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1등급컷 90점 미만 ‘역대 최초’
국어 수학(나) 고난도 ‘멘붕’…‘문과는 어쩌라고’
재학생 ‘암울’ 수능최저 ‘무더기 탈락’ 전망
재수생 ‘반사이익’…수시합격 가능성 ‘UP’

2019 수능은 역대 최고 난도를 다투는 '불수능'으로 판명됐다. 유독 어려운 난도 탓에 대입 지형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명섭 기자)
2019 수능은 역대 최고 난도를 다투는 '불수능'으로 판명됐다. 유독 어려운 난도 탓에 대입 지형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2019학년 수능 시험이 ‘역대 최고’를 논할 수 있는 ‘불수능’인 것으로 확인된다. 국어와 수학(나) 난도가 높게 형성된 탓에 문과 학생들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큰 모양새다. 수능이 상당히 어렵게 출제됨에 따라 대입지형은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2년 전 대입에서 높은 난도로 인해 재학생이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해 대거 탈락, 재수생이 반사이익을 받던 형국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유래 없는 ‘불수능’…‘역대 최고’ 수준 다퉈 = 15일 실시된 2019 수능은 ‘역대 최고’ 수준을 다투는 ‘불수능’으로 귀결 지어지는 모양새다. 학교 현장은 물론이고 학원가에서도 높은 난도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어려운 모의고사를 많이 접해 본 수험생들이 아니고서는 매우 어렵게 느꼈을 것"이라며 "상당한 변별력을 갖춘 시험"이라고 이번 수능의 전반적 난도를 평가했다. 

입시기관들이 내놓은 등급컷만 보더라도 이번 수능의 높은 난도는 충분히 짐작된다. 16일 기준 기관별로 소폭 차이는 있지만 국어는 85점에서 86점, 수학(가)는 92점, 수학(나)는 88점에서 원점수 1등급컷이 끊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국어다. 국어 1등급컷으로 예상되는 86점은 ‘전무후무’한 수준이라는 점에서다. 현재 수능체제와 유사하게 탐구 공통과목을 없앤 2005학년 수능 이래로 국어 1등급컷이 90점을 밑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당히 어려웠던 수능으로 기억되는 2011학년 수능 국어영역조차도 1등급컷은 90점에서 끊겼다. 등급컷은 수능이 어려울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띤다. 80점대 중반에서 1등급컷이 끊긴다는 것은 유래없는 일이라고 봐야 한다. 

국어의 높은 난도는 여타 영역까지 ‘연쇄 반응’을 일으켰을 것으로 보인다. 1교시 국어영역이 어려운 경우 ‘멘탈’이 흔들린 수험생들은 뒷 교시들까지 같이 망치는 경향이 나타나곤 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종로하늘) 대표는 “최악의 1교시”라며 “현행 수능 도입 이래 가장 어렵게 출제됐다. 과목간 난도의 심각한 불균형은 수험생들에게 상상할 수 없는 불안감을 안겨줬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수학마저 만만치 않다. 특히 문과 학생들이 응시한 수학(나) 난도가 높다. 국어와 마찬가지로 90점 미만의 등급컷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80점대 후반이 예상되고 있어 국어보다야 나은 사정이라고 하지만, ‘어렵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물론 92점에서 1등급이 끊길 것으로 보이는 수학(가)도 결코 쉬운 난도라고 볼 수 없다. 한때 ‘쉬운 시험’을 표방하던 수능이 ‘변별력’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은 2017학년부터의 일. 2017학년과 2018학년 수능 수학(가) 1등급컷은 92점으로 올해 예상치와 같다.

