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루호 세이시로 HAL도쿄 교장 초청…‘전문직대학’ 다양한 관심‧질문 쏟아져

프레지던트 서밋 2018 도쿄 콘퍼런스의 3일차 일정으로 31일 오전 '전문직대학 간담회'가 일본 YMCA 건물에서 진행됐다. (사진=한명섭 기자)
프레지던트 서밋 2018 도쿄 콘퍼런스의 3일차 일정으로 31일 오전 '전문직대학 간담회'가 일본 YMCA 건물에서 진행됐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허지은 기자] 일본은 지난 2007년 5월 24일 〈학교교육법〉을 개정하며 ‘전문직대학’ ‘전문직단기대학’이 내년 4월부터 개설될 예정이다. 전문직대학은 직업대학으로 일반대(4년과정)와 단기대학(2~3년과정)과는 달리, 실습이나 실험을 중시하고, 즉시 산업계 인력이 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치되는 대학이다.

한국과 교육편제가 비슷한 일본에서 고등교육기관이 산업사회의 니즈에 부합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55년간 존치됐던 법을 바꾸고, 새로운 고등교육기관을 설립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조언하고 있다.

프레지던트 서밋 2018 도쿄 콘퍼런스의 일정으로 이러한 높은 관심을 반영해 ‘전문직대학’에 대한 주제 간담회를 진행했다. 쓰루호 세이시로 HAL도쿄 교장을 초청해 진행한 간담회에서 한국 전문대학 총장단은 ‘전문직대학’에 대한 평소의 관심을 질문을 통해 쏟아냈다.

■최용섭 프레지던트 서밋 사무총장 “일본의 전문직대학, 어떠한 부분을 눈여겨 봐야 하나” = “일본은 내년 4월부터 ‘전문직대학’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대학 체계를 갖춘다. 지난 1965년 법이 제정되고 난 뒤 50여 년 만에 개정이 된 큰 사건이다. 전문직대학은 국가와 직접 연관된 대학이라는 점, 교수가 사회 수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전문학교 17개 신청교 가운데 단 1개교만 선정이 되고 나머지가 유예, 보류가 됐다는 점을 보면 일본 문부과학성이 대학 설치에서 많은 학교들이 부족한 면도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한듯 하다. 물론 문부과학성 내에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는 것이 당연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교육 시스템과는 어떠한 부분이 상이할지 궁금한 점을 자유롭게 질문하면 좋을 것 같다.”

■유재원 한국영상대학교 총장 “‘韓 전문대학=日 단기대학’ 전문직대학의 차별성은?” = “일본에는 전문대학 격인 단기대학이 있는데, 별도의 전문직대학을 설립하려는 목적이 궁금하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전문직대학이 기존의 단기대학과 어떠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학원 형식의 직업전문학교와는 다를 것 같다. 전문학교가 실기 위주라면, 전문직대학은 인성과 교양, 사회성 등 폭넓게 교육하는 단기대학 같을 것 같은데 어떠한 차이가 있나?”

유재원 한국영상대학교 총장
유재원 한국영상대학교 총장

■쓰루호 세이시로 HAL도쿄 교장 “‘국제적 통용성’ ‘정부 지원’ 산업계 수요 부합한 교육” = “전문직대학이라는 시스템이 생기는 이유는 실제 산업계 수요와 사회의 요구가 있어서다. 밑에서의 정책적 요구가 있었던 것이다. 일본의 전문학교의 학사는 국제적 통용성이 없는 문제점이 있다. 이것 때문에 국제적 통용성을 갖추고,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구조로 만들어가자는 목적이 크다. 또한 일반대나 단기대학에서 배출된 인재들만 가지고 사회의 빠른 변화를 대응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의식도 배경이 됐다.”

