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기다린 대입개편안이 결국 현행 유지로 귀결됐다. 지난 7일 국가교육회의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으로 비율을 강제하지 않은 정시 확대, 국어·수학·탐구 영역 상대평가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 대학 자율 등을 권고안으로 내놨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영향력이 적은 제2외국어/한문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정시를 확대하라는 선언적 수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현행 유지와 다름없다.

이번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은 2015 개정 교육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경쟁 위주, 문제풀이식 정답 찾기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협동과 공동체성, 의사소통 능력 등을 향상시키고 융·복합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게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이었다. 평가 방법도 새 교육과정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지금까지 평가 체제를 놓고 연구가 진행됐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입개편안은 정부가 전문성을 발휘해 책임지고 정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최대한 독립해 오로지 교육과 국가 경쟁력을 위한 입시안을 내놓는 게 교육부의 마땅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론의 등쌀에 휘말린 교육부는 선택과 책임을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겼고 국가교육회의는 다시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로,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는 공론화위원회로, 공론화위원회는 국민에게 선택권을 돌렸다. 그러는 사이 대입 제도는 2015 개정교육과정의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수시·정시비율과 수능의 평가 방법 등을 놓고 짜깁기하는 형식으로 변색돼 버렸다.

융복합 교육을 통한 창의와 혁신의 역량을 키우려고 한다면 지금과 같은 줄세우기식 평가는 안 된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는 옆 친구보다 1점을 앞서기 위해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일 KDI 포커스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의 80.8%가 고등학교를 ‘사활을 건 전장’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와 교육 환경이 비슷하다는 일본이 13.8%, 교육열이 극심하다는 중국도 41.8%임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오지선다형 객관식 출제 역시 문제다. 학생들은 자기의 생각을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정해진 보기 안에서 정답을 찍어내는 연습만 학교 현장에서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평가 도구로는 학생들이 창의·융합 교육을 받는다 한들 그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도 없고 우리 사회가 제대로 평가할 수도 없다.

혁신학교라는 브랜드를 만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취임하면서 교육계에서는 이제 우리나라 교육도 획일적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주도적 학습능력을 배양하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 시스템이 도입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경쟁과 오지선다형 위주 교육만 더 늘어가는, 퇴보된 교육정책이 만들어진 꼴이다.

여론이 몰아쳐도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안을 내는 게 전문가의 몫이고 일부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를 봐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창의와 융복합 교육의 필요성이 날로 강조되는 지금, 후퇴한 교육정책에 국가 경쟁력이 뒤처질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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