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중심은 ‘THE’, 평판 높은 곳 ‘QS’ 선방…노벨상이 관건 ‘ARWU’
기관마다 연구환경 등 지표항목 배점 달라 국내 대학순위 '널뛰기'
“투자는 성과로 직결”증명…“해외 유수대학과의 공동연구도 도움”

지난해 5월 'ICT미래인재포럼'에서 드론 인형뽑기 시연을 하고 있는 성균관대 지능형  ICT융합연구센터.(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계없습니다).
지난해 5월 'ICT미래인재포럼'에서 드론 인형뽑기 시연을 하고 있는 성균관대 지능형 ICT융합연구센터.(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계없습니다).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한국 대학 수준은 어디까지 올라왔을까. 세계대학평가에서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연구’ ‘평판’ ‘교육환경’ 등을 기준으로 삼는 각종 평가는 매년 세계대학을 대상으로 점수를 매긴 뒤 1위부터 나열한다. 실시 기관의 평가지표나 배점에 따라 순위가 크게 바뀌는 경우도 있어 “널뛰기 성적이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해당 평가의 성격을 파악한 뒤 선별해 받아들인다면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대학의 위상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이는 만큼 “이왕이면 평가의 긍정적 요소를 끌어올려 국내 대학의 위치를 인정받고 싶다”는 게 대학가 속내다. 그러나 ‘평판도’ 등 구성원의 주관적 의견이 개입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객관적 지표로 삼기보다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는 참고사항으로 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 ‘연구’는 대규모, ‘평판도’는 오래될수록 유리 = 각종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대학 최고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서울대’의 2019년 결과를 보면 △QS(Quacquarelli Symonds) 36위 △영국 타임즈고등교육(THE; Times Higher Education) 63위 △US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News&World Report) 129위를 기록할 만큼 그 결과는 들쭉날쭉하다. 중국 상하이자오퉁대(상해교통대)의 세계대학학술순위(ARWU)에서는 100위 권 내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대는 101~150위권에 자리한다.

세계 대학을 평가하는 세계대학랭킹은 그 수도 방법도 다양하다. 특히 영향력 있는 평가는 △THE 세계대학순위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의 세계대학순위 △US뉴스 세계대학순위 △ARWU 등이 있다.

표1 = THE, QS, US뉴스 국내대학 순위 탑10
표1 = THE, QS, US뉴스 국내대학 순위 탑10

각 평가는 서로 다른 지표와 배점에 따라 대학을 평가하기 때문에 국내대학들이 받아드는 성적도 차이가 있다. 연구의 절대 숫자를 따지는 평가지표라면 대학 규모가 클수록, 평판도나 동문 출신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을 평가하는 항목이 있다면 학교 역사가 오래될수록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THE 대학평가 자문위원인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는 “국내 대학의 세계대학평가 결과는 전체적으로 상승세”라고 진단했다. QS평가에서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그럼에도 ‘평판도’ 지수에는 아쉬움을 밝혔다. 서 교수는 “특히 THE와는 다르게 QS는 평판도 조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국내대학은 국제화 지수의 부족이 평판도의 간접적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연구’ 중심 대학 두각 나타내는 ‘THE 세계대학순위’ = THE는 2004년부터 세계 대학의 경쟁력을 평가해서 매년 발표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를 대상으로 한 대학평가도 추가로 내놓는다.

THE 세계대학평가의 경우 평판을 중심으로 하는 QS 평가와는 달리 최근 5년간 논문 인용지수를 주로 보고 있다.

표2 최근 9년간 THE 세계대학순위 국내대학 톱3
표2 = 최근 9년간 THE 세계대학순위 국내대학 톱3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대학순위 3위 안에 드는 대학은 단 4곳. 서울대·카이스트·포스텍을 비롯해 최근 성균관대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대는 2014년부터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카이스트는 대부분 2위를 차지하며 제자리걸음이다. 포스텍은 뒷걸음치는 모양새다. 2011년 28위였던 포스텍은 점점 순위가 밀려 최근 2년 동안 성균관대에 뒤처지면서 톱3에 들어오지 못했다.

