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지침 없는 수능30% 확대안…범위·기준 ‘불명확’
2021학년 전형계획 발표 이전 지침 필요…충격 완화책 ‘절실’

명확한 지침이 없는 수능 30% 확대안으로 인해 대학들은 구체적인 논의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재외국민전형을 전체 인원에 포함하고, 계열별 모집을 인정하는 등의 내부 방침을 세웠지만 아직 대학들에는 전달하지 않은 상태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명확한 지침이 없는 수능 30% 확대안으로 인해 대학들은 구체적인 논의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재외국민전형을 전체 인원에 포함하고, 계열별 모집을 인정하는 등의 내부 방침을 세웠지만 아직 대학들에는 전달하지 않은 상태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정부가 수능30% 확대안 등을 담은 2022학년 대입 개편안을 내놓은 지도 넉 달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혼란상은 여전하다. 대학들은 관련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0%라는 수치만 제시해놨을 뿐 △예체능실기전형의 정시 인정 여부 △재외국민전형 포함 여부 △계열모집 인정 여부 등 명확한 지침이 없는 탓이다.

대학들이 빨리 논의에 돌입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당장 내년 3월 말까지 작성, 4월 말까지 발표하는 2021학년 전형계획이 수요자들에게 ‘완충’ 작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1학년까지 현 기조를 유지하다 2022학년에 급작스레 변화를 주는 것은 큰 혼란으로 번지기 쉽다.

교육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현재 교육부의 내부적인 지침은 △예체능계열 불인정 △재외국민전형 포함 △계열모집 인정이다. 이 중 재외국민을 수능30% 계산의 모수로 인정하는 방침은 향후 분란으로 번질 여지가 큰 사안으로 보인다. 통상 수시·정시 비율을 따질 때 제외되는 재외국민이 포함되면서 실제 수능위주전형 권고비율이 30%를 웃돌게 된다는 점에서다. 실기위주전형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예체능계열을 놓고도 교육부와 대학 간 설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 상황의 가장 큰 문제는 주객이 전도돼 있다는 점. 수능30% 확대안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주체는 교육부지만, 정작 몸이 달아있는 것은 대학들이다. 대학가에서는 특정전형 비율 권고라는 ‘이례적’ 조치로 혼란스러울 수험생들을 위해 2022학년 전형계획 발표에 앞서 수능위주전형 선발 예상비율 등을 자체 발표하겠다는 의견까지 나오지만, 정작 교육부는 느긋하다. 2022학년 대입전형 기본사항이 나오는 8월 말까지 관련 지침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주사위 던져진 2022 대입 개편안, 최고 관심사 ‘수능 30% 확대’ = 교육부는 지난 8월17일 ‘2022학년 대입제도 개편안’을 고교교육 혁신방안과 함께 발표했다. 당시 발표된 대입 개편안에는 △수능위주전형 비율 30% 이상으로 확대·권고 △수능 문·이과 구분 폐지와 선택권 확대 △학생부 기재개선 △평가기준·선발결과 공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중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수능전형 30% 이상으로 확대’다. 특정 전형의 비율을 정한다는 것은 유례 없는 조치였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처한 여건이 각기 다르다는 점에서 일률적인 강제가 가능하느냐는 의문도 뒤따랐다. 국가교육회의가 교육부에 전달한 권고안에도 “확대될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한다면서도 “수능위주전형의 비율은 정하지 않되”란 말이 포함돼 있었다. 

특정전형의 비율을 정한다는 것은 고등교육법과도 상충되는 조치다. 현재 대입은 어디까지나 대학 자율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권고’로 표현했지만, 정부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겠다는 것은 실질적인 통제나 강제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수능전형 비율을 30% 이상으로 딱 잘라 정했다. “학생들의 재도전 기회를 확대하고 대입 준비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능위주전형이 30% 이상이 되도록 각 대학에 권고”한다는 이유에서다. “수능위주전형 비율을 확대해달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며 “대학들도 이를 이해하고 존중해 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교육부가 수능 30% 확대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는 강해 보인다. 단서까지 두며 밀어붙이는 정책이라는 점에서다. 당시 교육부는 수능위주전형 비율이 30%를 밑도는 경우 2020년부터 실시되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참여할 자격조건을 부여하지 않겠다 하면서도 “수시 학생부교과전형 30% 이상 대학은 (사업참여) 자율”이라며 교과전형이 30% 이상인 경우에는 사업에 참가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기까지 했다.

