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에 대한 정책적 고려 부족하다는 인식 같이해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 고등교육 투자 국가적 차원 지원 절실
생각의 힘 키우는 교육환경·교육패러다임 조성… 5~10년 내다보는 준비 필요 

지난달 28일 본지 주관으로 열린 신년특별좌담회에서 4명의 대학협의체 대표들은 미래사회에 대비한 고등교육 발전방안을 모색했다. 사진 좌측부터 김영섭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최용섭 본지 발행인, 김성익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 남궁문 한국원격대학협의회 회장.[사진=한명섭 기자]
지난달 28일 본지 주관으로 열린 신년특별좌담회에서 4명의 대학협의체 대표들은 미래사회에 대비한 고등교육 발전방안을 모색했다. 사진 좌측부터 김영섭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최용섭 본지 발행인, 김성익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 남궁문 한국원격대학협의회 회장.[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준환·김의진·이현진 기자] “융합·공유는 시대적 화두다. 국립대, 사립대, 사이버대 등 대학 협의체들 간 서로 자원과 환경을 공유하고 기회와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 본지는 지난달 28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 19층에서 김영섭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 김성익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남궁문 한국원격대학협의회 회장 등 4명의 대학협의체 대표들을 초청해 신년특별좌담회를 가졌다. 본지가 이번 신년특별좌담회를 마련한 것은 학령인구 감소, 4차 산업혁명 시대 등 위기와 도전의 시기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 대학의 현실에서 각 협의회의 이해관계를 초월,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특히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은 대학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기보다 대학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학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면 대학인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대학협의회 대표들은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모든 이가 마음을 열고 소통하면서 어려움을 같이 인식하고 가는 게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와 함께 고등교육 전체의 발전 차원에서 협력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보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편집자 주>

사진 좌측부터 김영섭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 김성익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남궁문 한국원격대학협의회 회장.
사진 좌측부터 김영섭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 김성익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남궁문 한국원격대학협의회 회장.

■ 참석자

△김영섭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
△김성익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남궁문 한국원격대학협의회 회장
△사회 최용섭 본지 발행인

사회  바쁘신 일정에도 불구하고 본지 주최 ‘신년특별좌담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신년특별좌담회는 각 협의체 대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한민국 대학과 고등교육정책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먼저 신년특별좌담회에 참석하신 소감을 간단히 부탁드린다. 

김성익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이하 김 수석부회장)  지난달 23일 사총협 임시총회 및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가 개최돼 고등교육현안을 중심으로 총장들 간에 많은 논의가 있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대화 시간에는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비록 교육부가 소통의 의지를 강조했지만 8월 1일 시행을 앞둔 개정 강사법, 정부의 등록금 동결 요구, 금년 처음 시행되는 대학혁신지원사업, 3주기 기본역량진단사업 관련 계획 발표, 입학정원 감소 등으로 올 한 해는 작년보다 더욱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 교육자로서 이러한 위기 상황을 도약의 계기로 삼기 위해 과격한 혁신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김영섭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이하 김 회장)  대학 안팎으로 어려움이 많은 시기다. 여러 협의체 대표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듣고 싶어서 이 자리에 왔다. 기해년(己亥年)은 ‘기다리면 해가 뜨는 해’라고 한다. 단 그냥 기다리면 안 되고 같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김성익 수석부회장도 소통 얘기를 하셨는데, 어려울 때에는 협력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고등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모든 이가 마음을 열고 소통하면서 어려움을 같이 인식하고 가는 게 필요하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어려울 때 손잡는 것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는 것이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남궁문 한국원격대학협의회 회장(이하 남 회장)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원격대학협의회도 같이 자리할 수 있어 감사하다. 우리 협의체는 방통대까지 포함하면 21개교에 이른다. 대학이 모두 어렵다고 얘기하는 상황이지만 미래를 개척하고 국가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는 따라가는 것보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게 중요해졌다. 앞서 언급됐지만 서로 마음을 열고 정보공유·협업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아울러 국립대, 사립대, 전문대 등 벽을 낮추면서 더불어 같이 할 수 있는 원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하 이 회장)  대한민국 대학과 고등교육기관을 대표하는 분들을 한자리에서 만나 뵙게 돼 매우 반갑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고등교육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분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고등교육 전체의 발전 차원에서 협력할 수 있는 지점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각 교육기관은 자신의 입장만을 최우선으로 제기해 왔다. 그러다 보니, 서로 견제하고 대립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해 함께 얻어낼 수 있는 부분까지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오늘 이 자리는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지 함께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서로 간 이해와 신뢰를 쌓아가기를 바란다. 

