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은 가톨릭대 입학사정관

최근 대학 입시에서 합격자 처리 문제로 몇몇 잡음이 있었다. 연세대는 정해진 등록기간 내 납부가 되지 않았으나, 수험생이 납부한 것으로 착각해 합격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었다. 서울시립대는 대학이 추가합격 마감 전 합격 통보 전화를 걸었으나, 수험생이 마감 시간이 지나 전화를 받게 돼 불합격시켰다가 논란이 일자 내부 논의를 거쳐 번복한 사례도 있다.

대입 담당자는 입시의 중요성과 그 무게감을 알기에 수험생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규정 내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의 잘못된 행동으로 선의의 수험생들이 합격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추가 합격자 발표가 바로 그런 경우다.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되는 합격자는 다수 인원을 동시에 발표하고 정해진 시간 안에 등록하도록 한다. 등록하지 않을 경우 불합격 처리하고 다음 추가 합격자 선발로 넘어간다.

반면, 전화로 통보하는 추가 합격자 발표는 반드시 수험생의 미등록 의사를 확인해야 차순위자 선발로 넘어갈 수 있다. 대학들이 정해진 기간 내 정원을 모두 채우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올해 정시모집에서는 서울 소재 대학조차 수십 명 넘게 정원을 채우지 못해 추가모집을 하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보통 전화 추가합격 진행이 늦어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연락 두절'이다. 개인 사정으로 전화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장 안타까운 것은 타 대학에 합격해 기쁜 마음에 가족이 외국 여행을 떠나 연락 불가인 경우다. 대학은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서접수 시 집 전화, 본인, 학부모, 친인척 등 최소 5개 이상 연락처를 입력하도록 하고 있지만, 모두 받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두 번째 ‘결정 장애’인 경우다. 이미 타 대학에 합격했으나 추가 합격 대학과 저울질하는 경우로, 최종 결정은 하지 않고 긴 시간 고민하는 상황이다. 보통 수험생과 학부모 간 협의되지 않은 경우다. 또 등록 의사가 전혀 없음에도 합격시켜준 대학에 등록 포기의사를 말하는 것이 미안해 거짓으로 등록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있다. 등록하지 않을 거라면 포기 의사를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차순위자에게 기회를 주는 길이다.

세 번째는 등록 포기를 ‘의도적’으로 밝히지 않는 경우다. 풍문이지만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같은 반 학생 2명이 동일한 대학, 전공에 지원했는데 하필 예비번호를 순차적으로 받은 사례가 있었다. 그 사실을 안 앞 순위 학생은 뒷 순위 학생을 불합격시키기 위해 일부로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등록포기 의사 미고지 수험생에 대한 제재 수단이 없는 현 대입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다. 일부러 포기하지 않은 것을 자랑하려고 인터넷에 글을 올린 학생도 있다고 한다.

의도적 악용 학생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중복 합격자 처리 시스템’을 원서접수 시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현재 교육부가 공통 원서접수 시스템을 도입했기에 ‘중복 합격자 처리 시스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제도나 시스템으로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면 고교, 대학, 교육부가 함께 논의해 위와 같은 문제를 최소화해야 한다.

대입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그때만 관심을 가질 뿐 지나면 잊힌다. 그래서 늘 문제가 반복된다. 더 이상 문제를 반복시키지 않으려면 교육부와 대교협은 관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 줄 필요가 있다. 전산 시스템이 없던 시절 도입됐던 전화 추가 합격 통보 방식을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2년 연속 예비번호 바로 앞에서 불합격해 강제로 3수를 해야 했던 수험생과 상담한 적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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