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시행 원년, 고1 대혼란… 과목선택방법부터 미개설 과목 대안까지

서울대 정문.
서울대 정문.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서울대가 올해 처음 적용된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고교생들을 위한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입학본부 주도 아래 서울대 지원자라면 ‘필수 체크’해야 할 항목들과 학생부종합전형 전반에 대한 안내가 담겼다. 실제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의 목소리를 모아 낸 실질적인 ‘서울대 입학 가이드북’이란 점에서 활용도가 높을 전망이다.

■ 서울대 입학본부의 대입 ‘길라잡이’ = 서울대 입학본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고교생활 가이드북’을 제작해 고교현장에 배포했다고 1일 밝혔다. 서울대 입학본부 누리집을 통해 1일부터 언제든지 가이드북을 이용할 수 있다.

가이드북은 이달 중 고교현장과 교육청에도 배포될 예정이다.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고1 부장 교사들 앞으로 가이드북을 발송했다. 이달 중순쯤 도착할 예정”이라며 “각 교육청에도 100여 부의 가이드북이 배포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드북의 주제인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올해 첫 시행, 현 고1부터 적용된 교육과정이다. 보통교과와 전문교과를 구분하고 문과 이과 구분을 폐지하는 등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과 자율성을 강조한다. 계열 구분이 뚜렷하고 경직된 구조이던 기존 교육과정과는 지향점이 사뭇 다른 셈이다. 올해 발표된 2022학년 대입 개편안에 수능 국어‧수학 선택과목 도입, 사탐 과탐 자유선택 등의 내용이 담긴 것도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따른 것이다.

다만, 긍정적인 취지와 달리 학생들의 혼란은 컸다. 과목 선택부터 쉽지 않았던 탓이다. 적절한 과목 선택방법부터 학교별 과목 개설 여부에 따른 선택권 차이 문제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서울대는 가이드북을 통해 학생들의 혼란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어떤 과목을 공부해야 하나요’ 코너에서는 진로‧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방법을 안내했다. ‘학교에 공부하고 싶은 과목이 개설되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죠?’ 코너에는 교육적 여건에 따른 공부방법과 대안이 담겼다. 수험생들의 궁금증을 정면으로 해소하고자 한 것이다.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고교 학생들이 스스로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안정적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각자 지닌 진로목표‧적성에 따라 고교 생활 중 어떤 과목을 선택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교육적 여건 내에서 어려움이 생긴 경우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안내했다”며 “고교와 대학의 교육과정 연계를 공고하게 유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고교 교육의 내실화를 지원하려는 목적도 있다. 혼돈에 빠진 고1학생들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길 바란다. 비교과와 전공적합성을 바르게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학 학업수행 염두에 둔 과목선택 = 고교 재학 중 어떤 과목을 선택할지에 대한 문제는 정답이 존재한다. 대학에서의 학업수행을 염두에 두고 과목을 고르는 방법이다. 결국 고교에서의 학업은 대학 입학 이후 학업을 수행할 능력을 기르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가이드북도 ‘어떤 과목을 공부해야 하나요’ 코너를 통해 ‘고교 재학 중 어떤 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대학에서 학업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소개하며 ‘정답’을 재차 확인했다.

문제는 고교생이 대학에서의 희망 전공분야와 연관 있는 고교 과목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서울대의 이번 가이드북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배들의 조언’을 활용했다. 서울대에서 먼저 전공과정을 경험한 선배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과목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조언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선택해야 할 과목들은 존재했다. 국사학과의 경우 한국사 동아시아사, 언론정보학과의 경우 국어 수학 사회문화, 화학부의 경우 수학 화학, 기계항공공학부의 경우 기하를 포함한 수학 전반과 물리 등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조언은 어디까지나 참고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선배들의 조언대로 과목을 꼭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사학과의 경우 한국사 동아시아사가 중심이 되는 과목인 것은 맞지만, 한국의 철학사 연구를 희망하는 경우라면 윤리와 사상, 지리학을 활용한 한국사 연구를 희망하는 경우라면 한국지리가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과목이 될 수 있다. 큰 줄기만 참고하되 세부적인 내용들은 스스로 채워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종합적인 학업역량을 측정하는 전형이기에 ‘왕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전공과 관계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과목이라도 학생 스스로 설정한 목표에 따라서는 중요한 과목이 될 수 있다. 전공에 따라 ‘필수’에 가깝게 여겨지는 과목들이 있지만 다른 과목들의 선택은 어디까지나 학생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앞서 전공을 경험한 선배들의 조언을 참고하되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을 남겼다.