쓰루호 세이시로 HAL도쿄 교장
쓰루호 세이시로 HAL도쿄 교장

■김병묵 신성대학교 총장 “‘수업연한 다양화’…기존 체계 탈피한 일본 사례에서 해법 찾자” = “기존 전문대학은 공학ㆍ보건 계열 등 학과가 다양하다. 일본의 단기대학은 우리나라의 일반대와 비슷하다. 일본에서 이야기하는 전문직대학은 시야를 좁혀서 전문적인 분야의 전문대학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보건계열이면 보건, 관광계열이면 관광만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 점을 우리가 이해를 해야 한다. 일본과 한국의 제도가 상이한 것. 이러한 특수 분야로 좁혔기 때문에 교육과정 자체가 단기대학의 그것과는 다르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대학은 2~4년제 학과가 있지만 대부분 심화과정을 통해 4년 과정 교육을 하고 있다. 정식 학과로는 간호학과만 4년제 과정을 갖추고 나머지는 심화과정이다. 현재 국내 전문대학들은 실무 중심의 교육을 하는데 유연한 학사 제도를 갖추기 위해 수업연한 다양화를 지향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보듯이 전문분야의 학생을 배출하려면 기존의 전문대학과는 달라져야 한다. 이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병묵 신성대학교 총장
김병묵 신성대학교 총장

■유재원 총장 “전문대학 유사 각종학교의 전문직대학化, 간과해선 안 돼” = “우리나라와 일본의 학제가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일본은 우리의 전문학교와 유사한 각종학교가 많다. 일부 대학은 건물을 몇 채나 가지고 있을 정도로 운영이 잘 되고 있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사례를 비추어 전문학교들이 전문직대학으로 승격시켜 달라고 할 수도 있다. 일본의 단기대학의 경우 특성화가 아주 잘 돼 있다. 우리의 전문대학보다 시설과 규모 면에서 월등히 나은 곳도 많다. 학생 수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각종학교가 전문직대학으로 승격해 바꿔주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 부분도 유의해야 한다.”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 “정부 통제 불구, 국제적 통용성 갖추려는 게 속내” = “고등교육 체계 개선을 위해 연구중심과 직업중심의 투트랙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의 전문학교는 그동안 정부의 간섭 없이 제도권 밖에서 전문인력을 키워왔다. 우리가 생각하는 교육부 고등교육체계의 일환으로 여러 인성을 갖춘 학생이 아닌 오로지 기능이 좋은 학생을 배출해왔다. 국제적 통용성이 인정되지 않은 것은 이 부분 때문이다. 경제적 간섭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탈피하고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의 종합예술학교나 호텔학교 등이 전문대학으로 승격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유재원 총장의 말은 이러한 접근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

■쓰루호 세이시로 교장 “한일 시스템 달라 오해 있어…전문직학사, 대학 학사와는 별개” =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달라 오해가 있는듯 하다. 일본은 네 가지 학사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대학의 ‘학사’와 단기대학의 ‘단기대학사’, 전문학교의 ‘전문사’ ‘고도전문사’다. 학사와 단기대학사가 한국에서 말하는 학사의 개념이다. 새롭게 생기게 될 전문직(단기)대학에서는 ‘전문직학사’ ‘전문직단기학사’를 받게 된다. 전문직(단기)학사를 받는 것이 대학의 학사 취급을 받는 것이 아니다. 별도의 학위 개념이다. 제도 마련에 대한 근거는 산업계가 전문학교 배출 인재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재들이 기존 체계에서 대학 나온 사람과 대우가 달랐다는 점도 배경이 됐다. 전문직대학 시스템 개편은 오랜 세월 동안 지속적인 노력이 이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한영수 전주비전대학교 총장 “전문직대학, 오히려 현재 우리 전문대학 모습…한국 참고했나?” = “처음에는 전문직대학이 도대체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왔는데, 지금은 과연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델이 일본의 전문직대학인가 의구심이 든다. 왜냐하면 일본이 지향하고 있는 전문직대학의 학위, 정부보조금, 실습 비율, 기업 출신 현장경험자 교원 등은 이미 우리나라의 전문대학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일본이 한국의 전문대학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좁혀본다면 ‘전문직단기대학’이 우리나라의 전문대학과 흡사하다. 일본 정부나 정책 연구자들이 한국 전문대학에 대한 연구를 했었는지 궁금하다.”

