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정원 한국창직협회 회장, 김진수 한국창업교육협의회 회장, 한광식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창업창직교육포럼위원장, 최용섭 본지 발행인
왼쪽부터 이정원 한국창직협회 회장, 김진수 한국창업교육협의회 회장, 한광식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창업창직교육포럼위원장, 최용섭 본지 발행인

김진수 회장 “실전 창업 이뤄질 수 있도록 인프라 갖추고 ‘기업가적 대학’ 돼야”
이정원 회장 “창직에 대한 인식 여전히 부족…창업생태계 조성 절실”
한광식 위원장 “창업‧창직교육과 취업 별개 아냐…창업교육 단계별 준비 필요”

‘고용참사’ ‘신규취업자 10만 명 붕괴’ 우리 사회의 고용 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실업 해소, 일자리 창출이 지상과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취업 위주 교육을 실시해온 대학에서 창업 ·창직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취업 교육에 집중돼있는 현행 대학교육에서 창업·창직 교육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을 바라보는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고등(직업)교육 차원에서의 '창업·창직·창의·창작 (일명 4創)'의 내실화 및 활성화를 위해 창업·창직 교육 시리즈를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연재 순서>
①상상력(想像力)과 창의력(創意力)이 미래 경쟁력이다
②창업 생태계 고도화를 위한 상생의 시대
③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창업교육
④창직이 미래다, 해외사례로 본 창직교육의 방향
⑤해외사례를 통해 본 창의인재양성 탐구
⑥트렌드와 브랜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 – 방탄소년단의 군비확장을 위해
⑦로테크와 하이콘셉트를 위한 전문대학의 융합교육
⑧대학창업교육과 지역경제 연계방안
⑨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학창업교육 방향과 전략
⑩전문대학 창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지난 4월 25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교육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부처 및 국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의 전문대학 창업‧창직 방향과 전략’이라는 주제로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회장 최용섭, 인천재능대학교 석좌교수)가 주관한 ‘제1회 창업‧창직 교육 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청년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부처, 국회, 대학 관계자들이 모여 창업‧창직에 대한 현안을 논의하고, 참석한 정부 패널들은 일자리창출과 청년실업 해소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창업‧창직 교육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본지는 창업‧창직 교육이 거대 트렌드가 되는 시점에서 마중물을 붓기 위해 3개월에 걸쳐 ‘창업·창직 교육이 대세다’라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했다. 시리즈의 총결산을 위해 본지는 17일 한국대학신문 본사에서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최용섭 본지 발행인이 사회를 맡은 본 간담회에서 △김진수 한국창업교육협의회 회장 △이정원 한국창직협회 회장 △한광식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창업창직교육포럼위원장 등 전문가와 함께 우리나라 대학과 전문대학의 창업‧창직 교육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최용섭 본지 발행인(이하 최용섭) : 근래 창업‧창직에 대한 논의가 대학가의 화두가 되고 있다. 그동안 대학들이 취업교육에 주력하다 보니 창업‧창직교육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이 시기 대학에서 창업‧창직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정원 한국창직협회 회장(이하 이정원) = 빛의 속도로 세상이 변하고 있다. 세상이 변하면 직업도 변한다. 직업이 변하면 직무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 대부분의 직무가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과연 우리 교육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우리의 모든 교육 방식은 1차 산업혁명이 있었던 19세기의 방식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대형 강의실에서 교수가 획일화된 기존 직무교육 방식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수업하는 주입식 교육은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 급속도로 변하는 직무에 맞춰 새로운 직업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자신의 적성과 전공에 맞게 능동적으로 직무를 변화시키거나 개발해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하는 창직교육은 이 시대에 가장 절실한 교육이다.

