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학 연세대 총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

2019년 기해년 아침이 밝았습니다. 동해에서 떠오른 힘찬 햇살의 기운이 연세 가족 모두에게 따뜻한 희망을 주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지난해는 우리 모두에게 힘겨운 한 해였습니다. 계속된 등록금 동결과 입학금 폐지, 그리고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 등으로 인한 재정 압박은 우리나라 대학 모두가 겪어야 했던 어려움이었습니다. 어려움을 견디며 맡은 소임을 다하신 교수님들과 교직원 선생님들 모두에게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모교를 위해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시는 동문께서 늘 곁에 계셔 주셔서 마음 든든합니다. 동문과 연세 가족 모두의 응원에 힘입어 연고전에서 2년 연속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승리보다 더욱더 값진 것은 상대교보다 훨씬 더 많은 학생이 응원에 참여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학생들은 연고전을 통해서 학교에 대한 사랑과 함께 연세인으로서 하나 됨이 무엇인지를 경험했을 것입니다. 

지난 5년간 우리 대학의 평가순위에 대해 많은 동문께서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전해 주십니다. 꾸준한 노력을 통해 가장 권위 있는 THE의 경우 지난 3년간 순위를 140계단 상승시켰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대학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세계대학 순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연구력은, 지난 5년간 생산된 논문에 대해 누적 평가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순위를 급상승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학교가 연구력 향상에 온 힘을 쏟고 있는 만큼, 그리고 연구력을 향상시켜 학교의 명예를 지키려고 하는 교수님들이 늘어나고 있기에 조금 더 기다리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연고전 전적이나 대학순위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연세다움은 미래대학을 향한 큰 그림을 그리며 앞서 나아가는 것에 있습니다. 저는 총장으로 취임하던 순간부터 연세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방향을 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3년간 저는 연구와 교육, 사회공헌의 내용과 방식을 바꾸려고 노력했습니다.

우선 연구력을 증진하기 위해 여러 제도를 연구자 중심으로 개선했습니다. 교수평가 제도를 양적 평가에서 질적 평가로 전환하고 우수 논문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한 이후, 질적으로 우수한 논문들이 증가하고 하위 논문이 감소하는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이공계 신임 교수 연구정착금을 1억 5천만 원, 인문사회계는 3천만 원으로 대폭 상향하고, 상시 채용제를 시행한 결과 연구력 상위 5% 이내의 교수들이 영입되고 있습니다. 학과에 배정된 교수 T/O가 소진되지 않고 뽑을 때까지 연장될 수 있도록 한 것도 우수 교원 충원의 또 다른 이유입니다. 또한 6년 근무 이후 주어지던 연구년을 3년마다 부여하여 한 학기씩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연구비 증빙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영수증 풀칠 처리를 없앴더니, 그 파급효과가 다른 대학에도 미치고 있습니다.

송도 국제캠퍼스에 연세사이언스 파크 조성의 첫 단계로 융합과학기술원을 설립했습니다. Biopharma 연구소 설립을 필두로, 바이오 및 제약연구단지를 조성하고 2024년에는 연구중심의 송도세브란스병원을 개원할 예정입니다. 올해에는 바이오융합연구소가 개설되어 새로운 모델의 학연산 프로그램이 시작될 것입니다. 연세 프런티어 랩(YFL)에서는 원스톱 국제공동연구 지원을 계속하고 있으니, 더 많이 이용하여 연구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세계 최초로 상용 5G망을 기반으로 공과대학, 음악대학, 생활과학대학, 의과대학, 치과대학이 KT와 공동으로 5G 테스트베드를 활용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곧 VR, MR, 홀로렌즈 등 실감 미디어에 기반한 교육 콘텐츠가 만들어지면 연세가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을 선도할 것입니다. 포항공대와의 개방공유 캠퍼스 선언 이후, 70여 명의 포항공대 교수를 겸임 교수로 모셨고, 5개의 공동 연구단이 가동 중입니다.

사랑하는 연세인 여러분, 

이제 연세의 교육은 경쟁을 벗어나 함께 배우는 교실로, 또 교실의 벽을 허물어 동료 간에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전인교육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우리 대학은 절대 평가제를 전면 실시하여 교수평가의 자율성과 재량을 확대하고 경쟁보다는 문제해결 중심으로 교육 방향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사회적 문제를 풀기 위한 88개의 강좌와 35개의 창업 관련 강좌가 개설되어 각각 4,000명과 1,500여 명의 학생들이 현실의 문제를 직접 풀어보는 체험을 했습니다.

사회혁신을 위한 시도는 교실 밖에서도 한층 열심입니다. 실천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해보는 OT2(One Team, One Task)를 더욱 확장할 예정이며 교내 봉사 동아리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Change Agent’도 출범했으며,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실천을 위한 ‘V-Forum(Volunteer Forum)’을 개최했습니다. 창업 관련 동아리 50여 개 팀이 고등교육혁신원의 지원을 받으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타우너스(Towners) at 워크스테이션’이란 공모사업은 올해 참여 규모를 100여 개 팀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의료원에서도 의료저혜택국가의 의과대학생을 초청해 교수급으로 성장할 때까지 지속해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우리 연세대학교는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으로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지와 한국 CSR 연구소가 선정한 ‘대한민국 사립종합대학 사회 책임 지수’에서 1위를 차지해 공감문명 시대에 연세의 위상을 확고히 했습니다. 세브란스병원도 국가고객만족도(NCSI)에서 8년 연속 1위, 한국 소비자 웰빙 지수 종합병원 부문에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공감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글로벌사회공헌원이 매년 2월 주최하는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에 여러 국제기구에서 협력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에는 유엔과 World Bank, WHO, 유엔인구기금 등 국제기구와 해외 정상급 인사들이 참가해 “A Call to Action: Empower People, Share Prosperity”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게 됩니다. 또한 이 포럼에서는 우리 대학이 구성한 지속가능도시연구 네트워크에 참여한 스탠퍼드대, 칭화대, 코펜하겐대, 동경대, 싱가포르대 등 12개 대학이 미래도시 건설을 위한 이론과 실천 계획에 관해 토론하게 됩니다.

친애하는 연세인 여러분,

우리의 도전은 2019년에도 계속됩니다. 더욱 거센 파도가 우리에게 밀려와도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우선 내년도 4단계 BK21사업에서의 선전을 위해 전교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용인 동백에 세워질 용인병원의 건설도 내년 2월 개원을 목표로 차근차근 진행 중이며, 칭다오세브란스병원도 2021년 하반기 개원을 목표로 차질 없이 공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역량강화대학으로 평가된 원주캠퍼스는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외부 컨설팅을 받아가면서 혁신안을 도출하고 있습니다. One University, Multi-campus의 장기적인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데, 눈앞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미래를 향해 가야 할 큰길을 버린다면 곧 극복하기 어려운 위기를 맞을 것입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그 어느 집단도 생존하지 못했다는 역사의 교훈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원주캠퍼스는 반드시 혁신에 성공할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합니다. 

우리 앞에 놓인 길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기에 올해도 바쁜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우리가 함께하면 이루지 못할 일도 없다고 믿습니다. 연세 구성원들의 변함없는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주님의 은총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