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청원고 교사

현재 산업현장에서 근무하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노동자들이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공장의 생산 기술직으로 일하던 이들이 은퇴하는 산업단지 지역에서는 새로운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이러한 업무 영역에서는 전문대학이나 특성화고등학교 졸업 수준의 학력을 요구한다. 한편, 이 직종들은 대우가 매우 좋은 수준이며, 자녀 학비까지 보조해 주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고려한다면 무조건 일반대로 진학하는 것보다 전문대학으로 진학해 베이비붐 세대의 노동자들과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선택으로 잡아야 할 것이다. 취업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대학으로 진학을 했을 때는 다시 전문대학으로 재입학을 해서 취업 준비를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학으로 재입학하는 것을 전문대학 U턴 입학이라고 한다. 이 숫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6학년도에는 총 6122명이 지원해 1391명이 합격을 했는데, 2018학년도에는 모두 9202명이 지원해 1537명이 합격을 했다. 이 중에는 주로 간호학과와 같이 취업이 잘되는 분야로의 유턴 입학이 많지만, 새로운 분야로 도전하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필자의 지인도 그랬다. 아들이 괜찮은 일반대를 졸업했다. 그러나 취업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울산에 있는 한 전문대학에 다시 입학하도록 했다. 그 대학을 2년간 다닌 후에 그 지역의 한 화학회사에 취업하게 됐다. 그 회사의 연봉은 현재 3,500만 원 이상이란다. 정년도 보장받고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도 있다. 필자의 친구는 지방 4년제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그 지역의 산업단지에 있는 회사에 취업했다. 지방대를 졸업하고 지방 기업에 취업했지만 대단한 연봉을 받고 근무했으며, 20여 년을 근무한 후에는 대기업으로 스카우트돼 간부로 근무하고 있다.

이 친구는 조카들에게 전문대학으로 진학하도록 권하고 있다. 그가 화학 계통의 회사에 근무하고 있기에 그 계통의 기업이 연봉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고, 조카들이 전문대학 화학 관련 학과에 입학해 자격증을 따고 취업하기를 권한 것이다. 4년이란 시간 동안 대학에 다닌 후에 취업이 되지 않은 상태로 사회에 나오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선택이란 것이 이 친구의 생각이다.

올해 이 친구는 조카 중 한 명에게 대학을 졸업하지 말고 회사에 취업하라고 권했다. 그 조카는 일반대학생이었는데 2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해 무사히 군복무를 마쳤다. 다시 복학하려는 조카를 설득해 자신이 추천하는 회사에 시험을 보라고 했다. 조카는 삼촌이 권하는 대로 기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네 군데의 화학회사에 지원해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그 회사들은 전문대학 졸업자들이나 일반대학의 2학년을 마친 사람만이 지원할 수 있는 곳이었다. 물론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고, 학업 성적은 B+ 이상은 돼야 한다.

이제 전문대학으로의 U턴 입학자는 증가할 것이다. 취업을 위해서도 그렇고, 자신의 꿈을 위해서도 그렇다. 현장 실무교육을 향한 열정으로 컴퓨터 응용기계설계학과에 재입학한 서울대 출신 예비 사업가, 음악에 대한 열정과 의지로 실용음악과에 재입학한 한의사, 러시아와 안경무역업을 위해서 안경광학과에 재입학한 러시아 국립대 유학파, 전문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 임상병리과에 재입학한 부부 등의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제 취업 시장에서 학력에 따른 차별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일반대학 졸업자가 오히려 불리해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어떤 대학을 졸업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전문대학으로의 U턴 입학이 증가할 것이다. 그렇기에 일반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언젠가 전문대학으로 재입학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학을 다니면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전문대학으로 재입학이 가능함을 기억해야 한다.

전문대학은 수업연한도 짧고 비용도 저렴하며 현장 중심의 교육이 가능하므로, 어떤 상황이든지 재입학이 수월한 장점이 있다. 대학입시의 선상에 서 있는 고3 학생들은, 전문대학으로의 U턴 입학이라는 상상을 해보고 대학진학을 고민해보면 어떨까?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