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 대학 기본역량진단 ‘자율개선대학’ 호성적…리더십 앞세우기 보단 ‘덕장’ 면모
‘중장기 발전계획’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 다짐…총영사 등 외교 전문성 바탕 해외 교류 강화

▲ 백기엽 총장은 외교 분야에서 오래 쌓은 경험을 토대로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대학 도약을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진=한국관광대학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지난 2001년 개교한 수도권 대표 관광 특성화 대학인 한국관광대학교에 백기엽 총장은 취임하자마자 호성적을 받았다.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에서 당당히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된 것이다. 백 총장은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교직원들 옆에서 격려해준 것밖에 없다”며 “하루빨리 대학 업무를 파악해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는 겸손한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하지만 대학에 오기 전 하와이 총영사를 역임했을 때의 백 총장을 생각한다면, 그의 이러한 모습은 ‘새내기 총장’이라는 표현보다는 ‘덕장(德將)’의 이미지에 가까웠다. 직원의 능력을 믿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각자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또 그는 배움의 자세를 갖추고 있었다. 대한민국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탁월한 전문가인 그였지만, 고등직업교육에 대해서는 겸손한 자세로 여러 대학들을 직접 찾고 대학경영에 대한 조언을 구하며 열심히 배웠다.

지난달 23일 한국관광대학교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렇게 파악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제 한국관광대학교를 위해 열심히 일해보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기본 교육을 강화하고, 경쟁력 있는 관광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힌 그에게서 풍부한 경험과 저력을 바탕으로 한 대학 경영비전을 들어봤다.

올해 총장에 취임했다. 그간의 경력을 학교 경영에 어떻게 적용할 계획인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총영사 경력을 포함해 20년 가까이 외교안보 분야에 있었다. 하와이 호놀룰루 총영사로 있으면서 동맹국 관리 차원의 임무를 주로 맡았다. 대한민국 입장에서 전략 관계는 중요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호놀룰루에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호주, 필리핀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함께 있는 곳이다. 경쟁 아닌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정부의 중요한 임무를 맡다가 대학으로 오게 됐다. 이름이 ‘관광대’이기도 하고 2020년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는 대학이고, 또 내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런 역할을 맡게 됐다고 생각한다. 여러 부처에 계신 보직교수들이 훌륭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분들과 함께 학생들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입학정원이 줄어들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를 통해 모교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또 좋은 학생들이 찾는 대학교로 만들겠다.”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며 일반재정지원을 받게 됐다. 앞으로 발전계획은.
“아직까지는 교육분야가 생소한 것은 사실이다. 총장을 맡게 됐지만, 수십 년간 업무를 담당해온 교직원들의 업무 능력에는 상대가 안 되는 게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내 역할은 교직원들과 각 부처 간 하모니를 이뤄가게 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대학은 처장들과 과장급의 실무 직원들이 함께 결재를 하러 온다. 그때, 나는 결재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닌 직원들을 옆에 앉게 하고, 하나라도 더 알기 위해 배운다. 교육용어 가운데 아직 어려운 용어들이 많다. 총장은 지휘자라고 생각한다. 바이올리니스트 혼자 오케스트라를 할 수 없다. 모든 부처의 하모니를 이룰 수 있게 하겠다. 이를 통해 대학 중장기 발전계획도 열심히 준비해 글로벌 대학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글로벌을 강조하는 것처럼 어학연수와 해외유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현황과 성과는.
“지난 2002년 호주 윌리엄 블루 호텔 매니지먼트 스쿨(William Blue Hotel Management School)에 해외유학생 28명 파견을 시작으로 해마다 시행하고 있다. 2009년 이후 연평균 100여 명의 학생들이 전액 교비지원으로 해외유학의 기회를 받아 현지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이제까지 모두 1565명의 학생들이 혜택을 받았다. 올해에는 2학기 예정자 포함 미국 60명, 일본 41명, 중국 38명 등 총 139명이 전액 교비지원 유학 혜택을 받는다. 특히 2011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소재 커뮤니티 칼리지인 Kapiolani Community College(KCC)와의 교류를 통해 매년 현지 학생들과 함께 수학하고 있으며, 관광 전공 공동학위과정을 개설하고 한국관광대학교에서 3학기, 하와이주립대학에서 1학기를 이수하면 두 대학 복수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또 2011년 하와이 현지에 하와이교육원을 설립하고, 하와이주립대학 KCC와의 긴밀한 연락체계 구축과 유학생 관리 등 글로벌 맞춤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유학생들은 졸업 뒤, 향상된 외국어 능력으로 호텔이나 항공사, 광고회사, 면세점 등에 취업하고 있으며, 외국어‧전공 능력 향상을 위해 대학 졸업 후 유학을 간 학교에 편입을 하기도 한다.”