지난해 수능부터 원점수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절대평가로 돌아선 영어도 상당한 변별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입시기관들이 예상하는 영어 1등급 비율은 6%대 수준이다. 이투스 관계자는 “9월 모평에 비해 확연히 어려운 시험이라고 봐야 한다. 9월모평 영어 1등급 비율이 7.92%였는데, 이번 수능 영어는 7%를 넘기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데이터만 놓고 보면 6% 전후에서 1등급 비율이 형성된다. 실제 비율이 예상보다 다소 높아진 작년 사례를 볼 때 많아도 6% 중반 수준에서 1등급 비율이 끊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의 손기현 상무도 “1등급 비율이 6%를 넘길 것은 확실하다. 7%가 되느냐 안 되느냐가 관건인데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6.5% 전후로 1등급 비율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6%대의 1등급 비율은 작년 수능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치다. 작년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은 10.03%였다. 1등급을 받은 학생이 적어진다는 것은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 줄었다는 것으로 그만큼 시험이 어려웠음을 의미한다. 작년 수능 영어영역이 1등급 비율이 높다는 비판을 일으키긴 했지만 6% 중반이면 기존 4%의 수험생에게 1등급이 주어지던 상대평가 체제와 큰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한다. 

탐구는 여러 과목들로 구성돼 있어 일률적으로 난도를 논하기는 다소 어려운 과목. 전반적으로 볼 때 과탐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반면, 사탐 난도는 소폭 높아진 모양새로 비춰진다. 지난해 사탐이 만점을 받아야만 1등급인 과목이 6개나 나올 정도로 쉽게 출제돼 지탄을 받았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번 난도 상승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여지가 더 많다.

다만, 문과 수험생들은 ‘집단 멘붕’이다. 국어와 수학(나) 두 영역이 함께 어려워진 것도 모자라 사탐마저 난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소 이른 판단이지만 문과에서는 만점자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왜 이렇게 어려울까…영어 절대평가 ‘과도기’ = 올해 수능이 이처럼 ‘불수능’이 된 것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6월모평 난도가 높긴 했지만, 9월모평 들어서는 예년 수준으로 난도가 조정됐기에 이 정도로 어려운 시험이 출제될 것이란 예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과도한 난도 탓에 평가 시스템을 손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임 대표는 “어려워도 너무 과하게 어렵다. 평가원이 이 정도 난도를 의도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출제·검토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1교시부터 수험생들을 ‘멘붕’에 빠뜨린 국어의 경우 난도 조절 실패가 강하게 의심된다. 6월모평 당시 91점에서 1등급이 끊겼던 국어는 9월모평에서 97점의 등급컷을 보이며 난도를 크게 낮췄다. 그러다 갑자기 실전에서 난도를 크게 올린 상황이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평가원이 난도 조절 목적을 함께 담아 시행하는 모평 난도가 ‘롤러 코스터’를 타는 경우 꼭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최근 2년간은 두 모평의 난도가 이처럼 극명하게 차이나지 않았고, 실제 수능도 안정적으로 치러졌다. 올해는 이 부분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결론은 영어 절대평가 도입 초기 ‘과도기’이다 보니 벌어진 일이라는 데 모인다. 영어 절대평가 체제에서 변별력을 줄 수 있는 방법은 국어·수학 난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생각보다 난도를 높이는 실수가 더해졌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대입지형…재수생 ‘웃고’ 재학생 ‘운다’ = 수능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어렵게 출제된 탓에 대입지형도 따라서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수시에서 의외의 결과들이 속출할 수 있다.

수능이 어려운 경우 N수생(이하 재수생)·재학생의 분위기는 극명히 나뉜다. 올해 수능이 너무 어려운 탓에 재수생들의 분위기도 과히 좋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수능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쏟은 재수생들의 처지가 나은 편이다.

불수능인 해에는 재학생들이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해 수시에서 대거 탈락하는 경우가 나오게 된다. 재학생들이 채우지 못한 빈 자리는 재수생들의 차지다. 특히 최상위권 자연계 수험생들의 각축장인 의치한 입시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다. 

교과성적을 기준으로 전형이 진행돼 합격선 변동을 파악하기 쉬운 학생부교과전형을 보면 이를 명확히 알 수 있다. 도저히 합격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던 재수생이 재학생 대거 탈락의 반사 이익으로 합격하는 일이 나오곤 한다. 특정 학원 수험생들이 한 학과 합격생의 절반 이상을 휩쓰는 일이 나오는 것도 수능 변별력이 높을 때 볼 수 있는 사례다.

대학들도 높은 수능 난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한 주요대학 입학팀장은 “우리 대학도 논술 등에서 수능최저를 적용하고 있기에 수능 난도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논술성적이 아니라 수능최저 충족 여부가 합격을 좌우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는 점은 우려를 사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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