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학기본역량진단 가결과에서 눈길을 끈 대학은 연세대다. 비록 원주캠퍼스지만 1단계에 이어 2단계에서까지 상위 64%인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지 못한 것은 연세대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것으로 의외였다. 건양대와 동서대, 조선대 등을 포함해 규모가 크고 지역에서 명문으로 대우받았던 대학들도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어떤 대학이든 현재의 위기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부터 시작된 이 평가는 이름이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바뀌었지만 취지는 같다.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자원이 대학정원보다 줄어드니 이를 선제적으로 대비하자는 목적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신생아 수는 35만7800명으로 40만명 선이 무너졌다. 여성 1명이 평생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은 사상 최저인 1.05명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꼴지다.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 모두가 대학에 진학한다고 가정해도 올해 대학 입학 정원 48만3000명을 기준으로 하면 약 13만명의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한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는 쉽게 바꿀 수 없는 우리사회 구조적 문제다. 선취업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에 맞춰 전통적 대학입학 자원인 10대 후반~20대 초반의 대학 진학률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진학하는 비율은 지난해 68.9%였다. 방식을 두고 의견차는 있지만 대학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대학의 위기는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이번 평가에서는 취업률, 1인당 교육비와 같은 지표와 부정비리로 정원감축이 됐지만 다음 평가에서는 아무런 이유 없이 오로지 생존만을 위해 정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다다를 수 있다. 최근 교육부가 교육위원회에 제공한 정책설명서를 보면 2021학년도에 5만6000명의 미충원과 38개 대학의 폐교를 예상했다. 불과 3년 후 일이다. 지금은 지방 소규모 대학들이 쓰러지지만 지방의 대형대학, 수도권 명문대도 대기표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여전히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일부 수도권 명문 대학들은 이번 평가에 진지하게 임하기 보다는 되레 우월의식을 뽐내려는 듯 짐짓 뻗대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대학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만 놓고 우리 대학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버리고 우리 대학도 위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학령인구가 줄고 그에 따라 등록금이 감소할 미래사회에서 수입구조는 어떻게 다변화 할 것인지에 대한 분석과 연구를 해야 하고 어떤 나이와 어떤 국가의 학생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세워야한다. 지금처럼 모든 학과를 개설한 백화점식 학과 운영이 지속가능할지, 대형 강의실에서 교수와 학생이 마주앉아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방식이 미래지향적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볼 시점이다.

획일적 평가와 일방적 진행으로 반발이 많지만 사실 교육부의 구조조정 작업은 비둘기파에 가깝다. 정원감축분도 기존 목표였던 5만명에서 2만명으로 낮췄고 이번 진단으로 인한 예상 감축수는 1만명으로 더 떨어졌다.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겠다는 의미다. 생존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대학에는 지원금까지 쥐어준다. 대학은 이번 진단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말고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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