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인적자원 바탕 ‘플랫폼’ 예시로…신사업 추진 방향
‘장기적이고 신중한 시각’ 바탕 입시제도 논의도
선발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교육위원회 설립 추진
세계 선도할 연구분야 선정해 집중 지원

12일 기자들과 첫 만남을 가진 오세정 총장은 어려운 상황에 놓인 대학들이 함께 발전할 방향을 찾겠다며, 인적자원을 활용한 '플랫폼' 등의 방법을 제시했다. (사진=서울대 제공)
12일 기자들과 첫 만남을 가진 오세정 총장은 어려운 상황에 놓인 대학들이 함께 발전할 방향을 찾겠다며, 인적자원을 활용한 '플랫폼' 등의 방법을 제시했다. (사진=서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최근 취임한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이 ‘대학들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다른 대학도 참여 가능한 플랫폼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협력의 관점 보다는 경쟁 대상으로 타 대학을 보는 시각이 짙은 대학사회에 서울대가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어려운 상황 놓인 대학들 함께 발전해야” = 오 총장은 12일 서울대 행정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울대는 ‘혼자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같이 가는 학생’을 길러내고자 한다. 대학의 관점에서 봐도 같다. 대학들이 모두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특정 대학만 예산을 많이 받고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고등교육 시스템 전반에 변화를 주고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함께 가야 한다. 다른 대학들도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발전하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플랫폼’을 들고 나왔다. “서울대는 많은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대학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플랫폼 같은 것을 했으면 한다. 새로운 사업들을 그런 방향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는 게 오 총장의 답변이다.

오 총장의 발언처럼 최근 대학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상의 등록금 동결 ‘강제’와 입학금 축소·폐지 등 재정적 여건은 악화일로다. 여기에 곧 불어 닥칠 학령인구 감소 문제까지 겹쳐 향후 ‘생존’ 자체를 걱정하고 있는 대학이 많다. 이러한 배경 속에 서울대 총장이 던지는 ‘협력’과 ‘동반성장’의 메시지가 대학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커 보인다. 향후 어떤 구체적인 방안들이 시행될지 이목이 쏠린다.

■‘장기적이고 신중한 시각’ 중요한 입시…투명성 제고방안도 생각할 것 = 이날 간담회에는 오 총장 외에도 △노동영 연구부총장 △여정성 기획부총장 △강준호 기획처장 △김성규 입학본부장 △박원호 협력부처장이 함께 했다. 대학들의 동반성장 외에도 대학의 본분이라 할 수 있는 ‘교육’과 ‘연구’에 대한 생각들과 최근 서울대가 맞닥뜨린 현안에 대한 발언들이 이어졌다. 

꾸준히 비판 여론이 제시되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국립대 법인인 서울대의 특성상 ‘공공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장기적이고 신중한’ 시각으로 어떤 학생들을 어떻게 선발할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현재 서울대는 수시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 △일반전형 △기회균형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Ⅰ의 세 가지 학종으로 선발을 실시하고 있다. 이 중 ‘지균’으로 불리는 지역균형선발전형은 학교장 추천을 받아야 지원 가능한 전형이다. 전국 고교 모두 동일하게 2명까지 추천할 권리를 가진다. 학생 수나 여건 등에 관계없이 일률적 추천권이 주어지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종종 제시된다. 

오 총장이 강조한 ‘장기적이고 신중한 시각’은 지균 추천권을 확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오 총장은 “입시는 너무 급격히 바뀌면 부담이 크다. 장기적인 계획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입시제도는 구성원들의 허락도 구해야 한다. 지균 비율을 늘리는 것은 정시를 확대해달라는 일반 국민의 인식과도 반대된다. 지균 선발이 지역 발전에 있어 유일한 방법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놓고 지균 비율 등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했다.

학종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발언도 나왔다. 오 총장은 “입학본부에서 투명성과 객관성을 갖고 선발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 투명성을 더 높임으로써 신뢰도를 제고하려 한다”고 했다.

단, 무작정 투명성만 강조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일반 국민들이 예측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예측 가능성이 너무 높아지면 거기에 맞춰 준비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입시는 어떻게 하더라도 준비할 여력이 많은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잠재력을 보고 선발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사교육을 좇으며 정형화된 학생들이 유리해지는 어려움이 있다”는 게 오 총장의 설명이다. 

■선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교육…소통 늘리고 지원책 확대 = 오 총장은 “지금까지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주어진 답을 잘 찾는 사람’이었다며, 앞으로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함께 나갈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국가와 세계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낼 것”이라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학생과 교수의 소통을 확대하는 방법이 거론됐다. “교수의 첫 번째 의무는 학생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신입생 세미나를 확대해 신입생 때부터 교수들과 대화할 기회를 늘리려고 한다.”