사회  지금 대한민국 대학의 현주소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위기’다. 재정난, 학령인구 감소, 글로벌 경쟁 등 대학을 둘러싼 현실들이 녹록지 않다. 협의체별로 대학의 현주소를 어떻게 보시고 계시며, 이러한 대학의 위기를 초래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이 회장  학령인구 감소가 위기의 가장 큰 이유라 생각한다. 우리 전문대학도 이미 2015년부터 미충원 사태가 일어나 2019년에는 입학정원이 80%, 2020년 후반에는 50% 선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있다(일반대는 2020년대 80% 후반대의 충원율을 보일 것으로 예측). 학령인구 감소는 신입생 충원율 미달로 이어지고, 이는 대학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불가능한 지경은 물론 교육의 질도 급격하게 저하되는 상황을 만들어 급기야는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낮은 등록금 수입으로 학생 1인당 교육비는 매우 낮은 수준이 될 것이고, 교수 1인당 학생 수도 초·중·고 교사 1인당 학생 수보다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대학의 재정은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다. 10년 동안 대학 등록금을 인하·동결하는 과정에서 전문대학은 생존이 매우 불투명한 지경에 이르게 됐다는 얘기다. 학벌중심사회와 대학서열화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지원 역시 서열화 돼 있다. 2017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문대학 재학생 1인당 재정지원 수혜액은 일반대학의 72.2%에 그치고 있다는 게 그러한 방증이다. 

김 회장  교육은 물론 모든 산업이 투입 없이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 과거 불신이 미래를 갉아먹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 등록금 인상을 과하게 한 측면도 있다. 이것 때문에 (등록금을) 너무 묶어두게 됐다. 지금 투입을 하지 않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글로벌 무한 경쟁할 수 있는 핵심인재를 기를 수 있겠는가. 투자는 줄이면서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 태도다. 미래세대에 책임을 전가할까봐 걱정이다. 대폭 인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점진적·합리적 인상은 이뤄져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 교육과 연구의 질이 보장된다고 본다. 이기우 회장의 말씀처럼 인구문제는 사회문제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도 대학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학 스스로 그런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가령 평생교육이나 해외학생 유치, 다른 기타 활동 등을 통해 수익을 보장하도록 만들어주는 방법이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경제규모 세계 11위의 나라답게 대학을 믿고 규제를 풀어줘 각 대학들이 창의력을 발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 회장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원격대학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격대학도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어렵다. 정부의 재정지원 하나 없이 운영한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자립형 대학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대학에 있는 분들은 대학의 위기를 이미 예견한 바 있다. 학령인구 감소, 대학 등록금 동결, 인건비와 운영비 상승 등으로 대학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대학 등록금은 지금과 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올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만큼 이제는 대승적 차원에서 따져봐야 한다. 우리 대학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패러다임으로 가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대학의 정체성 문제를 놓고 보면 국립대, 사립대, 원격대 등 대학 고유의 정체성이 시장논리로 인해 갈수록 없어지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다. 

