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뤄온 전문대 눈부신 성과…〈고등직업교육 육성법〉 제정 등 ‘평생교육’ 새 역할
전문대 정부 간 가교 역할 자부…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 정책‧예산 뒷받침 이끌어야

▲ 이기우 회장은 전문대학이 직업교육대학으로서의 위상을 갖고, 능력중심 사회 구현이 가능한 현실로 바뀔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시대 등 고등직업교육의 현안을 놓고 전문대학이 과연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미래를 선도하는 학생들을 양성할 수 있을지, 직업교육에 있어서 앞으로 전문대학이 맡을 역할은 어디까지일지, 전문대학 교육의 질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승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만 보더라도 전문대학에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점인지 알 수 있다.

그동안 전문대학은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을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전문대학과 고등직업교육은 우리나라에 더욱 유익하고 튼실한 인재양성 기관으로 거듭나려 노력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이 같은 전국 전문대학들의 노력들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도움을 주는 단체다. 지난 2010년부터 4년간 전문대교협 14‧15대 회장을 맡았으며, 2016년 17대 회장으로 다시 한 번 선출된 이기우 회장을 지난달 28일 만났다.

이 회장은 전문대학의 교육정책과 관련된 기관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발로 뛰는 행정가다. 교육부 차관으로서, 국가 정책을 직접 다뤄봤던 교육정책 전문가로서 고등직업교육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2년간의 임기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서 임기 동안의 추진 성과와 앞으로 전문대학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회장 임기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소회를 듣고 싶다.
“회장을 세 번, 6년간 했고 총장으로 재직한 지 12년이 넘었다. 어렵고 힘든 과제의 연속이었지만,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전국 총장님들과 구성원이 발 벗고 도와줘 슬기롭게 잘 극복했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전국 전문대학 간의 끈끈한 파트너십을 큰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산적한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미래사회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인력양성 대책, 교육체제의 혁신, 능력중심 사회 구현의 중심주체로서 전문대의 역할 확대 등 여러 해결 과제들이 길게 줄 서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우리 전문대학들이 지금처럼 서로를 믿으며 일사불란하게 대응해 나간다면, 어떤 난관도 넉넉히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한 여론조사에서 6·13 인천광역시 교육감 후보 적합도 1위에 올랐다. 교육감 선거 출마 의향은 없었나?
“언론기관 여론조사에서 나온 것인데, 나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교육부에서 공직을 마감한 뒤 가장 오랫동안 집중적으로 한 일이 바로 전문대학 관련이었다. 교육 현장에 투신한 것도 고등직업교육에 전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도 그 소신은 변함이 없다.”

일반대에서 총장으로 데려가려고 했다는 소리가 들리던데.
“총 7차례에 걸쳐 그런 제안들이 있었다. 비교적 최근에는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서 총장 제안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 전문대학이 제대로 서야 한다는 나의 소신이자 일념으로 그런 제안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한 번 전문대인은 영원한 전문대인 아닌가.”

