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대학에 몸담고 있다. 인생이 내 마음대로 가지는 않더라. 그러나 조금 더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꿈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자리는 바뀔지언정 목표는 같다.”

약 20년 동안 비서관으로서 국정을 담당했고, 2선 의원으로서 정책을 수행했으며, 현재는 대학에서 미래세대를 양성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앞둔 총장이 있다. 서갑원 신한대 총장이다. 부임한 지 반년이 되지 않은 신임 총장은 종합대학 탄생 5년을 맞아 ‘제2의 창학’을 내건 신한대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었다. 서 총장은 경기도 의정부시에 자리한 의정부 캠퍼스와 동두천캠퍼스를 두 축으로 경기북부 거점중심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 총장은 최근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재직했던 것과 10.4 선언 정신을 계승‧발전시키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돼, 평양 방북길에 올랐다. 

- 최근 평양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1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북했다. 평양을 방문한 소회가 어떤가. 
“이번에 평양 방북을 통해 이전의 북한과 지금의 북한은 상당히 많이 변화했다고 먼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실질적 행사의 내용은 10.4 선언 기념행사로서 과학기술전당 참관, 민족통일대회, 만수대창작사 만경대학생 소년궁전 참관, 예술공연 관람, 중앙식물원 방문 및 자연사박물관 참관 등의 일정이 있었다. 일부 시간이 남을 때 현재의 북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대학 총장으로서 북한 주민들이 생각하는 교육이 무엇인지도 궁금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방문이었다.” 

- 이전 정권과 비교했을 때 남북관계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어떻게 보나.
“예전에 평양에 방문했던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상당히 딱딱하고 소통이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번 평양 방문을 통해 ‘어? 아니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우리를 인솔하는 그리고 평양에 있는 주민들의 경우 상당히 밝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많이 변했다고 봤다. 이번 정권을 통해 남북경협의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다지만, 이렇게 관계가 빨리 진척될지는 몰랐다. 그리고 ‘허위다, 잘못된 것이다’라는 주변의 말들도 많지 않았나. 그런데 평양을 다녀오게 되니 역시 이번 정권에서 진행하는 북한과의 소통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참여정부 당시 남북 관계가 좋았다. 당시 비서로서 문재인 대통령과도 관계가 있었을 텐데, 현재 정책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보나.
“생각보다 관계 진전도 빠르고 기본 방향도 잘 잡혔다. 세계를 놀라게 한 핵 문제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핵 폐기라는 해결 단초를 마련했다. 국민으로서 다행이고, 인류에게 희망이다. 또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조차 문 대통령의 노력에 찬성과 지지를 보냈다.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에 대해 교황을 비롯해 세계 지도자가 찬사를 보내고 있다. 북미 정상 간의 대화가 늦어지고 있지만, 미국에서 치러질 중간선거 등 정치적 사정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 더해서 북한이 연내에 남한에 오겠다고 했다. 다행한 일이다. ”

-10ㆍ4 남북공동선언이 지금도 화두다. 평양공동선언도 같은 맥락이라고 보나.
“남북 정상이 합의한 큰 줄거리는 10ㆍ4 남북공동선언 기반하고 있기에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평화문제도 그렇고, 경제적으로 북한 개혁‧개방하고 문을 열어서 우리가 철도ㆍ공단 등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우리가 세계틈바구니에서 경제적 어려움 겪고 있는데 북한이 또 다른 경제적 활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총수도 다녀와서 확인했다.

- 문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느냐다.
“포기하겠다고 약속했고 과거와 달리 전문가 조사도 받겠다고 했다. 정상 간뿐 아니라 국제적 약속하지 않았나. 과거 경험이 있어서 불안해하고 있지만, 신뢰를 갖고 정말 또 선의로 믿고 개화하고 타협하는 것이 맞지 않나.”
 
-문제는 서방세계는 핵 포기 후 경제제재를 풀겠다고 하는 반면, 북한은 경제제재와 동시에 풀라고 요구한다. 타협 될 수 있겠나.
“기본적인 것을 이행하면 성의를 보내야 하는 것이 협상의 법칙 아닌가. 지금도 이행하고 있고 추가적으로 약속했고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도 북한 인민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아무리 폐쇄된 사회라 할지라도 결국 지도자가 국민에게 신뢰를 잃으면 지도력도 잃게 된다. 군중에게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약속했는데 다시 암흑으로 들어갈 수 없다.”