한영수 전주비전대학교 총장
한영수 전주비전대학교 총장

■쓰루호 세이시로 교장 “‘즉각 전력 필요’ 일본의 사회 경향 변화가 배경” = “일본 문부과학성에 몸을 담지는 않았지만 여러 해외 사례를 참고하기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일본 사회의 자연스러운 경향에 의해 추진됐다는 것이다. 사회에 바로 나와 즉각 전력이 될 수 있는 인재를 희망한 것. 이게 전문직대학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무딘 정책 폈던 일본, 변화 위해 안간힘 쓰는 모습에서 배울 점 있다” = “일본이 장고 끝에 산업계에서 필요한 리더를 키우기 위한 선택을 내렸다. 결국 창의력과 실천력 등을 기르자는 목표를 가지고 문부과학성이 결정한 것이다. 이 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우수한 전문기술을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계획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전문직대학을 희망하는 학교들이 체계적인 교육과정으로 준비를 잘 했는지를 기준으로 심사했다. 17개교 가운데 1개교만 선정될 정도로 까다롭게 평가했다. 다만 처음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 교육당국에서도 확정돼 굳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배울 점은 일본이 그동안 변화에 무딘 정책을 펴다가 변화를 통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와 같은 부분에서 궤를 같이해야 한다.”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원재희 강원관광대학교 총장 “학생 산업체 실습서 국내 어려움 많아…일본에서는?” = “국제적으로 우리나라 역시 미래 산업을 선도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창의‧융합 인재 양성에 필요한 기술이 요구된다. 일본에서 직업전문학교를 선도적으로 개선하는 부분을 우리나라가 좀 더 배워서 어떻게 도움이 되고 발전하는 계기로 삼을까 신경써야 한다. 한국의 전문대학은 실습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2년 교육과정에서 학생을 실습 보낼 때 굉장히 힘들다. 학생이 원하는 대로 산업체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학생이 원하는 산업체에서 이를 받아주는지, 법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돼 있는지 궁금하다.”

원재희 강원관광대학교 총장
원재희 강원관광대학교 총장

■쓰루호 세이시로 교장 “처음엔 일본도 실습처 어려움 많았어…산학 연계 늘려가는 단계” = “HAL도쿄의 경우 10월 한 학기부터 인턴십을 보내도록 돼 있다. 실제로 60% 정도가 현장으로 나간다. 처음에는 실습처를 찾기 힘들었지만, 전보다 많이 좋아진 상황이다. 실질적인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산학 연계 영역을 조금씩 늘려나가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학교들이 산업체에 보내지 않으려 한다. 학교 시설이 오히려 더 좋기 때문이다. 실습을 강요한다든가, 경력으로 인정하는 평가는 하지 않는다.”

■박소경 호산대학교 총장 “‘수도권 쏠림 현상’ 일본도 마찬가지…지방대 어떻게 해야하나” = “일본에서도 젊은이들이 도쿄로만 몰린다. 호산대학교의 경우 지방에 있는 대학이기 때문에 도쿄의 전문학교를 보면서도 한편으로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박소경 호산대학교 총장
박소경 호산대학교 총장

■쓰루호 세이시로 교장 “신주쿠 입지 강점 있는 것은 사실…‘지역’ ‘대학 유형’ 연연 않고 이상적 인재상만 추구” = “HAL의 경우 어떠한 회사, 지역, 대학에 다니다 왔는지 묻지 않고 학생을 뽑는다. 신주쿠에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이 점에 연연하지 않고 세상을 열어놓고 학생을 받아들이는 것이 포인트다. 2학년이지만 능력에 따라 4학년으로 월반도 가능하다. 10월 학기에 들어온 학생이 4학년으로 올라가 이듬해에 졸업하는 경우도 있다. 학생을 어떻게 성장시킬지, 이에 필요한 제도를 어떻게 만들지가 가장 큰 관심이다. 물론 전문직대학으로 인가를 받게 되면, 이제까지 10년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시스템들이 일본 정부 통제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평소의 가치에서 약간의 훼손도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우리가 해왔던 인재를 요구한다. 단기대학이든 전문대학이든 이상적인 인재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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