-KCC와의 공동학위 과정에 대해 조금 더 소개한다면.
“두 대학의 교과목들을 매칭해 운영하고 있고, 하나의 트랙을 선택해 KCC에서 한 학기 동안 해당 교과목을 이수하고, 한국관광대학교에 세 학기 동안 나머지 매칭 교과목을 이수하면 양 대학 학위를 공동으로 취득할 수 있다. 학생들은 졸업 뒤 외국어 능력과 남다른 이력을 토대로 외국계열의 호텔과 항공사, 한국수출협회 등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올해에는 KCC와의 재협약을 통해 호텔조리계열의 트랙이 추가됐다.”

수도권 대표 관광 분야 특성화 대학이다. 다른 관광 계열 대학과 차별화된 특징이라면.
“신입생 입학과 동시에 3가지의 직무적성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첫째로는 심리적 특성을 이해해 대학‧학과 적응력 향상을 위한 성격유형 검사(MBTI)가 있다. 둘째로는 학과 취업분야와 연계한 진로탐색을 통해 맞춤형 진로설정을 제공하는 직업흥미도(STRONG)를 시행한다. 마지막으로 취업능력 제고를 위해 개인 핵심능력, 역량 정도를 진단하는 자기관리 핵심역량 등이 있다. 또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37종의 종합정밀건강검진을 학교 전액 지원으로 실시, 학생들에게 건강 진단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학과별 특별 프로그램으로 학생직무능력향상(NAVI)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NAVI는 NCS AdVancement for Intellecutal의 약어로, 정규 교육과정을 보완해 학생들의 직무능력 향상을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한 프로그램이다.”

NAVI 프로그램, 흥미롭다. 조금 더 자세하게 소개한다면.
“현장직무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관광대학교만의 비정규 프로그램이다. 전문대학은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을 전문직업인으로 성장시켜야 할 교육목표를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재학 기간 중 학생들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규 교육과정은 물론, 비정규‧보충‧심화 프로그램도 연계성 있게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학과의 인재상과 특성에 따라 선정된 대표 직무별로 학생들이 산업체 인사 특강, 자격증 취득‧연수, 현장 체험 등을 1년간 이수하도록 설계돼있다.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습득하는 학습 이외에 현장 전문가의 소리를 청취하고, 본인들이 실제로 취업하게 될 산업체를 경험함으로써 전반적으로 한국관광대학교 학생들의 직무역량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학생들이 관광 특성화 대학에 입학해 받게 되는 혜택의 만족도가 4.3점(5점 척도)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관광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인성 교육도 중요할 것이다. 교양‧인성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학과별 예절교육을 시작으로 정규 교육과정에서 직업기초교양, 대학교양, 학과선택교양 교육과정을 개발‧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비정규 교육과정으로 ‘명사초청 인성특강’을 비롯해 ‘스승의 날 은사 손편지 쓰기’ ‘어버이날 손편지 쓰기’ 등을 운영했다. 또 장애인 문화시설과 노인병원 봉사활동 등을 운영‧독려하고 있다. 앞으로도 학생들의 인성 교육 강화를 위해 대학에서 직접 제작한 온라인강좌인 ‘희망의 인문학’, 전 학생‧교직원이 참여하는 ‘칭찬나눔터’ 등 비정규 교육과정을 추가 운영할 예정이다.”

좌우명이 있나. 끝으로 학생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종교적인 의미가 있지만, 대대로 기독교를 믿는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하나님을 믿으세요’가 좌우명이다. 살다보면 좋은 일보다는 안 좋은 일을 겪을 때가 더 많다. 하지만 하나님을 믿으면, 끝이 생긴다. 안 좋은 일이 끝나고 다시 좋은 일이 돌아오는 것이다. 계획이 있음을 믿게 된다. 학생들에게도 항상 강조하고 싶다. 각자의 인생에 자신감을 가지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믿고, 낙심하지 말기를 전하고 싶다. 젊은 나이에 실패가 없다면, 오히려 나이가 들어 교만해질 수 있다. 실패가 오더라도 빨리 분석해 이겨낼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음을 믿고 살길 바란다.”

▲ 최용섭 본지 발행인(왼쪽)과 백기엽 총장이 하와이주립대학 KCC 공동학위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관광대학교)

■백기엽 총장은…
한국외대 불어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과를 나왔으며, 미국 아메리칸대 국제관계대학원(SIS)을 졸업했다. 2003년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시작으로 국제위원회 간사위원, 여의도연구소 국제관계담당 연구위원을 거쳤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주(駐) 호놀룰루 총영사를 지냈다. 지난해 한국관광대학교 군사과 석좌교수를 맡은 데 이어 올해 총장에 취임했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정리=김의진 기자 / 사진=한국관광대학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