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캠 반대 투쟁 징계 '항소 포기' 약속 지켜야…8일 징투위·총학생회 등 73개 단체 공동 기자회견

서울대학교 학생들을 비롯한 73개 단체가 신임 오세정 총장에게 시흥캠 반대투쟁 징계 학생들에 대한 ‘항소 취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8일 가졌다.(사진=한명섭 기자)
서울대학교 학생들을 비롯한 73개 단체가 신임 오세정 총장에게 시흥캠 반대투쟁 징계 학생들에 대한 ‘항소 취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8일 가졌다.(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시흥캠퍼스 반대 투쟁으로 인해 법적 다툼을 이어나가고 있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신임 오세정 총장에게 ‘항소 취하’ 약속을 지키라며,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멈출 것을 촉구했다.

서울대 부당징계 철회·시흥캠퍼스 강행 중단 투쟁위원회(이하 징투위)와 서울대 총학생회 등 73개 단체는 8일 오전11시 서울대 총장 취임식장인 관악캠퍼스 문화관 앞에서 “항소취하 약속의 즉각 이행”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존의 징계처분을) 무효라고 판단한 1심 판결에 불복해 (대학이) 항소한 것은 종전의 약속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라며 “임기가 시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세정 총장은 당사자들과의 만남을 피해 왔다. 소통과 신뢰회복으로 임기를 시작하려거든 학생들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가 학생들을 징계하고, 이로 인해 법적 다툼까지 벌이게 된 것은 2017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해 전인 2016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서울대 학생들은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 시위에 들어갔다. 서울대가 설립 중인 시흥캠퍼스가 부동산 사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대학 공공성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서울대는 점거에 참여한 학생들 12명에게 무기정학을 비롯한 중징계를 내렸다. 

징계 한 달 후인 8월 학생들은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서울대는 이미 징계조치를 해제했다며 소송요건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소송은 이어졌다. 징계의 효력을 소멸시킬 뿐 징계 사실 자체를 없애지 못하는 ‘해제 조치’가 내려진 이상 향후 학생들의 법률적 지위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1심의 판단은 ‘징계 무효’였다. 지난해 11월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7민사부는 “징계위원회 장소를 알려주지 않아 출석하지 못했고, 의견도 진술하지 못했다”는 학생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징계처분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서면심사만으로 결정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 징계위원들이 학생들이 정당한 사유없이 징계위원회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잘못 인식한 것은 징계처분을 의결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12명의 학생들에 대한 징계처분은 모두 무효”라는 것이 1심 법원의 결정이었다.

1심 결과가 나올 때만 하더라도 시흥캠퍼스 관련 징계 사태는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임 성낙인 총장이 신년사를 통해 “학생을 소송이라는 불미스러운 공간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밝힌 데 이어 오 신임 총장을 포함해 총장선거에 참여했던 대다수 총장 후보자들이 항소에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장 공석 사태’로 박찬욱 교육부총장이 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던 서울대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11월23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박 총장 직무대리가 항소를 포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단언할 수 없다. 아직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며 에두른 답변을 내놓은 탓에 제기된 항소 가능성이 현실이 된 것이다. 당시 학생들은 “본부의 약속은 어디로 갔느냐”며 “징계 처분이 위법이라는 점이 명백하다. 학생들을 소송으로 내모는 본부를 강력 규탄한다. 항소를 즉각 취하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서울대는 결정을 뒤집지 않았고 현재 항소심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징투위를 비롯한 단체들이 요구하는 것은 간담회에서 밝힌 대로 오 총장이 나서 항소를 취하하라는 것이다. 징투위에 따르면 오 총장은 지난해 10월29일 총학생회가 주최한 정책간담회에서 “1심 판결이 나오면 학교에 불리하더라도 항소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하겠다”며 항소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징투위는 지난해 12월27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오 총장의 선출 여부가 확정되자 면담을 요청했지만 만족할 만한 답을 듣지는 못한 상태다. 징투위는 “원고승소 판결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항소 취하와 재징계가 없을 것을 확약하라고 요구했지만 임기가 아직 시작하지 않다 확답을 해줄 수 없다는 내용없는 답변 뿐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에도 항소 취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징투위는 “단과대별 새내기 새로배움터 등에서 징계 문제를 알리고 연대를 호소하는 등 항소 취하 촉구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는 징투위를 포함해 모두 73개다. 22개 서울대 학생회와 학생단체 외에도 서울대학교 민주동문회 등을 비롯한 18개 시민 사회·단체,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준) 등 14개 청년·학생단체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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