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7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2018산학협력 엑스포'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2018년 11월 7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2018산학협력 엑스포'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계없습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산학협력단(이하 산단) 소속 계약직 직원의 고용 문제가 전문대학가의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2월로 종료되는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이하 SCK사업)을 위해 계약직으로 채용했던 직원들을 계속 고용하고 싶지만 정규직 전환은 쉽지 않은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SCK사업이 종료됨에 따라 사업을 위해 고용했던 계약직 직원은 계속 고용과 계약 만료의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산단에서는 이들 계약직 직원을 계속 고용하고자 하고 있다. 사업 운영 노하우 때문이다. 혁신지원사업이 일반재정지원 사업으로 진행됨에 따라 SCK사업하에서 진행했던 산학협력단 사업을 이어가는 대학들은 기존 사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계약직 직원들을 계속 고용하려는 의지를 내비치는 것이다.

그러나 SCK사업을 위해 3년에서 5년간 계약직으로 고용한 직원을 계속 고용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해 대학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속적으로 진행될 사업이라면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4조 에 따른 것으로,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도록 돼있다. 단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예외 적용돼 그동안 SCK사업을 목적으로 고용된 계약직 근로자는 3년에서 5년 동안 기간제 근로자 신분으로 근무해왔다. 문제는 혁신지원사업 내에서 이뤄지는 사업 역시 3년간의 재정 지원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연속성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사업 자체만을 위한 정규직 직원 고용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권양구 전문대학산학협력처‧단장협의회 회장은 “1~2년 정도 일한 사람은 사업 내용을 잘 모른다. 3년, 4년 정도는 돼야 업무를 정확히 이해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산단에서는 보통 SCK사업을 하는 동안 오래 손발을 맞춰온 직원들과 함께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여력이 없는 곳들은 정규직 전환을 선택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물론 산단 소속의 계약직 직원을 산단 또는 학교 소속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충청권 A 대학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대학 산단장 역시 “우리 대학의 경우 계약기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는 있지만 애초에 최소 인력을 뽑고 있고, 대학 특성상 사업이 끝나도 산단의 수익을 창출하는 업무에 이들을 투입시킬 수 있어 가능한 조치”라고 말했다. 사업 외에 배치할 만한 지속적인 업무가 제한적인 대학의 경우 이들 계약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전문대학에서는 혁신지원사업 추진 초기부터 SCK사업을 전담하는 산단 계약직 직원의 고용문제에 대한 대안을 요구해왔다. 2018년 12월 5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동계연찬회에서 안수미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장이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에 대해 발표하자, 현장의 한 기획처장은 “SCK사업을 진행한 대부분의 대학이 산단 계약직 직원을 고용했는데, 2월이면 계약이 종료된다. 오랫동안 업무역량을 쌓아온 이들의 지위가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이들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지속적인 대안 요청에 올 2월 13일 열린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2차 공청회에서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혁신지원사업을 위해 신규 채용 절차를 거쳐 신규 채용하고 동 사업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인건비 집행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SCK 전담 직원이 계속 근무하며 혁신지원사업 업무를 담당할 경우 고용형태와 관계 없이 인건비 집행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는 “기존 교직원의 경우 고용 형태에 관계 없이 인건비 집행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또한 SCK사업 계약직 직원을 혁신지원사업하에서 계속 고용할 경우 근로기준법상 계약직 고용이 가능한 예외 항목으로 둘 수 있는가를 염두에 둔 “혁신지원사업에서 신규 인력으로 인정받을 경우 관련 법률의 예외 조항으로 적용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혁신지원사업에서 신규 인력으로 인정받는 것과 관련 법률에서 예외 조항으로 적용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로 인해 산단 계약직 직원이 계약 만료가 되면 학교 법인 소속의 계약직으로 재고용한 뒤 산단에 겸직발령을 내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는 대학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임금을 교비에서 지급해야 하기에, 사업비를 산단회계로 받는 대학에서는 고려하기 힘든 선택지라는 한계가 있다.

다른 방법으로 산단 계약직 근로자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산단에서 혁신지원사업을 위한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형태도 고려된다. 그러나 이 방법이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홍미정 법무법인 지후 변호사는 “A 사업에 대한 기간제 근로자로서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 후 B 사업을 위해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상일 홍익노무법인 노무사는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 공개채용을 통해 다시 기간제 근로자로 고용하는 것은 이론상으로 가능하지만, 채용절차를 전부 새롭게 해야 한다”면서 “채용 내정을 하거나 이전 사업하에서 하던 일과 거의 같을 경우 법률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산단은 각 대학의 상황에 맞게 계약직원들의 계속 고용을 추진하거나, 법률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계약직 근로자를 고용하는 선택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산단의 행태가 일반대에 비해 전문대학 산단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전문대 산단의 기반이 불안한 데서 기인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B 전문대학 산단장은 “일반대 산단의 경우 연구비를 지원받는 사업이 많고, 연구비에서는 인건비 등으로 사용 가능한 간접비 항목이 잘 돼 있다. 일반대에 대한 연구비 자체도 규모가 큰 편이다. 반면 전문대는 연구비가 지원되는 사업이 거의 없고,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은 간접비 항목이 없어 인건비 지출이 어렵다”면서 “전문대 중 상위 몇 개 대학을 제외하고는 산단 수익이 그리 크지 않다. 우리 대학만 하더라도 현재 상태로는 한 사람의 산단 전임 직원도 채용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