김 수석부회장  대학의 현주소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경쟁력을 강화할 여력이 없다’고 하겠다. 지금과 같은 대학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을 크게 4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미래교육에 대한 정책적 고려 부족이다. 시작점은 22년 전의 ‘대학설립준칙주의’다. 이미 인구감소에 대한 예측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대학입시경쟁이라는 현안에만 몰두한 정책이다. 특히 2010년 이후 적용된 반값 등록금 정책은 대학재정을 축소시켜 대학 경쟁력을 과도하게 약화시키는 결과를 야기하고 말았다. 둘째, 과도한 평가로 인한 대학 자율성 훼손이다. 사립대를 공공재로 인식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사립대에 대해서는 ‘사립대에 왜,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가’라는 논리, 특히 평가를 통해 재정지원한다는 기획재정부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재정문제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은 정부의 재정 부담률이 낮고 민간자본으로 고등교육을 키워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으로 허용된 물가인상률의 1.5배 등록금 인상이 허용됐다면 2010년 대비할 때 2019년 등록금은 약 30% 이상의 비용이 돼야 한다. 넷째, 저출산 구조조정이다. 저출산에 기인하는 학령인구감소 문제 대처방안으로 정부가 주도, 각종 평가를 통해 선제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사회  위기에 대해 정부의 정책적 측면이 큰 요인이라고 모두 같은 인식을 하고 있다. 물론 대학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다만 대학 진흥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규제와 간섭 성격이 강한 교육부의 정책이 대학 혁신 노력을 억누르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 회장  나름대로 고생하고 있는 교육부 분들에게 무조건적인 비판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앞으로 변화돼야 할 부분에 대해 명확히 짚고 가고자 한다. 첫 번째로 예산 지원에 대한 문제다. 작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9년 예산안에 담긴 고등교육재정지원 예산을 보면 일반대와 전문대의 지원 불균형이 더욱 커졌다. 교육부가 기재부에 요구한 전문대 지원예산 5192억원 중 66%만 반영된 결과다. 특히 우수 전문대 학생에게 지원하는 국가장학금은 반영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두 번째로 낡고 경직된 규제의 문제다. 우리의 경직된 교육제도 안에서는, 신진대학의 혁신적인 교육체제가 모두 불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세 번째로 전문대에 대한 연구 관련 문제다. 현재 전문대 정책 연구는 전문대교협 산하 고등직업교육연구소에서 적은 예산과 단기 파견 교수들의 힘겨운 노력으로 근근이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네 번째는 ‘폴리텍’, 법적 용어로는 기능대학에 대한 문제다. 교육부 소관 전문대 등 고등교육기관은 정원을 줄이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상황에서 폴리텍은 고용부 소관으로 대학 구조개혁 대상에서 빠져 있어 정부가 곳간 앞문은 꼭 닫아놓고 뒷문은 활짝 열어놓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 수석부회장  최근 유은혜 부총리는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제가 처음 총장을 할 때보다 교육부가 들어보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달라짐을 느낀다. 대학 구성원을 교육부의 민원인으로 생각해줬으면 한다. 다른 정부부처에 가면 모두 민원인으로 대해주는데 오히려 교육부에서는 이런 대우를 받지 못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가 먼저 나오는 부처가 됐으면 좋겠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포지티브’ 방식이라서 법령에 관련 근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구조다. 보편적인 법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쪽으로 가야한다. 

김영섭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
김영섭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

김 회장  교육부를 오가면서 보면 교육부가 참 힘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느낄 때가 많다. 기재부와 행정안전부에 눌리는 모습이다. ‘돈 주면서 이것 평가하라’고 하면 교육부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것 같다. 교육부 입장에서도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크게 생각하고 해결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교육에 들어가는 예산을 화학 비료 주는 것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퇴비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돈 줬으니 당장 내년에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논리가 기재부 평가 방식이다. 정부의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 대학의 100년 대계를 위해 퇴비를 깔아주는 것으로 말이다. 다른 부처가 교육부를 믿어주는 풍토가 돼야 하지 않을까. 

남 회장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됐지만, IT나 ICT 경쟁력은 뒤지고 있다. 규제 때문이다. 우리 원격교육에 대한 부분도 빠르게 혁신하고 개선해야 한다.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할 수 있다. 지난 가을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원격교육 세미나를 다녀왔다. 우리와는 패러다임 자체가 다르더라. 시대에 따라 교육방법이 변화하는데, 특히 원격교육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기조가 이뤄져야 한다. 원격대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사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면서 대한민국 대학들은 변화와 혁신의 시대를 맞고 있다. 따라서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대한민국 대학들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개선과제와 노력을 상세히 논의하면 좋겠다.

이 회장  4차 산업혁명과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전문대학이 책임지는 부분이 평생직업교육이다. 평생교육을 통해 일자리를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제는 고등교육이라는 개념을 평생교육으로 바꾸고 평생교육으로 가는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직업전환교육과 새롭게 요구되는 직무능력교육, 산업현장과의 간극을 줄이는 현장중심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 대해 누구든지, 언제나, 어디서나, 무엇이든 평생에 걸쳐 자신이 원하는 최신 직업역량을 습득할 수 있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의 역할과 중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됐다. 

