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지원과 평가를 취업률 중심으로 하다보니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지원이 잘되고, 남북관계가 나쁘면 잘 안 해준다. 상황에 따라 변화가 생기는데 시류에 따라 휘둘리는 건 ‘통일’이라는 국가 과제를 해결하는 데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에 정통한 한 대학 교수가 취재 중 기자에게 토로한 말이다. 전문가 양성을 위해서는 유행이나 흐름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공을 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1·2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미정상회담 등 남북 간 긴장관계가 급격하게 해빙모드로 돌아서면서 대학들은 관련 강의나 학과의 수요에 주목하고 있다.

몇몇 언론은 북한에 토지를 가진 대학들의 목록을 읊으며 ‘평양 캠퍼스’를 논하고, 또 어떤 대학들은 관련 콘텐츠 살리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일부 대학에서는 당장 강의 개설이나 학과를 신설하는 데는 조심스럽지만 북한·통일 관련 콘텐츠 개발에 고심 중이다.

지금은 대부분 사라진 북한학과에 대한 재조명도 나오고 있다. 탈냉전 분위기 속 통일 이후를 준비한다는 취지에서 1990년대 대학가에는 북한학과가 확산됐다. 동국대(1994년)를 시작으로 비슷한 시기에 명지대·고려대·선문대·조선대 등이 북한학과를 신설했다. 이후 보수 정부 시절 남북관계가 경색되자 관련 학과들은 줄줄이 통폐합에 들어갔다.

오랜 시간을 두고 전문가를 양성해야 할 대학들이 취업률에 매달리다 보니 인기 있는 학과는 우후죽순 생겨나고 유행이 지나면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결과물은 적시적소에 필요한 전문가의 부재로 나타난다.

북한·통일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이 분야의 공부는 학부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그만큼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학부와 대학원을 거쳐 오랜 시간 전문가로 길러져야 하지만 북한과 가장 인접한 한국의 북한관련 인재 토양은 척박하기만 하다.

대학에 있는 이들이라면 하나의 학과를 기획하고 신설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정원 조정부터 커리큘럼까지 하나하나 매우 민감한 요소다. 지금이라도 관련 강의나 학과 신설을 고민하고 있는 대학이라면 반짝 유행에 눈을 돌리기보다 장기적인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 정부도 전문가 양성에 대한 평가와 지원을 획일적인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시간과 노력 없이 최상의 결과물을 기대하는 건 욕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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