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대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등록금은 내리지 않으면서 적립금만 쌓아두고, 사립대는 비리집단이며, 대학이 국가에 기여하는 바가 없을까? 대학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고 핵심이다. 선진국들은 대학 경쟁력 강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대학을 바로 알아야 한다. 본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대학에 대한 오해와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해 ‘대학을 바로 알자 – 대국민 인식 개선 프로젝트’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대학을 바로 알자 – 등록금과 적립금편
<중> 대학을 바로 알자 – 사학의 진실편
<하> 대학을 바로 알자 – 대학의 지역사회 기여편

사총협 총회 모습. 한국대학신문 DB
사총협 총회 모습.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 사립대가 대학교육 책임, 사회적 시선 냉랭 = 대교협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은 전체 200개교다. 사립대는 153개교. 전체 대학의 약 77%를 차지한다. 사실상 사립대가 우리나라 대학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들은 정부의 고등교육재정 투자 수준이 높다. 우리나라는 반대다. 교육부가  ‘2017 OECD 교육지표’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고등교육 공교육비의 정부 지출 비중은 34%(OECD 평균 70%)에 불과했다. 가계와 민간 재원 부담률은 66%였다. 민간 재원의 핵심은 사립대다.

그러나 사립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냉랭하다. 전국대학노동조합 김병국 정책실장은 “사학법인이 법정부담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 등 책무를 다하지 않는 반면 일부 사학재단들의 과도한 적립금이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사학재단이나 연구자 등의 각종 비리로 인해 고등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일부 사립대의 비리가 전체 사립대를 비리집단으로 내몰고 있다. 김인철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 회장은 “몇몇 사립대 때문에 전체 사립대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못마땅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2013년 이후 상지대, 서남대, 수원대, 한려대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대상 대학은 전체 사립대의 10%에도 못 미친다. 비리 정도가 심한 경우 주로 특정 사립대들이 꾸준히 거론된다. 

물론 비리 사실이 드러나지 않거나, 차후에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사립대들은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일부 사립대의 비리를 전체 사립대로 확대시키면 사립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왜곡될 수 있다. 황인성 사총협 사무국장은 “정부 주도의 평가와 대학 재정지원을 빌미로 대학을 통제하고, 일부 사립대의 부정과 비리를 침소봉대해 세몰이로 여론을 조작해서는 대학이 사회적으로 존중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 사립대 위기, 정부 정책의 희생양 = 현재 사립대들은 3중고를 겪고 있다. 반값등록금정책에 입학금 폐지까지 겹치며 재정난이 극심하다. 학령인구감소시대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해 구조조정과 변혁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세계 유수 대학들과 경쟁해야 한다. 한 마디로 사립대는 생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립대 위기는 정부 정책의 희생양이다. 실례로 구조조정을 보자. 김영삼 정부는 1995년 대학 진학률 향상을 목적으로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도입했다. 이에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사립대 설립이 허용됐다.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 이후 2010년까지 △일반대 38개교 △전문대학 19개교 △대학원대학 37개교 등이 신설됐다. 특히 2005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대학설립 준칙주의 10년, 오늘과 내일’(최재성 의원)에 따르면 10개 대학은 기준 미달에도 불구하고 설립 인가를 받았다.

학령인구감소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부실대가 속출하자, 정부는 대학 정원에 메스를 대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실시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실시했다. 목적은 대학 정원감축이다. 정부는 과거 대학설립준칙주의를 통해 대학 신설을 허용했다.  지금은 사립대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 

박창식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전 국회의원)은 “대학설립준칙주의로 인해 대학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약 70만 명의 입학생을 받을 수 있는 규모로 성장했으나 5년 후면 대학 입학생이 약 3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한다고 한다”며 “이대로라면 많은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하는데 이미 지역 대학들은 크게 어려워진 지 오래다. 곧이어 수도권 대학으로, 그리고 서울 내 대학들이 순차적으로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사립대 지원 확대, 국가 경쟁력 직결 = “일본의 사립대 와세다와 게이오는 연간 800~900억 수준의 경상비를 지원받는다. 이런 형편에 우리의 연세대와 고려대가 어떻게 이들과 경쟁할 수 있겠나.”(김도연 포스텍 총장)

사총협은 사립대에 대한 지원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총협의 주장을 곱지 않게 바라본다. 사립대들이 책무를 다하지 않고, 지원 확대만 요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립대 지원 확대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는 우리나라 사립대들이 재정난에 처하면서 국가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의 교육경쟁력평가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의 교육경쟁력은 2011년 39위에서 2017년 53위로 떨어졌다. WEF(세계경제포럼) 국가경쟁력평가에서는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2011년 24위에서 2017년 26위로 하락했다. 대학시스템 질 부문은 2013년 64위에서 2017년 81위로 급락했다.

김성익 삼육대 총장은 “WEF는 1980년부터 해마다 세계 각국의 경쟁력을 평가, 종합 순위를 매기고 있다.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2010년 이후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면서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다른 지표들은 20위권 전후로 선방하고 있지만 국가 전체 경쟁력과 대학교육 경쟁력만 하락하고 있다. 이는 국가 경쟁력 하락 주범이 대학 경쟁력 하락과 동조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립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립대학 지원/육성을 위한 특례법’과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요구된다. 김성익 총장은 “사립대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돼 사립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이 신속히 제시되고, 안정적인 사립대 발전을 위한 토대를 보장하는 재정지원 관련 법률이 어떤 형태로든지 신속히 제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사립대를 마치 재벌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사학재벌은 잘못된 인식이다. 사학 전체를 그렇게 보면 안 된다. 사학이 없었으면 대한민국 교육이 이 정도까지 올 수 없었다는 것은 명약관화”라며 “공과(功過)가 분명히 있다. 사학이 부당하게 재산을 늘렸고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받아 우골탑을 쌓았다는 인식은 불식돼야 한다. 사립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폭적인 정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