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경시대회 주최에서 후원으로 '자리만 옮겨'
총장상 수여 등 경시대회 돕는데…최근 5년 교육부로부터 36억원 지원받아

'사교육 경시대회'에서 손을 떼겠다던 성균관대가 주최에서 후원으로 자리를 옮긴 채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사교육을 조력하는 대학에 교육부가 고교교육에 기여했다며 지원금을 주는 엇박자에 가까운 모양새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사진=성균관대 제공)
'사교육 경시대회'에서 손을 떼겠다던 성균관대가 주최에서 후원으로 자리를 옮긴 채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사교육을 조력하는 대학에 교육부가 고교교육에 기여했다며 지원금을 주는 엇박자에 가까운 모양새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사진=성균관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고교교육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교육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성균관대가 사교육기관이 주관하는 경시대회에 여전히 참여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최’에서 ‘후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대회 명칭에서도 ‘성균관대’를 뺐지만, 실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총장 명의 시상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고교교육에 기여한다는 대학이 사교육 경시대회를 후원한다는 비판이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문제는 성균관대가 지난해 더 이상 경시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는 것. 성균관대가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사이에 스스로의 발언을 뒤집고 사교육 경시대회에 꾸준히 참여하는 이유가 뭔지 발길을 더듬어 봤다.

■‘사교육 경시대회’ 후원으로 남은 성균관대 = 2000년부터 시행돼 온 ‘성균관대학교 주최 전국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가 올해부터 ‘성균관대학교 주최’란 이름을 뗀다. 통칭 ‘성대경시’로 불려온 이 대회는 올해부터 성균관대학교 주최 대신 글로벌영재학회가 주관하는 대회로 바뀌면서 명칭에서 성균관대학교를 완전히 지웠다. 

그간 이 대회는 교육계에서 ‘지탄’을 받아왔다. 대학이 전면에 나서 경시대회를 실시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는 점에서다. 선행학습 유발행위를 금하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금지법)이 발효됐음에도 상위학년 응시를 허용한 점 등 대회가 지닌 문제점들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대입전형에서의 사교육 유발이 아니기에 직접적인 법적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선행학습금지법이 발효된 취지를 생각할 때 아무리 사립대라지만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있고, 공공기관의 성격이 큰 성균관대가 경시대회를 실시하는 것은 지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문제는 명목상 성균관대 주최 대회지만, 실질적으로는 사교육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이하 종로하늘)이 깊이 연관돼있다는 점이다. 성대경시는 최초 시작부터 종로하늘과 성균관대가 합작해 만든 경시대회였고, 운영은 종로하늘이 도맡아 했다. 사실상 ‘사교육 경시대회’에 대학이 이름을 내준 꼴이었던 셈이다. 

주관에 새로운 기관이 이름을 올리고 성대가 후원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이러한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바뀐 대회명칭과 주최·주관 변경에도 불구하고 고사본부는 여전히 종로하늘에 두고 있다. 서울 중구 청파로에 자리한 종로학원 종로본원에서 강남구 역삼로에 위치한 종로학원 강남본원으로 자리를 옮긴 게 전부다. 

성균관대는 주최에서 빠졌지만 여전히 경시대회와 동일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주최에서 ‘후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에 불과하다. 대회를 주최하던 시절 우수 학생들에게 주어지던 성균관대 총장상도 고스란히 유지한다. 작년만 하더라도 성균관대는 경시대회 관련 계약이 2018년을 끝으로 종료된다며 더 이상 경시대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올해 들어 말을 바꾼 상태다.

주최에서 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해서 바뀐 것이 있기는 할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환골탈태’로 표현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고 봐야 한다. 성균관대는 “예전에는 주최였기 때문에 공간 등을 대여했지만 이제는 대회에 개입을 하지 않는다. 형식만 후원일 뿐 대학이 나서서 하는 것은 없다”고 해명하지만, 기존 대회 때도 성균관대는 이름만 빌려줬을 뿐 실질적 운영은 전부 종로하늘의 몫이었다. 올해 시행될 전기대회 고사장으로 성균관대를 대여해주는 것도 변함이 없다. 성대경시를 담당하는 한 내부 관계자는 “주최에서 후원이 됐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털어놨다.

■사교육 경시대회 조력 불구, 고교교육 기여 명목으로 재정지원 ‘아이러니’ = 결국 외관이 바뀌었을 뿐 성대경시는 기존과 달라진 점이 없다. 화살은 이제 교육부로 향한다. 성균관대가 ‘고교교육에 기여한다’는 명목으로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이라는 점에서다. 

현재 교육부는 종합적인 대입전형 개선을 유도하고, 수험생의 대입준비 부담을 완화하며, 대학의 입시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으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의 본래 명칭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이었다. 대입에 종속되는 경향이 큰 고교교육을 바꾸기 위해 대학에 재정지원이라는 당근을 내밀어 대입전형을 바꾸려던 것이 사업의 최초 취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표된 사업 기본계획에도 ‘대입전형을 통한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 유도’라는 문구가 포함된 상태다.

성균관대는 ‘입학사정관 역량강화 사업’이 현 기여대학 지원사업으로 모습을 바꾼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6억6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2015년 한 차례만 사업에 탈락했을 뿐 지속적으로 선정돼왔다는 점을 볼 때 차후에도 재정지원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 기간 성균관대는 꾸준히 경시대회와의 끈을 이어왔다.

이 같은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2016년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4억7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성균관대가 사교육업체와 함께 경시대회를 열고 있다며, 교육부가 사교육을 유발하는 대학에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명목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정감사에서의 지적대로 사교육 경시대회를 그간 주최해 왔고, 폐지를 공언했지만 후원으로 자리를 옮겨 여전히 관계를 이어나가는 성균관대에 재정지원이 합당한지는 검토가 필요하다. 사업 선정평가 지표에 경시대회 관련 세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교육을 통해 대비해야 하는 경시대회를 후원하는 대학이 학교교육 중심의 전형을 운영한다는 등의 평가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국내 교육정책의 출발점이 타당성을 떠나 ‘사교육 축소’에 맞춰져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이대로라면 ‘사교육 경시대회’를 운영하는 대학에 교육부가 ‘고교교육에 기여한다’며 감투를 씌웠다는 비판이 나오기 충분해 보인다.

이러한 비판은 성균관대뿐만 아니라 연세대에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한 부분이다. 연세대가 지난해 말 실시한 ‘제4회 연세대학교 창의수학 경진대회’는 명칭만 경시대회가 아닐 뿐 종로하늘이 주관하는 사실상의 경시대회다. 이 대회에서도 우수 학생에게는 연세대 총장상이 수여된다. 

사업 선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성균관대가 경시대회 후원이란 명목으로 관계를 끊지 못하는 이유는 불명확하다. 성균관대는 “경시대회에 관한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가 많아 부담이 컸다. 실질적 관여를 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후원으로 자리를 옮기며, 이름만 남기게 된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경시대회와 관계를 끊겠다는 기존 입장을 왜 뒤집은 것인지에 대한 답변이 되기 어렵다. 

성균관대가 경시대회에 후원으로나마 이름을 남기기로 결정한 데에는 ‘소송 위험성’이 일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한 성균관대 내부 관계자는 “별다른 귀책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20여 년간 이어온 경시대회 관련 계약관계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민사소송을 당할 위험성이 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며 “명칭이 빠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존재했다. 대학이 주최하는 경시대회는 지탄의 대상이 되겠지만, 후원은 문제없다고 판단해 명칭을 바꾸는 선에서 봉합이 이뤄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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