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 소폭 감소 그쳐…인문계열 분리모집 6개교 경쟁률 ‘전부 상승’

한의대 정시모집 경쟁률이 9.42대 1로 예년 대비 하락했지만, 의학계열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었다. 인문계열 수험생들의 한의대를 향한 높은 관심도 여전했다. 사진은 국내 최고 선호도를 보이는 경희대 한의대의 경혈학 실습 모습. (사진=경희대 제공)
한의대 정시모집 경쟁률이 9.42대 1로 예년 대비 하락했지만, 의학계열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었다. 인문계열 수험생들의 한의대를 향한 높은 관심도 여전했다. 사진은 국내 최고 선호도를 보이는 경희대 한의대의 경혈학 실습 모습. (사진=경희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전국 12개 한의대 정시모집 경쟁률이 9.42대 1로 전년 대비 ‘소폭 하락’ 했지만,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여타 의학계열 모집단위들에 비해 높은 경쟁률이 여전히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한의대 정시 경쟁률의 특징은 인문·자연 계열 분리모집을 실시한 6개교에서 인문계열 경쟁률이 모두 상승했다는 점이다. 장기화되는 취업 한파로 인해 의학계열의 문을 두드리는 인문계열 수험생이 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의대 정시 경쟁률 9.42대 1 ‘소폭 하락’…높은 선호도 ‘변함없어’ = 3일을 끝으로 종료된 정시모집 원서접수 현황을 본지가 자체 취합한 결과 의대·치대와 함께 ‘의치한’으로 분류되는 의학계열 모집단위인 한의대 정시모집 경쟁률이 지난해 대비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내 전형 기준 올해 378명을 모집한 전국 12개 한의대는 3560명의 지원자가 몰려 9.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380명 모집에 3685명이 지원하며 기록한 9.7대 1과 비교하면 다소 낮은 수치지만 여전히 의학계열 중에서는 가장 경쟁이 뜨겁다. 같은 기간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실시한 의대는 6.18대 1, 치대는 6.27대 1로 한의대보다 경쟁률이 낮은 편이었다.

가장 경쟁률이 높은 곳은 올해도 동국대(경주)였다. 동국대(경주)는 상지대와 더불어 다군모집을 실시하는 유이한 한의대로 매년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곳이다. 인문계열 분리모집을 실시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예년과 동일한 자연계열 모집만 실시, 31명 모집에 634명이 지원해 20.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군에서 모집을 실시한 상지대는 일반전형 17.31대 1(모집 58명/지원 1004명, 이하 모집·지원 생략), 지역인재전형 7대 1(2명/14명)으로 뒤를 이었다. 

가군에서는 12.57대 1(21명/264명)을 기록한 동신대의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나군에서는 2017학년부터 3년째 가군에서 나군으로 자리를 옮겨 모집을 실시 중인 부산대가 8.33대 1(6명/50명)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홀로 서울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전국 한의대 가운데 선호도 면에서 단연 앞서 있는 경희대 한의대의 경쟁률은 인문계열 8.78대 1(9명/79명), 자연계열 5.71대 1(24명/137명)로 가군에서 모집을 실시한 3개 한의대 중 가장 낮았다. 가장 선호도 높은 한의대라는 점에서 수험생들이 쉽사리 원서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높아지는 인문계열 경쟁률…분리모집 실시 6개교 ‘전부 상승’ = 한의대는 의학계열 입시에서 여타 의대·치대와 달리 다소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인문계열을 모집하는 것이 극히 이례적 사례에 불과한 의대·치대와 달리 인문계열에 비교적 자유롭게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정시모집을 실시한 전국 12개 한의대 가운데 자연계열 수험생의 지원만 허용하고 있는 곳은 동국대(경주)·부산대의 2개교에 불과하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을 동시에 선발하는 동신대·상지대·세명대·우석대까지 제외하고 보더라도 절반에 달하는 6개교가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을 분리 선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대학별 전형방법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통상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에 모두 문호를 개방한 경우 통합선발하는 것보다 분리선발하는 것이 인문계열이 교차지원하는 데 있어서는 더 유리하다고 봐야 한다.

올해 한의대 경쟁률의 특징 중 하나는 이처럼 분리모집을 실시한 6개교에서 인문계열 경쟁률이 모두 상승했다는 점이다. 대전대는 일반전형의 경우 지난해 9.75 대 1에서 올해 11.29 대 1(7명/79명), 지역인재전형의 경우 2.33 대 1에서 4.33 대 1(3명/13명)로 경쟁률이 높아졌고, 경희대도 인문계열은 6.08 대 1에서 8.78 대 1(9명/79명)로 경쟁률이 올랐다. 가천대와 대구한의대, 동의대와 원광대도 모두 인문계열 경쟁률이 오른 곳이다. 이들 가운데 대전대 일반전형과 대구한의대 동의대는 자연계열 경쟁률이 모두 하락하며 인문계열 경쟁률과 명확한 대조를 이뤘다. 

인문계열 경쟁률 상승은 취업난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직’인 의학계열에 대한 수험생 관심이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인문계열 수험생들이 의학계열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인 한의대가 인기 고공행진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일부 대학의 자연계열 경쟁률이 오른 이유로는 보다 인기가 높은 ‘의대’ 입학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지목된다. 한의대는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의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지만, 이후로는 서서히 인기가 낮아져 현재는 의대에 비해 비교적 낮은 성적대를 형성하고 있다. 의대에 입학하긴 어렵지만 의학계열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대안’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의대의 높은 인기는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그간 의전원·의대 체제가 혼재돼있어 모집인원 변동이 잦았던 의대와 달리 별다른 변화가 예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현재 한의대 중 부산대가 한의학전문대학원 체제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미 고졸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어 추가 변화가 생길 여지가 낮다. 공공의대 설립 등 수요-전망에 대한 논란이 있는 의대와 달리 한의대는 학과 신설이나 증원 등도 논의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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