남 회장  이웃 일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20년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곳들이 많다. 도요타나 유니클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업 사장들을 인터뷰해서 낸 책이 있다.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꾸준히, 제대로 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들도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수가 있어야 하고,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단순히 강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역량개발 등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교육방법을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을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김 회장  사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학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교수가 좋아야 한다. 좋은 사람들이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현장에서 잘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운이 좋다. 1970년대생 교수들이 대학의 40% 정도를 차지할 만큼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젊은 교수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교수문제는 해결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떤 환경에서 가르쳐야 하느냐. 문제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것은 돈이 들어야 해결된다. 재정지원 사업 등도 있겠지만 대학 사정에 맞게 빨리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한 교실에 많은 학생들을 넣어놓고 교육하라는 것은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정부 정책 차원에서 대학 현장을 바꾸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김성익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
김성익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

김 수석부회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창의적 사고’다. 외국에 나간 한국 학생들을 향한 공통된 평가는 ‘질문을 못 한다’는 것이다. 받아 적기만 한다. 30대 교수들도 교육 혁신은 체험하지 못한 세대다.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의 대학교육 혁신이 20년이 걸렸다고 한다. 단기간 해결할 문제는 아니지만, 서둘러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얼마만큼 대응할 수 있는지는 국가 경쟁력의 차원이다. 4차 산업혁명 관련 R&D 대학 규모가 10% 이하라고 한다. 해외연수를 한 학생과 안 가본 학생이 국제적 측면에서 다르듯이, 어느 시점에 접촉했느냐 안 했느냐가 상당한 차이를 만든다. 결국 교육 콘텐츠와 교육 시설을 위한  대학교육 투자가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사회  해외를 보면 대학혁신 사례가 많다. 각 협의체 또는 다른 나라 사례에서 소개할 만한 혁신 사례가 있으면 얘기해 달라. 

김 수석부회장  기적의 대학이라고 불리는 일본 아키타 현에서도 더 외진 곳에 위치한 아키타 국제교양대학을 소개하고 싶다. 2004년에 설립된 공립대학이다. 100명으로 시작해 현재 재학생은 900명이다. 설립 이후 8년 만에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교육혁신에 성과를 내는 데는 7~8년의 시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100대 기업 인사담당자가 주목하는 대학으로 35개 기업이 이 대학을 지목해 전국 1위를 차지했다. 학생들이 지원한 동기는 취업률 100%가 아니라 다양한 지식을 제대로 배워 꿈을 이룰 수 있는 대학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학의 설립자가 ‘다른 대학과는 다른 대학을 지향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 대학은 일종의 글로컬 경쟁 환경이다. 외국 유학생이 많이 오고 일본 학생들이 외국인 학생들과 더불어 일정 기간 같은 방을 써야한다. 교수가 가르치기보다 학생 스스로 문제를 찾는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전공 연관 해외 대학으로 가서 일정기간 공부하고 와야 하고 본교로 돌아와 수업에 다시 구현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김 회장  국립대의 경우에는 기초연구나 보호학문 연구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 아시아를 보면 혁신적인데 우리는 기어가는 것 같다. 이에 비해 중국은 날아보자 하는 것 같다. 중국 국립대 정책을 보면 10년씩 리더십을 가져가는 것으로 보인다. 덩샤오핑 시절, 1995년 211공정이 나와 21세기를 향해 100곳 이상 핵심 대학을 양성하겠다는 정부추진 계획이 있었다. 장쩌민 시절에는 1998년 5월 ‘985 공정’이 나왔다. 베이징대학 100주년 기념식에서 발표된 ‘명문대 양성 프로젝트’로 중국대학 중에서도 일류 대학을 양성하자는 게 목표였다. 세계수준 일류 대학 육성을 위해 9개 대학에 재정수입 1%를 투자하는 프로젝트로 연간 5조4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당시 선정된 대학은 39곳. 이후 더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후진타오 주석의 111공정을 시작으로 세계 100위권 대학에서 1000명 인재를 유치해 연구하자는 것이다. 대학별로 최소 10명 이상 해외인재를 유치하고 이 중 한 명은 노벨상 수상자 수준 해외 석학을 유치하는 프로젝트였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중국의 대학 육성 프로젝트는 연간 수조원 재정이 들어갔으며 정부 지도자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왔다. 그 결과 대학들은 중국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세계 톱 랭킹에 지속적으로 오르며 연구중심대학으로 자리 잡았다. 