■김진수 한국창업교육협의회 회장(이하 김진수) = 교육중심대학, 연구중심대학 등 대학의 역할은 시대별로 발전한다. 하버드는 1945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기업가적 대학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기업가 센터를 만들었다. 대학의 역할이 교육‧연구 중심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기업가를 키워내고 그들이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 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학은 아직도 연구중심대학이다. 교수에 대한 평가가 논문 실적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가적 대학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창업‧창직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한광식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창업창직교육포럼위원장(이하 한광식) = 흔히 취업과 창업‧창직을 분리해서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특히 전문대학에서의 창업‧창직교육은 취업을 견인하는 필수 교육이다. 창업‧창직 교육은 기업가 정신과 창업마인드를 함양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취업을 할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과 직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도전의식을 길러준다. 즉, 창업‧창직 교육은 그 목적뿐 아니라 취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최용섭 : 지금까지의 대학 내 창업‧창직교육의 현황은 어떠한가. 창업창직교육의 내실을 기하는 데 극복해야 할 문제점은 없나.

■한광식 = 창업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은 다들 인식하고 있어 창업교육은 많이 있다. 그러나 창업교육을 위한 단계별 준비는 부족하다. 교육 프로그램이 중복 운영되기도 한다. 학생 눈높이에 맞춘, 학생들이 원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창업‧창직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잘 정리하고 이를 잘 전달할 수 있는 교수법을 고민해야 한다. 또 우리나라 창업 현실에 맞는 단계별 로드맵이 필요하다. 관련 정부부처 간 소통이 원활해져야 할 것이다.

■김진수 = 중기부, 교육부에서 창업교육을 지원하고 있어 양적으로는 확대가 됐다. 과목이 늘었고 창업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 기초지식도 많이 함양됐다. 문제는 질적 측면이다. 이제는 질적 제고가 이뤄져, 기본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이론중심 교육이 아닌 ‘실전체험형 창업교육’이 실시돼야 한다. 창직교육은 새로운 직업에 대한 대비의 필요성이 대두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창직’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확산되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 대학의 창직교육 보급 확산이 필요하다.

■이정원 = 2011년부터 고용부 청년취업아카데미의 일환으로 창직과정을 약 8개월에 걸쳐 일부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활동기간이 짧고 사후지원이나 후속교육이 없어 스펙 쌓기용으로 전락했다. 창직활동을 위해서는 신입생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꾸준히 창직 역량을 키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언제 어디서든 창직활동을 할 수 있도록 대학 내 ‘창직생태계’가 마련돼야 한다. 창직지원센터 등 상시 지원기구가 마련돼야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최용섭 : 창업‧창직교육이 활성화되려면 대학의 체질 개선도 필요할 것 같다. 어떤 노력이 필요하겠는가.

■김진수 = 기업가적 대학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현재처럼 연구나 교육 중심 대학에 머물러있는 상태에선 대학의 창업교육이 형식적이고 구색 맞추기식일 수밖에 없다. 대학 창업 활성화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교수다. 이들이 고급기술창업을 할 수 있는 핵심인재다. 그런데 교수 업적평가가 논문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창업에 도전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창업도 하나의 실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 창업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실전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창업공간과 자금, 기업가 네트워크 등의 창업 인프라를 지원이 필요하다. 대학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은 창업 인프라 지원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에서 대학 창업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대학창업펀드 등을 조성해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도 대학 창업교육의 질 제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대학의 리더십이다. 총장이 창업에 대한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대학은 자원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창업교육이 상당히 활성화돼 있다. 마지막으로, 창업‧창직을 지원하는 전문 실행조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실행조직에는 창업‧창직 전문가가 포함돼 이들이 대학 내에 상주해야 한다.

■한광식 = 취업만을 강조하는 교수들이 많다보니 창업과 취업을 분리해 생각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이 있다. 교육환경의 문제도 있다. 창업‧창직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현재와는 다른 교육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수업 환경의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평가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이정원 = 진로‧직업에 대한 교직원의 인식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학생이 필요로 하는 진로‧취업 조력자 1위가 지도 교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과 교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수가 직업세계의 변화를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변화된 직무역량을 학생들이 기를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로‧직업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통찰, 이에 따른 새로운 지도방법이 필요한데, 이를 창직 직무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다.

