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으로 변별력 상승, 상위권 동점자·지원자 풀 감소
'하향·안정 지원' 경향 뚜렷…"납득 어렵다" '빠른 재수' 선택도 늘어나

(사진=중앙대 제공)
3일 끝난 정시모집 원서접수 결과 서울 주요 15개대학의 경쟁률이 전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수능으로 인한 상위권 동점자와 지원자풀 감소, 빠른 재수 선택 등의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주요대학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중앙대. (사진=중앙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단연 높은 수험생 선호도를 보이는 서울권 주요 15개대학의 정시모집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정원내 기준 모집인원이 1만5252명에서 1만4844명으로 줄어 경쟁률이 오를 여건은 충분했지만, 지원자 감소폭이 더 컸다. 주요대학 지원자는 지난해 10만3141명에서 올해 8만9581명으로 1만3000여 명이나 줄었다. 그 결과 경쟁률은 6.67대 1에서 6.03 대 1로 낮아졌다. 

이처럼 주요대학 경쟁률이 낮아진 것은 변별력이 높아진 ‘불수능’의 영향으로 적정·안정 지원하는 경향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상위권 동점자가 감소한 것이나 불수능으로 인해 재수를 결심한 수험생이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서울권 주요 15개대학 경쟁률 6.03대 1 ‘하락’ = 3일을 끝으로 종료된 정시모집 원서접수 현황을 본지가 자체 취합한 결과 단연 높은 수험생 선호도를 자랑하는 서울권 15개 주요대학(이하 주요대학)의 경쟁률이 지난해 대비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원내 전형을 기준으로 집계한 올해 주요대학의 정시모집 경쟁률은 6.03대 1이다. 1만4844명을 모집한 주요대학에는 8만9581명의 수험생이 원서를 냈다. 지난해에는 1만5452명 모집에 10만3141명이 지원해 6.67 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경쟁률 하락은 주요대학 전반에 나타난 현상이다. 경희대와 숙명여대의 경쟁률이 예외적으로 오르긴 했지만, 그 폭은 크지 않았다. 경희대는 지난해 5.92 대 1에서 6.12 대 1(모집 1429명/지원 8747명, 이하 모집·지원 생략), 숙명여대는 4.32 대 1에서 4.41 대 1(810명/3570명)로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대다수 주요대학 경쟁률은 ‘급전직하’했다. 예년에는 경쟁률 상승·하락 대학이 엇갈리는 추세였지만, 올해는 대부분 경쟁률이 낮아졌다. 서울대 경쟁률이 3.58 대 1(901명/3224명)로 2005년 이후 14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데 더해 연세대 경쟁률은 5.33 대 1에서 5.01 대 1(1278명/6404명)이 됐고, 고려대도 5.36 대 1에서 4.39 대 1(851명/3738명)로 경쟁률 하락을 면치 못했다.

나머지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다군 모집’을 배경으로 최근 4년 연속 주요대학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 중인 중앙대가 10.24 대 1(1185명/1만2131명)로 지난해 12.07 대 1만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어 8.12 대 1(1569명/1만2733명)의 홍익대, 7.62 대 1의 건국대(1191명/9078명), 6.12 대 1(1429명/8747명)의 경희대, 5.98 대 1(388명/2321명)의 서강대, 5.85 대 1(1227명/7174명)의 한국외대, 5.73 대 1(894명/5127명)의 동국대, 5.22 대 1(864명/4512명)의 한양대, 5.16 대 1(779명/4023명)의 성균관대 순으로 줄줄이 경쟁률이 전년 대비 낮아진 모습을 보였다. 

■‘불수능’ 여파 상위권 감소에 하향지원 경향 ‘뚜렷’…재수 결심 수험생 ‘확대’까지 = 결국 올해 주요대학 경쟁률이 이처럼 하락한 원인은 지원자 감소다. 지원자가 줄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주요대학 지원을 타진해 볼 만한 상위권 수험생이 줄었다는 얘기로 이어진다.

올해 상위권 수험생이 줄어든 이유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매년 수시 모집인원이 확대되면서 정시에서 지원 가능한 성적대의 인원들이 수시에 이미 합격해 정시 원서를 넣을 수 없다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현행 대입제도 하에서는 수시에 최초합격·추가합격하는 경우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군외대학인 과학기술원에 지원하는 정도만이 방법이다. 흔히 수시와 정시를 분리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수시모집에 합격하는 학생들 중 상위권층은 수능에서도 상당한 성적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최근 수시가 확대되면서 ‘정시 일변도’를 노리는 수험생이 대폭 감소, 예전처럼 ‘정시형’과 ‘수시형’으로 수험생을 가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수능을 잘 본 수험생 중 상당수가 정시에 지원 불가능하기에 경쟁률이 감소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보다 주요한 원인은 ‘불수능’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9학년 수능은 국어 표준점수가 150점으로 치닫고, 영어 1등급 비율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나는 등 상당한 변별력을 갖춘 수능으로 평가된다. 그러다 보니 상위권 동점자 수는 대폭 감소했고, 그에 따라 경쟁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올해는 전년도에 비해 변별력이 확보된 수능의 영향으로 상위권 동점자 수가 감소해 상위권 대학 대다수 경쟁률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도 “올해 국어와 수학·영어가 어렵게 출제돼 최상위권의 소신지원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시험이 어려워진 만큼 최상위권 층이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일부 감소하며 경쟁률이 낮아졌다”고 했다.

‘불수능’으로 인해 정시지원을 사실상 포기하고 ‘빠른 재수’를 선택한 학생들이 많다는 점도 주요대학 경쟁률 감소 이유 중 하나로 봐야 한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올해 대입 재수선행반 등록인원이나 문의 등 수요가 지난해보다 늘어나는 추세다. 다른 대형 학원들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 수능이 어려운 탓에 본인의 성적을 납득하지 못하는 수험생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능이 어려워지면 나타나는 ‘하향지원’ 경향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상위권은 동점자가 대폭 감소, 비교적 구간이 명확히 나뉘면서 ‘상향지원’을 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 이 소장은 “어려웠던 수능으로 인해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성적대별로 명확히 변별됐다. 자신의 성적에 맞는 적정·안정 지원 경향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수험생들의 하향지원 경향을 명확히 알 수 있는 일면은 ‘비인기학과’ 경쟁률이다. 대학별 경쟁률을 보면 상대적으로 선호도 낮은 학과들의 경쟁률은 높았던 반면 인기있는 학과의 경쟁률은 낮았다. 평균 4.39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고려대의 경우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7.19 대 1), 지구환경과학과(4.7 대 1), 노어노문(4.5 대 1), 한문학과(4.13 대 1) 등의 경쟁률이 높은 편이었으며, 연세대도 국어국문(9.53 대 1) 대기과학과(8 대 1) 천문우주(7.5 대 1) 영어영문(6.23 대 1)의 경쟁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 소장은 “지원자들이 안정지원을 하면서 대학을 낮춰 지원하기 보다 일단 대학을 정한 후 학과를 낮춰 지원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14년 만에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대의 경우 과탐Ⅱ 응시인원 감소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 서울대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수능에서 과탐Ⅱ를 한 과목 이상 선택해야만 한다. 과탐Ⅱ 선택 인원이 매년 줄어드는 추세이며, 지난해 2만5743명에서 올해 2만2654명으로 또 줄어들었기에 서울대 지원자 풀도 덩달아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서울대 지원자를 계열별로 구분하면, 자연계열 지원자는 지난해 2182명에서 올해 1809명으로 300여 명 이상 줄어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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