■ 듣고 싶은 과목 미개설? 독서‧미디어‧K-MOOC 등 ‘돌파구’ =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부여한다.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을 포괄하는 보통교과에 전문교과Ⅰ(전문교과)까지 있다. 학생들은 전체 교과를 대상으로 180단위의 교과수업을 듣게 된다. 졸업에 필요한 204단위 가운데 나머지 24단위는 창의적체험활동으로 채워진다.

보통교과 중 공통과목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을 의미하며, 선택과목은 다시 일반선택과목과 진로선택과목으로 나뉜다. 국어를 예로 들면 화법과작문 독서 언어와매체 문학이 일반선택과목이며, 실용국어 심화국어 고전읽기는 진로선택과목으로 구분된다. 전문교과는 본래 특목고에서 개설되는 과목들로 여겨졌지만, 학교 여건에 따라 일반고에서도 전문교과를 둘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과목들이 한 고교에서 전부 개설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담당 과목 교사가 없을 수 있고, 신청인원이 적어 과목 개설 자체가 반려되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선배들의 조언 등을 바탕으로 자신이 들을 과목들을 선정해 놓았지만, 실제 과목이 없어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서울대 입학본부는 불리한 교육적 여건으로 인해 과목을 듣지 못한 경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일부 과목을 배우지 못했다고 해서 대학 학업에 큰 지장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수업이 개설되지 않은 경우 학업역량을 기를 대안도 충분했다. 독서를 비롯해 동영상 사이트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미디어 컨텐츠, K-MOOC SNUON TED 등과 같은 인터넷 강좌 등이 그 주인공이다.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라는 측면에서 학교 수업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도 많았다.

서울대 입학관계자는 “과목이 개설되지 않아 듣지 못한 것은 학생의 책임이 아니다. 부정적으로 평가할 이유가 없다. 수업을 듣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도구를 통해 학업역량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다면 충분하다.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이 개설되지 않았다면 일단 개설된 과목들을 충실히 공부하고,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한 ‘열정’은 수업 외적인 요소들을 활용해 이어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 고1 외에도 가이드북 활용도 높아, 학생부종합전형 전반 안내 =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 대상이 아닌 고2, 고3 학생들도 이번 가이드북을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과목선택과 미개설 과목에 대한 해결방법을 제외하면 학생부종합전형 전반에 대한 안내로 가이드북이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고교생활 가이드북이라기보다는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전반적인 가이드북이라고 봐도 좋은 수준이다.

고1 외 학생들이 참고해야 할 항목은 대학학업에 필요한 능동적인 태도 등을 강조한 ‘대학에서 제대로 공부하려면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올해 서울대에 입학한 새내기들의 조언이 중심이 된 ‘서울대에서 정말 공부하고 싶어요’ 등 개정 교육과정과 연관이 없는 코너다.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개정 교육과정과 관계없는 항목들은 현재 고2, 고3 학생들에게도 적용되는 내용”이라며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서울대에 입학한 재학생과 신입생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참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 외 대학을 희망하는 경우에도 가이드북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A대학 입학사정관은 “그간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은 특목고 등을 위한 전형, 금수저를 위한 전형 등이란 비판을 받았고, 학생 학부모 등으로부터 촉발된 오해도 존재했다. 서울대 입학본부는 웹진 아로리 등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해명해 왔다. 이번 가이드북에 채워진 대다수 내용은 기존 해명들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며 “학생부종합전형 평가방법은 대학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자기주도적으로 학업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발한다는 데서 큰 틀은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서울권 대입에서 비중이 높은 학생부종합전형 전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