학업역량 제고가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오 총장은 “물리학과 교수시절 보면 과고 학생과 일반고 학생이 가진 학업역량에 차이가 있었다. 물론 잠재능력만 봐서는 일반고 학생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역량 차이가 있는 학생들이 바로 경쟁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지균이나 기균 등으로 들어온 학생 중에는 준비가 잘 되지 않은 경우가 나올 수 있다. 대학에서 공부할 준비가 추가로 필요한 경우에는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과목을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대학에서 공부할 준비를 돕겠다는 오 총장의 발언은 총장 취임 후 낸 인사발령을 통해 기초교육원장이 된 유재준 물리천문학부 교수와도 연관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유 원장은 지난 ‘샤교육 포럼’이나 ‘서울대 교육,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 세미나 등지에서 학부교육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고 여러 번 설파한 인물이다. 입시제도에 맞춰 유리한 과목만 선택해 학습하는 현상은 개선이 시급하지만, 현실적으로 개선방법이 마땅하지 않다. 기초과목이나 예비과목 등을 통해 이들이 대학에서 학습하는데 문제를 겪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교육 전반의 개선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위원회를 설립하겠다는 것이 오 총장의 생각이다. 오 총장은 “정부에서 만드는 교육위원회와 비슷한 개념이다. 총장 임기와 관계없이 6년 정도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게 될 것”이라며 “인재상을 정립하는 것이나 교육 방향, 선발 방법 등은 전부 연계된 사안이다. 어떤 인재를 어떻게 뽑아 어떻게 길러낼지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립 목적과 배경을 설명했다.

교육과 선발 문제는 하나로 연계돼 있기에 입시에 대한 논의도 교육위원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입시는 교육위원회 내 일부 파트로 운영한다”는 게 오 총장의 설명이다.

■세계가 관심 갖는 연구분야 육성…구체적 분야는 논의 필요 = 오 총장이 선거 과정에서 강조했던 것 중 하나는 ‘연구’였다. 10개 분야를 선정해 세계 10위 이내 연구력을 보이겠따는 10-10(텐텐) 프로젝트 등의 방안이 공약으로 제시된 바 있다. 

오 총장은 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생각이다. “논문의 개수가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 현재 서울대가 무슨 연구를 하는지 해외 유수의 대학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지 않는다. 학계를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몇몇 분야에서는 서울대가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이 돼야 한다고 선도한다.”

다만, 아직 어떤 분야를 선정할 지는 미지수다. 일정 절차를 밟아 적극 지원할 분야를 정할 계획이다. 오 총장은 “총장이나 집행부에서 일방적으로 분야를 선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문단위를 대상으로 공모해 평가를 거쳐 지원하고자 한다. 국내대학이 아닌 해외대학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넓은 시각으로 바라봤으면 한다”고 했다.

연구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학생들에게 알리겠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지만 학생들이 연구보다는 일부 전문직 등을 선호하는 경향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오 총장은 “개인의 선택을 말릴 방법은 없지만, 공부와 연구가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것의 재미를 알린다면, 자연스레 학자의 길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시흥캠 징계 항소, 법인화 세금 등 현안문제 해결방법 구상 = 이날 간담회에서는 현재 서울대가 맞닥뜨린 현안들을 해결할 방법들에 대한 구상도 나왔다.

시흥캠퍼스 시위에 나선 학생들을 징계, 1심 법원이 이를 무효로 판단했지만 항소에 나서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서는 ‘신뢰’를 언급했다. 총장선거 과정에서 “1심 판결이 나오면 학교에 불리하더라도 항소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하겠다”고 답변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 총장의 발언대로라면 서울대는 향후 학생들에 대한 항소를 취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대학의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다. 재판 결과는 받아들이지만, 학생들의 폭력 자체는 잘못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런 의견들도 납득할 수 있도록 처리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총장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법인화 세금’ 문제에 대해서는 빠른 문제해결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서울대는 법인화 과정에서 국립대 시절 면제되던 비교육용 재산에 대한 과세 문제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오 총장은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을 가지고 세금을 내는 것은 법인화 취지와 맞지 않다고 본다. 이미 연구기관들은 법인화되더라도 면세조항을 갖고 있다. 서울대가 누락돼 있는 이 문제는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법인화 방향에 대해서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오 총장은 ”법인화 이후 지배구조가 제대로 돼있는지 수익사업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 단, 당장 시급히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세금 등의 문제가 시급한 현안이라면 지배구조 등의 문제는 의견수렴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벌어진 시설관리직 노조의 파업에 대해서는 일리가 있다면서도 일부 자제를 촉구했다. “노조는 파업할 권리를 지니지만, 학생을 볼모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체인력 투입을 막는 것은 파업할 권리와는 다른 문제다. 물론 임금·처우가 열악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요구사항에 일리가 있으니 능력 안에서 최대한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법을 준수해가며 파업하고, 학생들이 필수로 이용하는 장소에서는 자제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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