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전자자료 구입 비중은 높아지는데 예산은 해마다 줄어

국립대, “거대 기업의 횡포…함께 뭉쳐 가격 협상력 높일 것”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해마다 큰 폭으로 구독료를 올리고 있는 전자저널 출판사에 맞서 국내 대학들이 공동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 초 국내외 전자저널 업체들이 구독료 인상률을 적게는 4%대에서 19%까지 제시하면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학들이 보이콧을 벌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엘스비어는 4%, 누리미디어는 품목별로 5~19%, 한국학술정보는 7~12%까지 인상률을 제시한 바 있다.

전자저널 출판사들의 구독료 인상은 국내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해외 대학에서는 보이콧 결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업체들을 압박해왔다. 캘리포니아주립대는 구독료를 10%이상 올리겠다는 업체에 맞서 전자저널을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응수한 사례가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사이언스다이렉트(SD)에 구독 보이콧 결의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학도서관의 전자저널을 포함한 전자자료 이용률은 증가 추세다. 지난 2월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발표한 ‘2017년 대학도서관 통계조사 및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자자료 이용현황을 보여주는 ‘재학생 1인당 상용 데이터베이스 이용 건수’는 2013년 94.5건에서 2017년 261.7건으로 177% 증가했다.

대학도서관의 자료구입비 항목을 봐도 전자자료가 65%를 차지하면서 2013년 57.9%에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반면 대학도서관의 예산은 해마다 감소세를 보인다. 대학교육연구소의 대학 도서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3년 506억원이던 국공립대 도서관 자료구입비는 2017년 495억원으로 11억원이 줄었다.

국내 대학 중에서도 국립대의 전자저널 구독 비중은 사립대에 비해 높은 편이다. 서울대는 해마다 80억원 규모, 여타 국립대는 25~30억원대의 예산을 들여 전자저널을 구독하고 있다. 도서관 전체 자료구입비 중에서 전자자료가 차지하는 금액이 가장 많다. 업체들이 구독료를 인상하면 대학도 예산의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달 26일 서울대에서 열린 ‘거점국립대 도서관장 회의’에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학들의 자구책이 논의됐다. 대학의 재정난 악화로 학술연구에 필수적인 전자자원의 구독 축소로 대학의 연구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우려에서다.

이날 모인 거점국립대 도서관장들은 전자저널을 취급하는 대형 출판사들에 공동대응하는 형식으로 맞서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국립대 도서관이 함께 뭉쳐 가격 협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앞으로 대학들은 공동 계약 조건을 만들고 전자저널 출판사와 가격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한 국립대 도서관 관계자는 “구독자들의 소스를 받아서 장사를 하는 대형 출판사들이 그 동안 불공정행위를 너무 많이 해왔다”며 “공동대응은 예전부터 나왔던 얘기지만 이번에는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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