“이른바 ‘냉면 발언’이 논란이다. 남북정상회담이든 이산가족상봉이든 우리가 주도적으로 관계를 이끌지 못하는 구조인 것 같다. 과거와 현재, 다르다고 보나.
“다르다. 과거와 달리 경제제재라는 큰 무기를 휘둘렀다. 북한은 그 압박을 감내하기 어렵다고 본다. 국가가 신뢰만으로 움직일 수 있겠나. 결국 경제제재 압박이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과거처럼 신뢰를 깬다면 그 고통을 지도자뿐 아니라 국민들도 감내하기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남북 교류를 위한 대학의 역할, 통일 이후 대학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평양을 다녀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신한대는 경기북부의 지리적 여건을 감안한 연구계획과 특성화 계획이 수립돼 있다. 2014년 개교와 함께 부설 연구기관으로 설립된 한민족평화통일연구원과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은 남북의 경계에 자리 잡은 경기북부의 지정학적 조건을 감안해 주민들의 통일염원을 담아내고 이를 국제적으로 확산하는 연구를 집중적으로 펼쳐 학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국제학술회의, 학술세미나, 콜로키움, 최고지도자과정 운영 등 다방면의 활동과 연구는 두 연구원의 핵심활동 영역이며, 특히 두 연구원의 활동은 현재 국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한 평화프로세스와 다가올 남북경협시대에 선제 대응하는 첨병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 정부에 누구보다 필요한 사람인 것 같은데, 대학으로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정치 경험을 대학에서 어떻게 살릴 수 있다고 보는가.
“학교 경영을 맡는 총장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아 두렵고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몇몇 대학에 교수로 근무하면서 얻은 경험은 교육 현장의 고충과 대학 교육의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을 실감하게 된 중요한 자산이 됐다. 현 정부가 요구하는 대학의 개혁은 이 시대의 사회·경제·문화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처방안을 찾아 교육에 담아내는 것이다. 이전의 정치 경력이 신한대 운영에 그 어느 때보다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다. 기본의 중요성과 그 중요성 위에 쌓아갈, 변화하는 정부의 교육 정책 방향을 누구보다 명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도 교육도 세상을 바르게 하고, 교육으로 바른 사람을 키우는 것에서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신한대는 4년제 종합대학 승격 이후 제2창학을 내걸고, 'Start New-versity라는 방향을 설정했다. 새로운 신한대의 비전과 발전전략은.
“2014년 종합대로 승격한 후 신한대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영성과 지성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시대발전에 공헌한다는 사명 아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인재 양성에 주력해왔다. 우리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뉴 비전을 발전전략으로 채택해 차별화된 교육을 통해 성공가치를 창출하는 대학을 지향하고 있다. 우리는 신한국인(ShinHan國人)을 양성하기 위해 강의품질 관리체계와 학생감동 인프라를 갖추는 데 주력하고, 연구 기초역량을 확보했으며 특성화 기반을 구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취업역량을 높이기 위해 학과별 로드맵을 구축하고 해외 공동학위제 확대로 대학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했다. 실용적인 산학기반 구축과 경기북부 평생학습 메카 구축에도 힘을 기울였다. 그래서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대학상의 정립에 주력하고 있다.”

-신한대 학생들의 리더십을 기르기 위해 교육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정자정야(政者正也)’란 말이 있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정치란 것은 바르게 하는 것’이란 뜻이다. ‘교자정야(敎者正也)’,  교육이란 것도 역시 바르게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세상을 바르게 하는 목표를 가졌다는 점에서 정치와 교육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간 대학에 있으면서 교육 현장의 고충과 대학 교육의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교육을 바르게 하는 것이 정치의 중요 과제라는 생각이 더 커졌다. 몸담은 신한대부터 교육을 바르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위기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교육부의 3주기 평가도 있다. 신한대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나.
“신한대는 2014년 실시한 통폐합 때문에 이번 2주기 평가에서 제외됐다. 여기에서 일부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 우리 대학 같은 경우는 10% 정원감축을 하는 평가 제외대학이 아니라 편제완성 후 2년이 미도래 돼 아직 평가 대상이 아닌 미(未)도래 대학이다. 물론 앞으로 다가올 대학 관련 평가를 철저히 준비해서 좋은 평가를 받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 대학에 원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에 충실한 대학이다. 기본에 충실한 대학만이 개혁과 변화를 동시에 교육으로 담아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기존에 실시되던 대학 ‘구조개혁 평가’가 ‘기본역량 진단평가’로 전환됐다고 생각한다. 취임을 결정한 순간부터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우리 대학과 비슷한 여건의 타 대학 사례들을 검토해 왔다. 지금은  현황 점검을 통해 기본에 충실한 제도와 시스템들을 체계적으로 정비함으로써 기본기가 탄탄한 대학으로의 초석을 다질 예정이다.” 

-신한대의 강점은.
“현재와 미래가 어느 대학보다 여러 측면에서 경쟁력 있다. 신한대는 4년제 종합대학 출범할 때 구조조정을 하며 입학정원 절반을 감축했다. 회사조차 구조조정 어렵지 않나. 대학에서 신입생 정원 50%를 감축하고, 구조조정하면서 종합대학 출범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교수, 직원, 학생들이 이런 힘든 과정을 이미 5년 전부터 해왔다. 그 바탕으로 인재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천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학교는 정부에서 요구하는 구조조정을 이미 실천ㆍ실현했다. 또한, 신한대는 경기북부 300만 지역의 거점중심대학이다.  경기북부의 유일한 거점대학으로 지역적으로 이점도 좋다. 지역과 산학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고, 수행하고 있다.” 

- 신한대를 어떤 대학으로 만들고 싶나.
“우선, 꿈을 꿀 수 있는 대학을 만들고자 한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점점 더 현실화 되고 있다. 저는 사람과 AI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꿈을 꾸느냐 못 꾸느냐라고 생각한다. 꿈은 한계를 뛰어넘는 상상이며,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창의인 것이다. 또한, 변화하는 대학이 되고자 한다. 변화를 쫓는 게 아니고, 변화를 선도해나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교육 목표도 그래야 한다. 우리 교육은 앞서가긴커녕 쫓아가기라도 하는지 의문이다. 우리가 이 변화 선도하지 않고 대학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는 시대가 온다고 믿는다. 신한대가 변화에 앞장서고 스스로 혁신의 길을 열어간다면, 새로운 대학의 강자로 앞서갈 수 있을 것이다. 신한대의 혁신을 이끌어 가겠다. ”

■ 서갑원 총장은...

국민대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 노무현 민주당최고위원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1999년 노무현 국회의원 보좌관, 2003년 청와대 비서실에서 의전비서관, 정무1비서관을 지냈다. 17‧1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운영위‧정개특위‧예결위 간사를 지냈다. 2012~2018년 중국 베이징대 초빙교수와 국민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를 역임했다. 올해 6월 신한대 제2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대담=이인원 본지 회장, 사진=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정리=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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