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제한ㆍ정원감축 페널티에 대학 ‘초비상’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교육부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눈앞에 다가온 수시모집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재정지원제한대학의 경우 ‘부실대학’이란 오명으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입생 모집 마련을 위한 자구책에 나선 모양새다.

■ 학비부담은 물론 최악의 경우 폐교까지 = 10일 일반대 수시모집이 시작된다. 이에 교육부가 지난 28일 발표한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 결과가 수시모집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율개선대학을 제외한 대학들은 정원감축이 권고된다. 재정지원제한대학은 국가장학금 및 대출 제한으로 신입생의 학비 부담이 가중되기에 타격을 받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재정지원제한대학 I유형에 오른 일반대는 △가야대 △금강대 △김천대 △상지대 등 4곳이다. II유형의 경우 △경주대 △부산장신대 △신경대 △제주국제대 △한국국제대 △한려대 등 6개교가 명단에 올랐다.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유형에 따라 10~35%까지 정원 감축권고와 함께 재정지원이 제한된다. I유형의 경우 국가장학금 가운데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Ⅰ'만 받을 수 있다. '국가장학금 Ⅱ'는 못 받는다. 학자금 대출도 '취업 후 상환 대출'은 가능하지만, '일반 학자금 대출'은 50%로 제한된다. 재정지원제한 II유형 대학은 국가장학금 I·II 와 학자금 대출이 전면 제한된다. 

▲ 대학 입시 상담을 받는 학생들(사진=한국대학신문DB)

교육부의 평가 결과 발표 후 수험생 인터넷 커뮤니티와 학원 등에는 ‘부실대에 수시 원서를 써도 되는가’와 같은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수시 원서접수 전 피해야 할 대학 명단’도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실제 진학사가 수험생 737명을 대상으로 ‘2개 이상의 대학에 합격한다면 등록할 대학의 선택 기준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열상 더 높은 대학 51.3%(378명)에 이어 △학교에 대한 이미지 또는 캠퍼스 시설 12.1%(89명) △학교가 제공하는 장학금(7.2%) 순으로 나타났다. 학교의 이미지 추락 및 장학금 제한이 신입생 모집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입시 전문가들 역시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원에 신중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 등 재정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데다 폐교조치를 받을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재학하는 도중 대학이 공중분해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또 정원감축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학과통폐합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 전액 장학금 혜택 강조하며 ‘몸부림’ = 지원자 감소는 대학 재정 상황과 직결돼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 있어 대학들은 긴장하고 있다. 과거 1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 당시에도 최하위 등급인 D등급을 받은 일반대 9곳 중 7곳은 신입생 정원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 이에 재정지원제한으로 묶인 대학들은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가야대는 국가장학금 II유형에 대한 금액을 전액 보전하고 신입생을 위해 연 200만원의 특별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김천대는 신입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한다고 안내했다. 

경주대는 국가장학금 전액을 교내장학금으로 보전하고 학자금대출이자와 입학금 모두 지원해 주겠다는 대책을 내왔다. 또 서라벌대학교와 통합을 추진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구상이다. 

예외적으로 학자금대출과 국가장학금을 지원받는 상지대는 “신입생이 받는 불이익은 없다”며 집중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또한 상지영서대학교와의 통합을 추진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된 대학 관계자는 "아무래도 부실대라는 이미지 때문에 수험생 모집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학자금대출, 국가장학금 제한은 부담감이 크다. 미충원으로 인한 재정 악화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박정근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은 역량 진단평가 결과는 입시모집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정말 높다. 재정지원제한대학의 경우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부실한 대학이라고 보는 것”이라며 “대학 졸업 후 취업문제도 심각한데 부실대에서 학사운영부터 진로지도가 제대로 이뤄질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학 지도를 하는 입장에서 상담 시 이런 부분을 안내하고 있다. 대학이 정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고등학교에서도 되도록 피해 지원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