■개편안 발표 이후 넉 달…명확한 지침 없어 대학들 ‘혼란’ = 문제는 수능전형 30% 확대안이 나온 지 넉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대학들은 ‘혼란’에 빠져있다는 데 있다. 명확한 지침이 없는 탓에 대학마다 30%라는 수치를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보니 대학들은 현재 원론적인 ‘담론’에만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정시확대를 위해 다른 전형을 줄일 때 활용할 전형이 뭔지 정도만 논의하고 있는 상태다. 총장 교체 문제로 명확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던 서울대는 아예 논의 자체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대다수 대학에서 축소 대상으로 점찍고 있는 전형은 논술전형이다. 정부가 ‘점진적 축소와 폐지’를 공언한 전형이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논술문제 출제에 드는 기본적인 비용과 노력을 고려할 때 현재 이상으로 논술전형을 줄이긴 어렵다는 대학도 존재한다. A대학 입학처장은 “이미 논술전형을 상당히 줄인 상태이기에 더 줄이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인원과 관계없이 논술선발을 실시하는 경우 드는 비용과 인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논술을 줄이는 것은 전형료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전형료를 인하한 상태에서 논술마저 크게 줄이면 당장 한 해 운영이 쉽지 않을 정도”라며 “그렇다고 정부방침을 따르지 않을 수도 없다. 빨리 지침이 주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논술이 없는 대학들은 어쩔 수 없이 학생부교과전형이나 학생부종합전형을 줄여야 하는 상황. 다만 학생부종합전형을 지금에 와서 줄이기는 어렵다는 게 대학들의 반응이다. B대학 입학 관계자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미 갖춰놓은 평가체계를 뒤엎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체적 논의 왜 어렵나…30% 기준점 ‘모호’ = 이토록 대학들이 논의가 원론 수준에서 그치는 것은 수능 30% 확대의 기준점이 모호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예체능실기전형의 정시 인정 여부 △재외국민전형 포함 여부 △계열모집 인정 여부 등이 대학들이 의문을 갖고 있는 사안이다. 각 사안은 실기가 동반되는 예체능실기전형이 정시에 포함돼 있는 경우 이를 30%로 인정할 것인지, 전체 모집인원에 재외국민전형이 포함되는 것인지, 특정전공을 수시에서 100% 선발하는 경우를 인정해줄 것인지로 풀어서 볼 수 있다.

이 중 예체능실기전형은 명확한 지침이 내려지지 않았을 뿐 사실상 결론이 나 있는 상태다. 교육부가 ‘수능위주전형’이라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수시와 정시는 ‘선발시기’의 문제일 뿐 예체능실기전형은 정시에 포함되더라도 수능위주전형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도 “2022학년 개편안에서의 30%는 수능위주전형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를 재확인했다.

다만, 일부 대학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체능실기전형은 그 특수성을 고려해 아예 전체 모집인원에서 빼야 한다는 것이다. 한 주요대학 입학팀장은 “예체능실기전형을 전체 모집인원에 집어넣으면서 수능위주전형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면 예체능 모집단위가 있는 대학은 불리함을 감내하라는 얘기”라며 “전체 모수에서 예체능실기전형을 빼고 30%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외국민 포함하나 안 하나…전체 모수에 영향 = 또 다른 문제는 재외국민전형이다. 교육부는 앞서 2022학년 대입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수능이나 교과전형이 30%를 넘지 않는 대학 35개교의 명단을 ‘참고자료’로 함께 공개했다. 2020학년 기준 전체 대학 가운데 수능 30% 이상 확대안에 있어 문제가 되는 대학 수가 많지 않아 혼란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에서였다.