당면과제 해결을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많은 일들을 추진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이전부터 전문대교협 차원에서 전문대학과 고등직업교육의 발전 방향을 공약에 반영하도록 노력했다. 지난해 1‧2차 고등직업교육 대토론회에서 직업교육대학의 설립과 운영, 평생직업교육훈련 활성화와 지원 법령을 총괄하는 〈고등직업교육 육성법〉 제정 등을 제안했다. 이것이 ‘직업교육의 국가책임 강화’ ‘전문대학의 질 획기적 제고’ 등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된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물론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은 곧 발표될 직업교육 마스터플랜 속에 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나 ‘입학금 폐지’  등 전문대학에 어려움으로 다가온 정책들도 있었다.
“전국 전문대학의 총의를 기반으로 5년간 단계적으로 입학금 부담을 축소‧폐지, 대학 기본역량진단 일반재정지원 대상인 자율개선 전문대학 비율 60%+α, 전문대학 지원 예산을 매년 500억원 규모로 확대 노력, 신‧편입생에게 국가장학금Ⅱ 유형 지원 확대, 〈대학 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에 최대 협조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과를 얻었다. 합의 과정에서 일반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일부 언론의 반대가 매우 거셌다. 하지만 전문대의 특수한 상황과 입장을 교육부 등 정부에 이해시켜 관철한 것은 큰 보람으로 남아 있다. 또 교육부 직제개편을 통한 전문대학과 고등직업교육 활성화를 추진한 점, 초미의 관심사인 기본역량진단 지표를 전문대 현실에 맞게 조정 반영한 점, 전문대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점도 기억에 남는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전문대학의 위상이 이전보다 확연하게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전문대학이 수행하는 다양한 사회적 역할에 따른 효과성과 중요성을 널리 전파해 공감대를 확대하고, 이를 행‧재정적인 지원체제 구축으로 연계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전문대학에 대한 한시적인 개선책이 아니라 직업교육의 국가적 책무성을 강조해 지속성과 항구성을 이끌어 냈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실제 전문대학 관련 논의와 정책에서 교육부는 물론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부처 실무책임자뿐 아니라 장차관이 참여하고, 국회에서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중심으로 많은 의원들이 참석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는 모습은 전문대학의 달라진 위상을 대변하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전문대학의 역할과 성과에 비하면 정부 재정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일반대 대비 전문대학 수와 입학정원 수 등 비중에 비해 정부의 재정지원 규모는 매우 불균형하다. 2016년 기준 전체 재정지원 1조4000억원 가운데 일반대는 1조895억원으로 77.5%인 반면 전문대학은 3167억원으로 22.5%에 불과하다. 지원 규모 면에서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이다. 또 일반대 평균등록금은 736만4000원이고, 전문대학은 598만1000원이다. 등록금 의존율도 전문대학이 일반대보다 큰 상황을 고려하면, 한마디로 수입은 적은데 지원도 적은 이중‧삼중고의 힘든 처지에 있다. 따라서 전문대학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재정지원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전국 전문대학 총장들의 결의를 모아 정부와 국회로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추가적인 지원 예산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 고등직업교육 발전의 책무성과 영속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담보돼야 한다. 정부의 국정과제로 제시된 것처럼 ‘직업교육의 국가책임 강화’ 차원에서 외국처럼 직업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도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이 밖에 전문대 여건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현안이라면.
“고등교육체계가 새롭게 정비돼야 한다. 고등교육을 연구중심교육과 직업중심교육으로 명백히 구분하고, 전문대학을 비롯한 산업대학과 기술대학을 포괄하는 직업교육대학을 새로 만들어 역할에 따른 교육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직업교육대학의 설립과 운영, 평생직업교육 훈련의 활성화와 지원 관련 법령을 총괄하는 〈고등직업교육 육성법〉 제정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또 일자리 창출을 화두로 거론된 청년 취업과 고용 창출은 새 정부의 핵심 과제다. 문제 해결의 선결과제가 바로 체계적인 직업교육정책이다. 현재 직업교육은 우리 사회에서 국민들이 먹고살 수 있는 최소한의 방편이자 계층 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따라서 국민과 학생이 실무교육과 평생직업교육을 통해 건실한 사회 일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서 전문대학의 역할이 우리 사회의 의제(agenda)로 부각돼야 한다.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기 위해 민관 합동추진단을 구성해 곧 기본안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국가 차원에서 직업교육의 토대를 마련해 직업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하길 기대한다.”

회장이 그리는 전문대학의 미래에 대해 듣고 싶다.
“전문직업교육을 통한 교육복지의 실현이다.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은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와 성적 중심 경쟁체제에서 밀려 학업에 곤란을 겪고 있었지만, 맞춤형 전공학습과 현장실습을 통해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으로 성장했다. 저소득층 학생뿐 아니라 성적 중하위권 학생에게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전문분야를 찾아줬으면 좋겠다. 또 평생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 시대에 전문대학의 위상과 영역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 아울러 중소기업 인력 공급의 원천이자 해외취업 활성화의 주체로 우뚝 설 것이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직업전환교육과 새롭게 요구되는 직무능력교육, 산업현장과의 간극을 줄이는 현장중심 교육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리라 본다. 전문대학이 직업교육대학으로서의 위상을 갖고 능력중심 사회 구현을 현실로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

▲ 최용섭 본지 주간(왼쪽)과 이기우 회장이 평생직업교육 훈련 활성화와 지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이기우 회장은…
안양대 행정학과와 부산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경성대서 교육학박사, 한국해양대서 명예 경영학박사를 했다. 1967년부터 1978년까지 체신청과 거제교육청, 성포중, 지세포중, 경상남도교육청에서 근무했다. 문교부(현 교육부)를 비롯해 한국해양대와 충북대 등 국립대에서 재직했다. 특히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국무총리 비서실장,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 차관을 지냈다. 제14‧15대 전문대교협 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2016년 제17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주요 상훈으로는 1977년 근정포장과 1985년 대통령표창, 녹조근정훈장, 2002년 황조근정훈장 등이 있다.

<대담=최용섭 주간 / 사진=한명섭 부국장 / 정리=김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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