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정상화법 실효성 잃나…교육과정 위반판정 대학가 뒷말
공교육정상화법 실효성 잃나…교육과정 위반판정 대학가 뒷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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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행정소송 의식해 교육과정 위반 판정 '느슨'?
연세대-교육부 “사실 무근”…‘결과 지켜봐야’
‘복불복’ 판정 체계, 대학들 ‘법원이 대학 손 들어주길’
지난해 대비 대폭 줄어든 교육과정 위반 판정이 소송 패소 가능성을 대비해 교육부가 몸을 사린 데서 기인한 결과물이라는 뒷말이 대학가로부터 흘러 나온다. 다만 당사자인 연세대와 교육부는 모두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진=중앙대 제공)
지난해 대비 대폭 줄어든 교육과정 위반 판정이 소송 패소 가능성을 대비해 교육부가 몸을 사린 데서 기인한 결과물이라는 뒷말이 대학가로부터 흘러 나온다. 다만 당사자인 연세대와 교육부는 모두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진=중앙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16일 발표된 교육과정 위반 판정 결과를 두고 주요 대학 사이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대폭 줄어든 위반 대학‧문항 수가 교육부의 설명처럼 선행학습 영향평가가 자리매김한 데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 지난해 나온 판정결과에 불복, 교육부와 행정소송 중인 연세대의 본안소송 승소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예년보다 판정이 다소 느슨하게 이뤄졌다는 게 대학가 입학관계자들이 전하는 공통된 관측이다. 단, 당사자인 연세대와 교육부는 재판 결과를 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이다.

법원이 대학 손을 들어줄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을 놓고 평가는 엇갈린다. ‘복불복’에 가까운 현 판정체계를 보완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기대에 찬 반응이 많다. 단, 대학별고사 출제 관련 유일한 제재조치인 모집정지 처분이 효력을 잃으면, 공교육정상화법이 실효성을 잃고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점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역대 최저’ 찍은 대학별고사 교육과정 위반 판정 =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별고사 교육과정 위반 판정 결과’에 따르면 교육과정 밖에서 대학별고사를 출제하거나 평가한 대학 수는 ‘역대 최저’다. 첫 판정이 이뤄진 2016년에 12개교가 적발된 데 이어 2017년에는 11개 대학에 위반 판정이 내려졌지만, 올해는 3개교로 그 숫자가 크게 줄었다.

대학 수가 줄면서 위반문항 수도 덩달아 감소했다. 지난해 35개 문항이 적발된 과학에서는 1개 문항만 교육과정을 벗어난다는 판정 결과가 나왔고, 수학도 6개 문항에서 3개 문항이 되며 절반 이하로 수를 떨어뜨렸다. 전체 문항 대비 위반비율도 수학은 1%에서 0.5%로 절반이 됐고, 과학은 4.2%에서 0.2%로 낮아졌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논술에서 위반문항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해 위반판정을 받은 4개 문항은 전부 구술고사나 면접에서 나왔다. 지난해 논술에서 8개 문항이 적발됐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공교육정상화법의 취지를 생각하면 논술에서 위반사항이 없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교육과정 준수 여부를 따지게 된 발단은 고교 교육과정을 통해서는 도저히 대비할 수 없는 수준의 고난도 문제를 대학들이 출제하는 데 대한 문제의식에서였다. 논술 대비를 위해 학생들이 사교육으로 내몰린다는 지적이 개선된 모양새다.

■의외의 대학가 반응…연세대 행정소송 원인? = 교육부는 올해 위반 대학과 문항이 줄어든 것을 놓고 “공교육정상화법과 선행학습 영향평가가 현장에 정착”되고 있다고 자축했다. 선행학습 영향평가는 대입전형이 끝난 후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들은 평가 내용을 담은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를 3월말까지 발간한다. 교육과정 위반 판정은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다만, 대학가에서 흘러나오는 반응은 교육부와 온도 차이가 컸다. 교육부의 발표 내용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것. 그 배경에는 연세대가 현재 교육부와 진행 중인 행정소송이 자리한다.

