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청원고 교사

배상기 교사
배상기 교사

이번 주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다. 전국의 모든 고3 학생들과 재수생들이 긴장하고, 그 부모들이 긴장하고, 학교와 학원이 긴장한다. 한마디로 전 국민이 긴장하면서 그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계하고 있으며,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소위 수능 대박을 기원한다. 이런 수능시험은 모든 국민에게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기를 강요하면서까지 시행되는 국가의 교육 행사가 됐다.

그런데 이렇게 전국적으로 긴장을 하게 하는 수능시험이 전체 고등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일까? 수능시험은 대학교육에 필요한 능력을 측정해 선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해 신뢰할 만한 대입 전형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에 일반 대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일반 대학교가 아닌 전문대학교와 직업교육으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수능시험은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필요한 것일까? 결론은 별로 필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 전문대학교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에는 학생부를 중심으로 선발한다. 그렇기에 수능시험의 존재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수능점수를 반영하는 정시 선발의 경우는 간호학과나 보건계열 이외에는 별로 없다. 이 경우에도 수능시험 성적에 따라 학생의 능력이 차이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객관적 능력에 차이가 아니라 변별의 차이를 조정하는 정도로만 활용하는 것이다. 어느 전문대학교의 입학처장님의 말이다.

그렇기에 직업교육이나 전문대학교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수능시험은, 자신의 진로와는 전혀 관계없으며, 학생인 자신을 소외시키는 국가적인 교육 행사가 되는 셈이다.

필자가 확인한 어느 전문대 교수님은 직업교육 자체가 수능시험과의 연계성이 매우 약하다고 했다. 수능시험이 앞으로의 직장과 연계성도 적다고 했다. 대학에서 직업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할 때에는 수능성적보다는 학생 개인의 태도, 즉 학습형태와 특성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교수님은 직업교육을 받는 경우 수능성적이 좋다고 직업적으로, 전문적으로 뛰어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또 사회의 직업 현장에서는 점수보다 태도를 평가해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수능점수보다는 학생의 태도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도 했다. 성적이 좋아서 대학에 진학해도 태도가 나쁘면 사회진출이 어렵다고도 했다.

1등만이 인재가 아니라는 어느 교수님의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수능시험은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울 수 있다. 학교에서 전교 1등이 학업적으로는 우수할 수 있으나, 기업에서는 전교 100등이 우수할 수 있다. 선택형 시험에서 나타내는 성적의 우수성과 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후에 직업 현장에 투입됐을 때의 상황은 다르다.

수학, 영어, 국어를 변별력이라는 이유로 명문대 기준으로 어렵게 출제하는 것이 수능시험이다. 하지만 전문대학교에서는 그런 변별력은 필요하지 않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갖추면 된다. 그런 것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이 더 필요할 것이다.

대입 수능시험은 해마다 우리가 생각 없이 받아들여 온 국가적인 교육행사다. 그러나 그 이면의 그늘에 가려진 직업교육과 전문대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을 소외시키기도 했다. 수능시험을 잘 보는 것이 인생의 성공인 것처럼, 수능시험이 학생의 모든 능력을 측정하는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타당한 평가인 것처럼 인식시키면서, 수능과 관계없는 진로를 택한 학생들에게 자괴감을 주어온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대입 수능시험을 치르지 않는 학생들을 배려했으면 좋겠다. 수능시험이 학생의 인생을 좌우하는 듯한 뉘앙스로 말하거나 공론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능시험을 보지 않아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학생들이 직업 현장으로 가는 길목은 수능시험만이 아니다. 다양한 길목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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