적인 온라인 의견 조작이다.

여야 정쟁의 포화 속에서 흥미로운 토론회가 열렸다.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과 사회과학데이터혁신연구센터가 지난달 27일 개최한 ‘댓글조작을 통해 본 한국 인터넷 여론형성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다.

현재진행 중인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댓글 논란에 이어 이번 사건이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대중은 기시감을 느끼고 있다. 사회학자는 반복되는 댓글 조작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토론회에 참여했던 강정한 연세대 교수(사회학)를 만났다.

우선 그가 속한 사회과학데이터혁신연구센터가 어떤 연구를 하는 곳인지 물었다. “빅데이터를 포함해 행정 데이터, 온라인 데이터, 서베이 데이터 등을 연구하는 곳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이 같은 데이터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 분석하고 활용해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자는 취지입니다.”

연구센터에서 오랜 시간, 그리고 최근까지 관심을 가져온 이슈는 바로 온라인상의 댓글현상이었다. 마침 드루킹 사건과도 때가 맞은 셈이다. 강 교수는 이 댓글 조작 사건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일종의 선플운동, 혹은 화력동원은 정당한 정치적 캠페인이라고 봐요. 문제는 처음부터 기사와 전혀 상관없는 내용을 달고 추천하는 거죠. 그다음이 매크로고요. 이게 정권이나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장이 마련되면 언제든 동원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혹자는 반복되는 댓글 논란을 익명이란 이름 뒤에 자행되는 온라인의 폐해라고 본다. 그러나 강 교수는 이를 ‘익명성’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익명이라고 하면 정체성이 없다는 느낌을 줘요. 저는 오히려 온라인 공간에서 정체성을 극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활동이라고 분석합니다. 평소 오프라인 관계에서는 제약이 있던 사람이 그걸 벗어나 강한 정체성을 드러내려고 하는 거죠. 단순히 익명적 공간의 부작용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자신이 관심 있던 이슈가 사용자의 정체성을 순간적으로 압도해 버리는 겁니다.”

외국에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도 궁금해졌다. “미국은 알고리즘이나 매크로 사용이 우리나라에 비해 활용도가 높아 고민도 크죠. 오바마는 폴리티컬 봇(political bot)이라 불리는 자동 글 전송 시스템 등을 활용해 타깃과 알고리즘을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정치 광고를 내보냈잖아요? 어느 정도 알고리즘 사용을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이 알고리즘이 유권자의 의식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경계심에 대한 고민과 우려도 높죠.”

표현의 자유와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은 왜 이렇게 반복해서 논란의 핵심이 되는 걸까. 강 교수는 온라인 공론장의 실패라고 분석했다. 온라인 공론장은 댓글로 자유로운 의견을 공유하고, 효율적으로 타인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 사용자들은 선의에 근거해 활용하지 못했고, 기업은 이윤을 위해 이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

그래서 강 교수의 대안도 기업·사용자·연구자 각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예를 들면 구글은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기업 모토를 가지고 있다. 거대 포털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악한 의도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스스로 경계하자는 의미다.

“저는 사업자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플랫폼 사업자는 어기지 말아야 할 윤리적인 모토를 갖는 게 중요해요. 현재 네이버는 댓글 조작을 하는 이들에 대한 데이터를 훨씬 손쉽고, 더 많이 알 수 있죠. 이익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포털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해야 합니다.”

물론 사용자들의 올바른 콘텐츠 사용도 강조했다. “온라인은 미래 시민 사회의 대안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기회를 통해 그 방법을 찾아야죠. 소셜벤처 기업이 운영하는 대안적 플랫폼과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공유하고, 퍼뜨리면서 하나의 포털이 공룡이 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연구자로서의 역할도 빼놓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이런 논란에 대한 분석과 어떤 대안적인 정체성을 형성할 공간을 마련할 것인지를 연구해야죠.” 자신은 연구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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