-최용섭 : 앞서 정부의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정부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일까. 지자체, 산업체에서는 무엇을 지원할 수 있을까.

■이정원 = 지자체에서는 지역 청년들이 지역에 특화된 새로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창직 전담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산업체의 협조도 필요하다. 창의적인 사고와 새로운 직무역량을 갖췄어도 기업의 수요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새롭게 직무를 개발해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가는 창직형 인재에 대한 산업체의 관심과 수용이 절실하다.

■김진수 = 5월 25일 교육부가 ‘제2차 대학 창업교육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제1차 5개년 계획(2013~2017)이 창업교육의 양적 확대에 주력했다면 이번에는 질적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 이것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과 예산지원 등의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지자체의 지역 대학의 창업 인프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산업체는 이미 성공한 벤처 창업가들의 노하우가 예비 창업가에게 전수될 수 있도록 네트워크 구성과 지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창업 펀드 조성도 필요하다.

-최용섭: 지역경제와 대학은 큰 연관성을 갖는다. 대학의 창업‧창직교육이 지역경제와 연계되려면 어떤 점들이 고려돼야 하는가.

■한광식 = 지역사회와의 연계‧협력을 통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전문대학의 설립 취지라고 본다. 따라서 창업‧창직 교육이 대학 따로, 지자체 따로 이뤄질 것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 함께 진행해야 한다. 내실화를 위해서는 지자체에서 대학을 지원하고, 대학 구성원이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면서 서로 상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김진수 = 지자체마다 창업 지원 편차가 크다. 최근 중기부가 창업보육센터를 지자체에 이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창업보육센터들은 이를 적극 반대하고 있다. 중기부보다 지자체의 지원이 열악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인데, 이는 지자체가 그만큼 창업‧창직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이제 지자체가 각성하고 지역의 창업‧창직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때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는 지자체의 대학 창업에 대한 투자가 어떻게 지역 산업을 일으켜 세웠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역의 3개 대학을 지역경제 체질 개선의 핵심 기구로 거점센터화하고, 지자체에서 대학에 대대적인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 결과 대기업과 정부기관들이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연구소를 신설하거나 이주해오기 시작했다. IBM은 5500여 명을 고용하는 연구센터를 입주시켰고, 이어 R&D 기업들이 꾸준히 들어섰다. 지역의 3개 주요대학에서는 1500여 개의 창업이 이뤄져 1인당 소득이 증가하고 기술 인력의 고용이 증가하는 한편 지역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이뤄냈다.

■이정원 = 업무의 연속성 확보도 중요한 부분이다. 창직을 담당하는 지역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사업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연속성 있게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창직 전담 조직이 갖춰져야 한다.

-최용섭 : 마지막으로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해소 차원에서 대학의 창업‧창직교육의 방향과 전략에 대해서 말씀해 달라.

■한광식 = 지금 상태에서 일자리의 양적 확대는 한계가 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성세대는 다음 세대를 위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김진수 = 창업‧창직 교육의 내실화와 질적 제고가 필요하다.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콘텐츠 개발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따라야 한다. 또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과 관련된 혁신형 창업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고 그것이 대학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정원 = 매년 대학에서 한 학과당 1개의 창직을 목표로 전공 맞춤형 직무개발의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창직형 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길 기대한다. 창직 활성화를 위한 분위기와 창직생태계도 조성돼야 한다.

-최용섭 : 우리나라 대학에서 창업‧창직 교육은 여전히 본 교육으로 다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창업‧창직 교육의 확대와 내실화를 위해서는 교직원 및 지자체의 인식개선이 필요하고, 대학은 창업‧창직을 지원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한편 교육환경과 제도 개선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교육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창업‧창직 교육의 활성화가 대학 현장의 노력만 갖고는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이 체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제도적 유도와 지원에 나서고, 산업체에서도 함께 지원해야 할 것이다. 본지도 앞으로 대학과 지역, 산업체에서 대학의 창업‧창직 교육 활성화를 위해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담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며 좌담회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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