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원 명지전문대학 진로취업지원센터

김용원.
김용원

블라인드 채용으로 스펙의 시대가 끝났다고 한다. 이는 신라시대의 육두품처럼 성골, 진골이어야만 출세할 수 있었던 것과 유사한 제도, 즉 어느 대학 출신이냐에 따라 사회적으로 차별을 두었던 채용제도를 다듬었다는 것이지, 학교 공부를 등한시해도 된다거나, 토익 점수 및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핵심은 ‘양’보다 ‘질’이다. 무의미하게 양으로 승부하는 스펙 시대가 끝난 것이지, 무스펙 시대가 열린 것은 아니다.

채용 패턴이 변해도 입사지원서에는 아직까지 지원 동기를 묻는 항목이 존재한다. 지원동기, “돈 벌려고 지원했다”는 사실을 500자로 늘려 써야 하는 항목으로, 세상에서 가장 쓰기 어려운 소설일 것이다. 이때 회사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서 지원한다는 뉘앙스로 지원 동기를 도배하면 안 된다. 물건을 구매할 때 왜 필요한지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산다면 충동구매이듯, 회사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서, 회사가 그냥 좋아서 지원했다면 충동 지원이다. 백화점 직원은 충동 구매하는 손님을 무척 좋아하지만, 회사는 충동 지원자를 싫어한다. 회사 이미지에 끌려 충동적으로 지원한 지원자는 충동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데, 일을 제대로 해야 할 시기에 회사를 그만두면 회사로선 엄청난 손실이기 때문이다.

지원 동기는 우리 회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얼마나 들어오기를 원하고, 들어오기 위해 얼마나 준비돼 있는가를 물어보는 항목이다. 참고로, 이때 묻는 지원 동기는 회사 지원동기가 아닌 직무 지원동기에 가깝다. 그래서 지원 동기의 대상은 회사가 아니고 직무여야 한다. 이력서의 내용은 객관적 정보들이라 지원자 마음대로 수정할 수 없지만, 이력서의 기입 항목 중에서 지원자가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 있다. 그건 바로 ‘직무’다. 직무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통틀어 입사지원서의 모든 내용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한마디로, 나와 회사를 연결 짓는 시도가 입사지원이라면, 나와 회사를 연결 짓는 접착제가 바로 ‘직무’임을 명심하자.

직무와 관련 있는 경험도 스펙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최종목표, 특히 직무에 초점을 맞춘 스펙 수양 전략이 필요하다. 내가 쌓고 있는 스펙이 기업이 바라는 스펙인지를 먼저 살펴본 후, 차별화 될 수 있는 경험을 확보하면 된다. 경험이라고 해서 실제로 일을 한 경험만 강조할 필요는 없다. 어떤 형태든 경험을 통해 필요한 역량을 함양했다고 서술하면 된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대학교 2학년 때 장사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장사를 배우기 위해 야시장에도 가보고, 옷가게 아르바이트도 꾸준히 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실제 장사에 대한 감을 익혔습니다.”

과거의 경험과 성격을 통해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까지 어필(appeal)해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 참고로, 어필(appeal)은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언어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행동했던 활동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취업을 위해서는 하고 싶은 것을 명확하게 파악해 취업 준비 이전부터 경력 관리에 적합한 활동을 해야 한다.

채용담당자들은 구직자들이 잘 다듬어진 조각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쓸 수 있는 원석인지를 알고 싶어 한다. 화강암인지, 철광석인지를 알아야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를 판단할 수 있다. 어떤 돌인지 그 성격을 모른다면 당연히 쓸모없는 돌 더미 쪽으로 치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다고 말하기보다는 지원하려는 회사가 추구하는 사업방향을 파악해, 이에 어울리는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 캐릭터를 잡았다면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자신만의 경험을 넣어야 한다.

요약 정리하면, 맹목적으로 스펙을 만들어가기보다는 지원한 직무의 의미·중요성을 기술, 다음으로 직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지식·기술·태도·자질 측면으로 정리, 이러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어떻게 해야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직무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 실행해야 한다. 취업을 위한 취업 준비 말고, 준비된 지원동기로 직무에 적합한 역량을 가진 경쟁력 있는 인재임을 강조하자. 직무에 필요한 역량 정보는 대기업의 경우 채용사이트에서 제공한다. 제공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 NCS나 채용전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직무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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