서울권 주요대학 입학팀장 등 실무자들이 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것은 연세대의 승소 가능성이다. 2016년과 2017년 연속으로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받은 연세대는 교육부로부터 모집정지 처분을 받았고,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집행정지 관련 가처분 소송은 올해 상반기에 인용돼 있는 상태이며, 남은 건 본안소송인 모집정지 취소 소송이다. 

대학들의 주장은 이 소송에서 연세대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연세대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들이 감지된다고 실무자들은 얘기한다. 

그로 인해 교육부가 예년 대비 교육과정 위반 판정 강도를 낮추면서 위반 대학과 문항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게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A대학 입학팀장은 “연세대가 사실상 승소했다는 얘기가 관계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우리도 결과를 예의 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판정 과정에서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는 경우도 있다. B대학 입학 관계자는 “교육과정 위반 판정 시 교육부는 1차 결과를 먼저 대학들에 통보한 후 소명절차를 거쳐 최종 결과를 확정한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소명에 나섰는데 분위기가 다소 달랐다. 작년에는 비교적 깐깐한 태도였다면, 올해는 최대한 대학 측 얘기를 들어주는 형식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연세대는 관련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연세대 입학 관계자는 “내달이나 12월쯤에는 선고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소송에서 이기면 좋다. 지면 항소할 계획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나오지도 않은 소송을 놓고 벌써부터 결과 얘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교육부 관계자는 “나오지도 않은 소송 결과를 얘기하기는 어렵다. 특정 결론이 나올 분위기가 엿보인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엇갈린 반응’ 법 실효성 잃을 것 vs ‘복불복’ 판정 이번 기회 개선 = 만약 현재 대학가에서 나도는 얘기처럼 실제로 연세대가 승소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를 두고 교육계 반응은 엇갈린다. 우려하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기대에 찬 목소리도 나온다.

우려하는 반응은 공교육정상화법 실효성이 바탕이다. 유일한 제재조치인 모집정지 처분을 법원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 소기의 성과를 거둔 교육과정 위반 판정이 앞으로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판결 결과에 따라 연속된 교육과정 위반에도 내릴 처분이 없어진다면 대학들이 교육과정을 준수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보다는 기대에 찬 목소리가 더 크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이 현 교육과정 위반 판정이 ‘복불복’이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현재 대학들이 교육과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사전예방 조치가 전부다. 출제를 맡은 교수들에게 교육과정 범위를 알리고, 출제 과정에서 고교 교사 등을 투입해 교육과정 위반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문제는 모든 조치를 하더라도 교육과정 위반 판정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전 예방 조치를 완비한 대학들도 앞선 2년간의 판정에서 ‘위반’ 판정을 면하지 못했다. 

대학들은 현재 교육과정 위반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대학별고사 난도를 대폭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논술 경쟁률이 수십대 일을 넘나드는 주요대학들은 낮아진 난도로 인해 학생 선발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2년 연속 위반 시 나오는 모집정지 처분이 너무 과하다고도 대학들은 주장한다. 일정규모 신입생을 선발하지 못해 생기는 재정적 어려움 등을 고려할 때 모집정지 처분이 아닌 다른 제재조치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연세대가 이번 소송에서 이겨 ‘눈 뜨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모집정지 처분의 효력이 낮아져야 한다는 게 대학들의 희망사항이다.

모집정지 처분이 불가능해진다 해서 곧장 공교육정상화법이 실효성을 잃는 것도 아니라고 주요 대학 관계자들은 첨언했다. C대학 입학팀장은 “어차피 지금 대부분의 주요대학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목을 매고 있다. 교육과정 위반 판정이 나오면 차년도 사업에서 이를 반영하면 그만이다. 모집정지는 인재양성이라는 대학 본연의 목적을 저해하는 조치다. 대학의 노력 여하와 관계없이 내려질 수 있는 모집정지 처분을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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