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
(삼육보건대학교 기획처장)

박주희 회장
박주희 회장

문재인 정부가 우리나라 대학교육 혁신을 위해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한 공영형 사립대 시행이 임기 3년 차에 접어든 지금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공영형 사립대는 정부가 사립대에 운영 예산을 지원하고 공공이사 파견을 통해 재정 운영을 투명화해 대학 교육의 질을 전반적으로 대폭 강화하고자 하는 정책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교육 여건상 국립대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문제점을 일부 해소하고 고등교육의 공공성과 국가 책무성을 향상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다.

당초 교육부는 올해부터 4년간 약 3000억원 예산을 확보해 30개 대학을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하기 위한 시범운영을 실시하고자 했으나,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우여곡절 끝에 확보한 예산 규모는 ‘공영형 사립대 기획연구비’ 명목의 10억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교육에 있어서 높은 공공성 및 국가 책무성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여러 교육 선진국은 일반적으로 국립대 운영 비중이 최소 50%에서 많게는 80%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도 교육부 통계를 기준으로 전체 대학 중 사립대학의 비율은 85.3%다. 우리나라가 교육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국립대학의 수를 대폭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가까운 시일 내에는 불가능하기에 공영형 사립대는 반드시 성공적으로 정착돼야만 하는 중요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문대학은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서 빠른 입직을 희망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직업교육을 통해 사회안전망의 기능을 강화하고 미래사회에 강조되는 교육․고용․복지의 통합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대학은 사립대학 의존도가 93.5%로, 일반대학의 81.5%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공영형 사립대의 운영 취지가 결국 지역 거점 국립대의 역할을 사립대가 분담함으로써 취약 계층 및 지역에 대한 교육 형평성 확보에 있다고 볼 때, 그 선정 기준에 있어서 지방 군소도시 등에 분포한 대학 및 사회 취약계층의 분포도가 높은 전문대학에 더 높은 비중을 두는 것이 공영형 사립대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OECD 국가는 국공립 직업교육대학 및 정부의존형 사립 직업교육대학의 재학생이 70% 이상으로서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국가의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책무성이 강화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학력·학벌 중심의 사회 분위기로 인한 일반대학 선호, 직업교육대학 기피 풍조, 가난의 대물림 고착화 등이 커다란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문대학에는 저소득층 학생의 비율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이 저렴한 국립대학의 수는 전체 대학 수를 기준으로 5.6%, 입학정원 기준 0.9%에 불과하다. 직업교육대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문대학 입학정원(2016학년도)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전체 입학정원의 35.6%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전문대학을 비롯한 직업교육대학 지원자들에 대해 국립대학 수준에 준하는 높은 수준의 교육 환경을 보장해야만 한다. 따라서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정책은 전문대학에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고등직업교육 개혁을 대학교육개혁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그 구체적 정책의 일환으로 실무중심의 직업교육(전문학교)과 대학의 장점인 폭넓은 교양이나 지식·이론 교육(대학)이 통합된 전문직대학을 출범했다. 일본은 이를 통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혁신 기술, 인간의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미래형 서비스를 제시할 수 있는 창의적 실천 인재를 양성하고자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기존의 고등교육기관들이 산업사회의 요구에 부합하는 인력 양성을 하는 데 한계를 갖고 있기에 일본은 앞으로도 학문성과와 직업분야에서의 성과, 즉 자격체계와 연계해나가려는 시도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저출산·고령화가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직업교육에 있어 학령인구 감소 및 노동인력 양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공영형 사립대정책은 고등직업교육의 높은 공공성을 고려할 때 매우 좋은 취지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향후 그 운영에 있어 본래의 취지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했듯 직업교육의 주 참여자가 교육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저소득 계층이라는 사실을 주지하고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고등직업교육육성법 제정을 통해 장기적인 육성 및 지원 체계를 제도적으로 구축해나가야만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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