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우리 기업들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마음껏 혁신을 시도하도록 정부가 지원자 역할을 단단히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산업부가 발표한 규제 샌드박스 최초 승인 발표의 의미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또 소극적인 규제행정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그간 규제에 발목이 잡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도 성장의 기회를 놓친 기업들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규제에 발목이 잡혔던 것은 비단 산업계만이 아니다. 교육계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계속돼 왔다. 국회에서 열렸던 한 포럼에서 모 국회의원이 ‘에꼴42’를 예로 들며 대학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자리에 있던 한 대학 관계자는 “늘 말하는 에꼴42나 미네르바 대학, 애리조나 주립 대학 등 혁신 사례를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고 싶어도 제도에 묶여 불가능하다. 온라인 강의로 전 세계 7만 명의 정원을 모집하는 것은 우리로선 하고 싶어도 시도조차 못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학에만 혁신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혁신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설명회에 참석했던 전문대학 관계자는 “산업계에 내려진 규제 샌드박스 조치가 부럽다. 이러한 조치가 교육계로도 확장됐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을 했다. 혁신지원사업은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재정지원으로 진행되지만, 감사가 두려운 대학들은 주어진 자율성도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정부의 눈치를 보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몇몇 대학 관계자들은 혁신지원사업의 전망도 비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율성이 확대되는 쪽으로, 대학의 성과를 이끄는 쪽으로 사업이 진행돼야 하지만 대학은 교육부의 눈치를, 교육부는 기획재정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그렇지 못하기에 이대로라면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도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조치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하소연은 마냥 하소연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일부 대학에라도 시범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대신 그 책임을 대학이 확실하게 지도록 한다면, 교육 혁신이 조금 더 앞당겨 이뤄지지 않을까. 한 전문대학 교수의 말이 귀에 맴돈다. “국가의 정책과 의지는 법으로 표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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