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규 서울사이버대 전략기획팀 실장

Buenos dias! (Good morning~!)

중미의 작은 나라, 엘살바도르에서 돌아온 지 보름이 지났다. 15시간이라는 시차를 극복하고 엘살바도르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싶으니 어느덧 귀국일이다. 갈 때와 마찬가지로 대기시간을 포함해 총 20시간의 여정. 그리고 태엽을 거꾸로 감듯이 천천히 한국의 시간에 몸을 맞춰왔다. 3주간의 출장에 여름은 간데없고 초가을의 선선한 기운만이 완연하다.

금번 출장 중에 현지에서는 3주 동안 교직원 콘텐츠개발 역량강화 연수가 진행됐다. 필자가 재직 중인 서울사이버대학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ODA(공적원조) 지원을 종잣돈으로 엘살바도르국립대학교와 엘살바도르공과대학교 두 곳에서 대학 이러닝 역량강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금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진행하는 민관협력사업 프로젝트다. 본교 외에도 많은 대학과 NGO 등이 KOICA로부터 공적원조 프로젝트를 위임받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부처 및 산하 기관에서도 소관사업을 수행하면서 축적한 전문성을 ODA의 방식으로 나누고 있다. 또 영리기업 중에도 더러 전문성과 역량을 홍보하거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ODA에 참여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대학이라는 이탈리아 볼로냐대학(법학)은 중세시대인 11세기에 설립됐다. 이어 프랑스의 파리대학(신학·철학)과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이 12세기, 케임브리지대학과 이탈리아 살레르노대학(의학)은 13세기 초에 설립됐다. 미국의 하버드대학(1636년)을 비롯해 프린스턴대학(1746년) 등은 영국대학을 본떠 이민자들에 의해 설립됐다. 이후 근대대학의 효시라고 하는 독일의 베를린대학(1806년)과 런던대학(1836년)이 문을 열면서 많은 대학들이 일반 대중에게도 문호를 열게 됐다.

우리나라는 1924년 일제가 설립한 경성제국대학을 최초의 근대대학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조선 말기부터 민립대학 설립운동이 여러 곳에서 일어났지만 일제의 방해로 모두 좌절됐다. 식민지 시대 지배계층인 일본이 피지배계층인 우리 민족에게 고등교육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조선에 근대대학의 설립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국내의 많은 대학이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나 이는 전문학교, 신학교, 성경학교, 강습소, 학당, 실업교육, 중등교육 등을 포함해 대학의 연혁을 최대한 과장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는 대개 대한민국의 광복 이후부터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이뤄졌다고 보는 게 맞다. 이렇듯 세계 대학과 비교할 때 역사는 짧지만 한국의 대학은 IT 강국의 면모에 걸맞게 정보기술을 교육과 학사운영에 활용하는 역량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할 수 있다.

경영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쓰이고 있는 ‘기회의 창’이라는 말은 본래 스포츠의학에서 비롯된 말이다. 유산소운동이나 중량운동을 강하게 하면 신체 에너지의 고갈로 몸이 영양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영양흡수 극대화 상태가 되는데 이를 ‘기회의 창’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미시간대학 총장을 역임한 제임스 J. 두데스탯이 공동저술한 대학경영서의 제목이기도 하다. 부제인 ‘디지털 시대 대학의 생존전략’에서도 나타나듯 저자들은 2005년에 이미 대학사회의 최대 이슈로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교수법과 교육철학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또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대학이 지식학습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봤다.

한국의 선진 IT를 기반으로 한 이러닝이 한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고등교육 발전에도 기여하는 기회의 창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그러고보니 이번 주에는 교육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공동 개최하는 2018 이러닝 코리아가 열린다. 어떻게든 반나절이라도 시간을 내서 이러닝과 에듀테크의 최신 경향을 살펴보고 왔으면 좋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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