이 회장  최근 미국·일본·중국·영국의 직업교육 동향을 주의 깊게 살펴봤는데, 미국의 경우를 집중적으로 보자.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는 교육부와 노동부를 통합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트럼프가 예산과 인력을 줄여 효율성을 높인다는 ‘고인 늪의 물 빼기’ 대선공약의 일환으로 제기한 ‘교육노동부’로의 개편안이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부처 간 중복 기능 정비, 관료주의 폐해 시정 등 정부 개혁의 일환으로 제기됐지만, 숙련된 노동력을 산업현장에 제공한다는 교육개혁의 핵심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의 교육부와 노동부에서는 그동안 산하 16개 기관에서 40개가 넘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중복 운영하는 비효율을 보여 왔다. 이를 일원화해 예산과 인력을 절감하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적시에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동안 여러 갈래로 나뉘었던 직업교육 프로그램과 운영을 하나의 컨트롤타워로 일원화하고자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교육부, 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등으로 직업교육 관련 사업과 프로그램이 칸막이돼 있어 미국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나. 이에 따라 직업교육 계획과 운영에 대한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추진할 주부서가 선정될 필요가 있다. 

남궁문 한국원격대학협의회 회장
남궁문 한국원격대학협의회 회장

남 회장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원격대학들의 강점을 살려서 지난해부터 교육부 한아세안대학 이러닝지원사업(ACU사업)에 국내 사이버대학 중 5개 대학이 CLMV(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지역에 대학별로 지역특성을 고려해 맨투맨 교육훈련 및 이러닝 콘텐츠 개발 직접 지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또 지난해 ICDE(국제원격교육협의회)에 가입하고 프랑스 파리 리더십 서밋에 가보니 유럽 사이버대학들이 공유라는 개념을 갖고 이러닝 교육 콘텐츠를 공유하는 게 일반화 돼 있었다. 

사회  위기 상황 타개와 대학 본연의 역할을 위해서는 정부의 대학에 대한 인식이나 지원책 등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런 것을 견인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각 협의체를 대표해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 회장  우리 전문대학은 4차 산업혁명으로 도래할 사회와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 속에 일자리교육 중심의 전문직업교육을 강화해 100시대를 대비한 평생직업교육으로 영역을 넓혀나가려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직업교육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전문대학 중심으로 고등직업교육기관의 성격도 명확히 해야 하고 그 위상에 맞게 교육 패러다임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전문대학을 평생직업 교육대학으로 전환하는 것이 대한민국 고등교육을 몇 단계 발전시키는 기본 조건이라고 판단한다. 

김 회장  대학 재정이 어렵다. 투입 없는 성장은 있을 수 없다는 차원에서 대학 등록금이 지속 동결된다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라도 빨리 시행돼야 한다. 안정적으로 갈 수 있도록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 현장과 소통을 위한 노력을 해주면 좋겠다. 지금 융합이나 공유가 화두인 시대다. 국공립대가 중소도시에 많이 있다. 국립대가 지역이나 지자체, 산업체, 주위 사립대와 함께 교육혁신, 지역혁신을 이루는 주체가 돼야 한다. 자원과 환경을 공유하고 기회와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 국립대가 국립대답게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새해에는 신발 끈을 더 잘 매겠다. 

남 회장  이제는 인생 N모작 시대다. 대학에 들어오는 인력을 증가시키는 것보다 국민들이 직업능력을 키우고 자립적으로 살 수 있게 하려면 결국 평생교육의 틀이 확장돼야 한다. 어느 데이터를 보면 스웨덴이 평생교육 1위 국가로 국민 72.4%가 평생교육을 한다. OECD 평균이 42%다. 우리나라는 30%대에 불과하다. 평생교육 기회와 환경이 조성되고 문화와 지원이 뒷받침될 때 스웨덴과 OECD 국가 수준이 될 수 있다. 평생교육 패러다임 확립과 지원이 이뤄져 국민들이 기회가 되면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 문화를 조성하면 대학문제도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 선진국에 가보면 퇴임 이후 대학에 다니는 사람들이 참 많다고 한다. 인문학을 전공했으니 나중에는 공학을 공부하는 식이다. 

김 수석부회장  현 등록금 동결 상황에서는 국제화가 가장 빠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교육부와 외교부가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처럼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학생 유치와 해외에 교육 콘텐츠를 보다 공격적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립대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강조한다면 매년 고등교육 예산편성 규모에 목을 매고 그마저도 평가를 통해 차등 배분할 것이 아니라 초·중·고교처럼 또는 가까운 일본처럼 모든 고등교육기관에 법으로 보장하는 제도적인 재정지원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돼야 5~10년을 내다보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초·중·고 재정지원과 마찬가지로 대학재정 지원도 평가를 재정지원 조건에 연계시키지 않도록 부총리께서 기재부를 설득해 주시기를 바란다. 만일 이같이 안정적인 재정지원 정책이 어렵다면 등록금 인상을 법률로 보장하는 인상 한도 안에서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