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우 단국대 외래교수

이병우 단국대 외래교수
이병우 단국대 외래교수

“에휴, 학생들 취업시키러 돌아다니는 것이 산학협력교수인데 그런 일을 어떻게 하냐?” 어떤 분에게 산학협력교수를 권했더니 손사래를 치면서 하는 대답이었다. 그러면서 “친한 친구가 산학협력교수를 하는데 하소연을 많이 해 그 실상을 너무 잘 안다”고 했다. 그분은 학력과 업력이 출중해 산학협력교수로 활동하면 대학과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해서 권했는데 정작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고학력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3대 업종이 교육서비스, 행정업무, 제조업이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그중에서 산학협력교수는 매우 매력적인 분야로 경쟁이 치열하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갖고 산학협력교수의 길을 찾지만 막연한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현재 외래교수로 강의만 하고 있지만 지난 5년간 2개 대학에서 산학협력중점교수로 근무했다. 차제에 산학협력교수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 몇 가지를 말하고자 한다. 

첫째, 산학협력교수로 근무하면서 첫 번째로 드는 감정은 ‘나는 누구일까?’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교수일까? 코디네이터일까? 대학의 세일즈맨일까? 대학마다 다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새로운 부총장이 부임하면서 전체 산학협력교수를 모아놓고 ‘산학협력교수는 대학의 코디네이터’라고 하면서 그 역할에 충실해 달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기업의 연구 과제를 잘 발굴해 전문 교수에서 연결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의 같은 것은 안 해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산학협력교수가 강의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학도 꽤 많다. 산학협력사업에  코디네이터 역할이 포함돼 있지만 이렇게 돌직구(?)로 말하니까 느끼는 바가 컸다. 

둘째, 업무의 내용이다. 보고서 작업이 너무 많다. 많은 에너지를 창의적인 발상이나 일의 추진보다는 보고서 작성에 쏟아 붓는다. 이는 산학협력교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긴 하다. 어떤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 보고서에 쓸거리가 있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그럴듯한 사업 이름을 짓고 스토리텔링에 열중한다. 더구나 1년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 이래서는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추진하기 어렵다. 학생들에게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정작 대학은 단기성과에 목매고 있다. 
 
셋째, 산학협력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산학협력교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럼 그렇게 느끼도록 해서 주도적으로 일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의 취업과 현장 실습을 위해 기업체를 방문하고 연락하는 것은 어려운 업무이긴 하지만 보람은 있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제일 힘들어하는 것은 자긍심에 관련된 일이다. 이 때문에 중도에 포기한 산학협력교수들도 많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대학 교수 사회에 바로 적응하긴 쉽지 않겠지만 겉돌게 해서는 서로 손해다. 일부 대학에 해당되는 일이지만 말이다.  

매년 70만 명 내외의 베이비부머들이 사회로 나오고 있다. 이중 고학력 경력자들이 아주 많다. 좋은 자원이어서 산학협력교수로 활용하면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산학협력교수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적·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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