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 연성대학교 기획처장

최근 대학 입시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대학 입시제도 개편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를 꼽는다면 수시·정시 비율일 것이다. 수시전형의 목적은 교과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한 경험과 특기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지원함으로써 자기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는 데 있다. 이러한 취지를 반영한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이다. 

학생부전형은 교과전형과 종합전형으로 나뉘며, 이 중 종합전형은 대학이 전공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학생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나름의 입학기준을 정해 선발한다. 이에 비해 정시전형은 수능성적 중심이다. 원론적으로 보면 영어·수학 등 교과에 대한 학생들의 단편적인 수학능력을 중심으로 선발하는 정시전형보다 학생들의 다양한 꿈과 끼를 발굴해 이를 학생선발에 반영하는 수시전형이 보다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면, 정작 입시의 당사자인 학생이나 학부모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선호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전형이 복잡다단해 대처하기가 힘들뿐더러 학생의 순수한 역량을 측정하기보다는 부모의 개입이나 사설학원들의 컨설팅 등으로 과대포장되고 급기야 금수저 전형이라는 말까지 탄생시키며 왜곡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한번 반문을 던져본다. 그렇다고 포기할 것인가? 수능 위주의 입시에서 학종의 도입은 일종의 교육혁신이었다. 혁신은 기존과는 다르기 때문에 초기에 많은 혼란을 야기하게 마련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하나의 제도가 시행착오를 거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력의 교체 등 정치사회적 이슈를 뛰어넘는 연속성이 필요하다. 수시전형이 실시된 지 약 20년이 지났다. 길다면 긴 시간이겠지만 백년 교육에 비하면 5분의 1의 시간이다. 초가삼간에 빈대가 많으면 힘들고 성가시더라도 빈대를 잡을 일이지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학종이 취지를 무색해할 정도로 많은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고 버리거나 축소시키기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찾고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어떠한 식의 입시제도 개편이 이뤄진다고 해도 입시지옥에서 탈출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제도가 아니라 의식에 있기 때문이다. 의식은 바로 학벌주의다. 대학이 서열화돼 있고 서열의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성공으로 인식되며, 그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하는 사회라면 아무리 좋은 입시제도가 나온들 그 효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을까? 이러한 학벌주의사회에 상반되는 개념이 능력중심사회다. 능력중심사회는 학력이나 출신 대학보다는 역량으로 평가받고 대우받는 사회를 의미한다. 진정한 능력중심사회가 되면 대학의 서열이 의미가 없어질 것이고, 수능과 같이 줄 세우기에 유리한 입시전형보다는 학종과 같이 다양한 관점에서 특기와 적성을 보는 입시전형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것이다. 또 줄 세우기 힘든 전형방법이라면 어떻게든 줄을 세우려는 데에서 비롯되는 왜곡과 폐단도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능력중심사회는 그렇게 돼야 한다는 당위성만으로는 실현되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에서 말하는 이른바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충분히 성공하는 많은 사례들이 나오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 일환으로 덜 우수한 학생, 즉 현재 기준으로 명문대를 가지 못하는 학생을 우수한 인재로 키우는 대학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대학이 바로 전문대학이다. 전문대는 40여 년 동안 상대적으로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훌륭한 인재로 키워오면서 우리나라 고등직업교육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최근 발표된 직업교육훈련 마스터플랜에 보면, 고교졸업 후 선취업 후진학 장려를 위해 모든 4년제 국립대에 후진학자를 위한 과정을 개설하고 등록금도 지원한다는 내용이 있다. 직업교육 장려를 위해 지역별로 명문대 위상을 가진 국립대를 활용하겠다는 것인데, 직업교육은 다년간 직업교육의 노하우를 축척해 온 전문대학이 중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문대에 진학하는 것으로 중등단계에서부터의 직업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던질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반문해본다. 그렇다고 포기할 것인가?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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