다만, 대학들은 다른 측면에서 의구심을 표했다. 전체 모집인원이 너무 크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2020학년 전형계획을 기반으로 정원 내 모집인원을 정리하면 고려대는 3799명이지만 자료에는 4163명으로 표기됐다. 서울대도 3179명의 정원 내 모집인원이 아닌 3361명이라는 수치가 제시되는 등 대다수 대학의 전체인원은 정원 내를 기준으로 했을 때보다 더 컸다. 통상의 수시·정시 모집인원이 아닌 정원 외 전형인 재외국민전형까지 포함된 수치가 전체인원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당시 발표내용처럼 재외국민전형을 포함시키면 대학들의 부담은 한층 커진다. 정원 외 전형이 더해지며 전체 ‘모수’가 커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1000명의 정원을 지닌 대학이 300명을 수능위주로 선발하고 있다면 30%를 충족할 수 있지만, 정원의 2%까지 선발 가능한 재외국민전형이 모수에 포함되면, 그만큼 확보해야 할 수능위주전형의 규모가 커지게 된다.

교육부는 현재 재외국민을 모수에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농어촌특별전형 같은 전형들도 특정한 유형의 학생들만 경쟁하지만 전체 모집인원에 포함된다. 재외국민도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재외국민전형의 모집인원을 넣어 놓은 대학들도 많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들의 반응은 이와 다르다. 재외국민까지 포함해 전체 모집인원을 따지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 C대학 입학팀장은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재외국민을 넣는 대학보다 안 넣는 대학이 더 많을 것이다. 기존에 수시·정시 비율을 따질 때도 재외국민을 넣어서 계산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D대학 입학부처장은 “굳이 따지자면 재외국민이 수시에 들어가긴 하지만, 그 인원들까지 다 넣어서 수능위주전형을 계산하는 것은 대학에게 너무 가혹한 조치다. 정원 내를 기준으로 해서 30% 범위를 따져야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재외국민을 포함하는 것으로 방침을 세웠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할 때는 뒤집힐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C대학 입학팀장은 “교육부가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을 내놨다가 현장 반발로 물러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재외국민을 포함해 전체 모집인원을 따지겠다는 것도 같은 결로 보인다. 내년 대입전형 기본사항 발표 전 사전 설문조사 등의 절차에서 대학들이 반발하고 교육부가 한 발 물러나는 그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계열모집 인정할까? 취지와 현실 갈등 속 ‘인정’으로 가닥 = 이화여대와 중앙대처럼 정시에서 계열모집을 실시, 특정 전공을 수시에서 100% 모집하고 있는 대학들도 고민 중이다. 과연 교육부가 전체 인원을 대상으로 수능30%를 인정할지, 개별 모집단위마다 30%를 요구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다. 

당초 교육부가 수능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라고 한 것은 학생들의 재도전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것. 그 취지를 더듬어보면 개별 모집단위마다 30%를 인정하는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 대학들의 관측이다. 이런 경우 계열모집을 실시하는 대학들은 수시·정시 모집구조 전반을 뜯어 고쳐야만 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러한 세부내용까지는 관여하지 않고 대학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등교육법상 선발권은 대학에 있다. 국민들이 정시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 최소한 30%까지는 확대하도록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권고하는 것일 뿐이다. 대학마다 인재상이 다르고, 재학생들을 어떻게 키워 사회인재로 만들어나갈지에 대한 기준이 다 다르다. 일률적으로 전 모집단위에서 30% 이상을 수능으로 선발하라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례적’ 확대조치, ‘충격 완충’ 위해서라도 빠른 지침 전달 ‘절실’ = 이례적인 특정 전형 확대 권고 조치가 나오면서 2022학년 대입을 치르게 될 중3 학생들은 혼란이 큰 상황. 이들이 받게 될 충격을 완충시키기 위해서라도 대학들은 2021학년부터 정시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수요자들이 받는 충격이 덜하다는 것이다. 

현재 대입 사전 예고제대로라면 2022학년 대입 관련 대교협이 발표하는 대입전형 기본사항은 내년 8월, 대학들이 발표하는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내후년인 2020년 4월에서야 나온다. 대학들은 유례없는 정책의 ‘모르모트’가 된 중3들을 위해 빠른 발표가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D대학 입학부처장은 “2021학년은 2022학년 대입에서 발생 가능한 혼란을 줄이는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해다. 대입전형 시행계획 공고 시점 전에 정시 선발규모를 앞당겨 발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기존 대입 사전 예고제를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며, 빠른 지침 전달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 사전 예고제 일정도 대학 입장에서는 엄격하게 느끼기 쉽다. 대학들이 자체 발표에 나서겠다면 이를 말릴 이유야 없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사전 예고제 시기를 앞당기는 조치는 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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