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진 기자

이현진 기자
이현진 기자

대학에 물리적 캠퍼스는 없다. 입학과 동시에 세계 각 도시로 흩어져 현장을 파고들며 지식을 쌓는다. 구글·아마존과 공동 프로젝트를 하고 정부기관에서 실무를 경험한다. 학교가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통해 수업에 참여하고 토론도 이뤄진다. 이 모든 게 정규 교육과정이다. 전 세계가 캠퍼스이며 강의실인 셈이다. 2014년 개교해 세계적 혁신 대학 반열에 오른 미네르바 스쿨 이야기다.

본지 ‘해외대학으로부터 배운다’ 시리즈에 소개된 일본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학교는 학생 반이 외국인 유학생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일본이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것이다. 7만여 명이 다니는 대학이 된 애리조나주립대도 마찬가지다.

한국판 미네르바스쿨은 나올 수 있을까. 대학 관계자들은 이구동성 ‘불가능’을 말한다. 미네르바스쿨의 이른바 ‘無 캠퍼스’ 정책도 애리조나주립대의 7만 명 재학생도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일반 대학은 물론이고 사이버대학조차 건물이 없으면 불법이라는 ‘규제’가 도사리고 있다. 교육부가 정한 정원을 넘겨 학생을 선발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교과서와 강사가 없는 프랑스의 ‘에꼴42’도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하다. 학생당 교수 비율이 정해져있다.

유학생의 발걸음도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한류 열풍에 매료돼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유학생들에게 한국어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불법체류 통로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법무부가 어학연수와 학위과정 입학을 위한 입국허가 조건을 내건 것이다.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유학생을 위해 모든 강의를 일본어와 영어로 제공하고 있는 리츠메이칸대학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본지가 지난해 미국 현지에서 개최한 ‘UCN President Summit at ASU’ 행사에 국내 대학 총장·부총장, 교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마이클 크로(Michael Crow) 애리조나주립대 총장은 “ASU도 애리조나 내 학령인구만 대상으로 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눈을 돌리라”고 조언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2021년 38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교육부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진부한 말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한국판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학과 애리조나주립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과도한 정부 간섭 아래 교육 혁신은 요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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