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역사가 새로 쓰여졌다. 동시에 대한민국 축구 역사도 새로 쓰여졌다. 벼랑 끝에 몰린 대한민국 축구팀이 세계 최강 독일을 2대 0으로 꺾었다. 비록 대한민국은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아시아 축구가 전차군단 독일을 침몰시킨 것은 사상 처음이다. 대한민국이 기적을 만들어 낸 셈이다.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에 가까웠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봐도 대한민국은 57위이고, 독일은 1위이다. 더군다나 독일은 디펜딩 챔피언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대다수가 독일의 완승을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등한 경기가 펼쳐졌다. 대한민국 선수들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고 몸놀림은 빠르고 힘이 넘쳤다. 시간이 갈수록 대한민국 선수들의 투지가 넘쳐났고 최선을 다하려는 열망이 엿보였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이날 모든 것을 보여주자는 각오로 축구를 했고, 이는 결과로 나타났다. 물론 기록지에 나타난 공 점유율을 보면 독일이 압도적이었다. 독일은 점유율 72%를 기록해, 28%에 그친 대한민국의 두 배가 넘는 시간 공을 점유했다. 독일의 일방적 공격에도 육탄방어로 막아낸 눈물겨운 절박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며칠 만에 확 달라진 대한민국 축구 선수들의 모습에서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우리가 읽어야하는 키워드는 ‘절실함’이 아닐 듯 싶다. 이는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졸전을 펼친 코칭스텝들과 선수들에게 쏟아진 비난을 원팀으로 바꾸어 놓았다. 모든 것을 잃은 마당에 후회없는 최선의 경기를 하자는 의지가 있었을 것이고 그 결과는 후반전을 지나 언저리 타임에 두 골을 넣으며 전차군단 독일을 격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는 놀랐고 우리 또한 믿기지 않는 승리를 지켜봤다.

시선을 교육계로 돌려 생각해보자. 소위 지성인들이 모인 대학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가사회의 발전과 미래 우리나라를 책임질 공간이 바로 대학이다. 그런데 지금의 대학 환경을 둘러보면 만만한 게 하나도 없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대학들이 폐교 위기에 몰리고, 학생 수 감소로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의 등록금도 몇 년 째 동결이 되면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대학생들은 학교를 졸업해도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워졌다. 청년 실업률이 10%에 근접하고 체감 실업률은 20%까지 치솟았다. 객관적인 지표로 보면 최악이다. 특히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가 단위의 혁신적 교육개혁이 필요한데, 교육당국은 제대로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대학의 위기를 걱정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6월 28~29일 강릉에서 전국 대학 총장들이 모여 ‘미래교육’에 대한 전망과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전국 112개 대학 총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사회에서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 것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 장호성 단국대 총장은 “앞으로 대학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힘든’ 상황을 겪어야 할 것”이라면서 “미래사회에 대학이 살아남을 방법은 교육의 내용과 방법의 혁신이다. 대학재정 악화와 구조개혁의 긴박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어쩌면 제일 빠른 때일 수도 있다. 월드컵 경기에서 대한민국과 독일은 객관적인 전력 차이는 극명했다. 하지만 선수들과 감독들이 보여준 ‘절실함’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이제라도 대한민국의 고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구성원들은 미래 고등교육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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