성균관대는 2018년 포스텍을 끌어내리고 111위로 진입한 뒤 2019년 평가에서는 약 30위 상승한 82위를 기록했다. 특히 성균관대 의대는 2016년 평가에서 88위로 첫 100위권에 진입한 뒤 2017년 72위, 2018년 57위에 이어 올해 41위로 49위인 서울대 의대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성균관대 의대의 약진은 인용지수가 높은 논문을 SCI 저널에 게재할 수 있어 가능했다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표3 = THE 평가항목
표3 = THE 평가항목

THE의 평가항목은 △교육-학습여건(25%) △연구 실적(30%) △연구 영향력(논문당 피인용 수)(30%) △국제화(7.5%) △기술이전 수입 등 산학협력(7.5%) 등 5가지 영역이 있다. 여기서 교육여건은 5개, 연구실적은 3개, 국제화는 3개 지표로 세분화돼있어 세부지표까지 따지면 총 13개 지표를 통해 순위를 산출하고 있다.

평가 지표상 연구중심 대학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문과보다 이공계열이나 의학계열이 발달한 대학이 우수한 평가를 받게 되는 이유다.

■ 인지도와 평판이 관건 ‘QS 세계대학순위’= 지난달 27일 QS는 5개 학문, 48개 전공으로 나눠 ‘2019 세계 대학 학과별 평가’ 500위 순위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세계 TOP 20위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학은 서울대와 카이스트뿐이다. △스포츠관련학 서울대(12위) △사회정책·행정학 서울대(14위) △재료공학 카이스트(17위) △어문계열 서울대(19위) △화학 서울대(20위) △전기·전자공학 카이스트(20위) △재료공학 서울대(20위) 등 두 대학 7개 학과가 순위 안에 든 것에 그쳤다.

지난해 15곳에서 절반 이상 줄어든 결과다. TOP 10 안에는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반면 빠르게 발전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은 칭화대, 베이징대, 중국농업대학 등이 각 전공 세계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QS는 2004년부터 전 세계 주요대학들을 대상으로 경쟁력을 평가해 매년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평가지표는 설문지표와 통계지표로 나뉜다. QS 세계대학평가는 1위부터 1000위까지 발표하고 있다.

표 4 = QS 평가항목
표 4 = QS 평가항목

QS가 주관하는 순위는 학술적 평판과 고용주 평판으로 산출된다. 설문지표인 학계 평판도(40%), 졸업생 평판도(10%)를 비롯해 통계지표인 학생-교수비율(20%), 논문 피인용(20%), 외국인교수 비율(5%), 외국인학생 비율(5%) 의 6가지 지표를 통해 이뤄진다.

이처럼 설문조사를 통해 조사되는 평판도가 지표의 50% 비중으로 높다는 점이 다른 대학평가들과 차별점이다. 역사가 짧고 규모가 작을수록 불리해지는 원인이다. 통계지표는 각 국가의 통계청, 대학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각 대학 구성원에게 자료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QS의 명단 내 조사에서 응답률이 높을수록 평판도 점수는 좋아진다.

최근 QS평가에서 아시아권 대학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데 그 비결이 바로 ‘응답률’이라는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THE와는 다르게 교육여건이나 국제화 등의 지표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평판도를 제외하면 논문 게재실적도 큰 영향을 미친다. 상대적으로 타 학문 대비 논문 게재 실적이 우수한 ‘의대’를 둔 대학이 대부분의 상위권 순위를 차지한 이유다. 과학기술원을 제외하고는 국내 순위 11위를 기록한 한국외대가 의대 없는 대학 중 선전했다.

■ 교수 실력 평가 ‘US뉴스’…노벨상이 평가지표인 ‘ARWU’에는 영미권 대학 포진 = US뉴스 평가에서 국내 대학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가 국내 대학 중에서는 1위지만 세계대학 순위로 보면 129위에 그친다. 2015년 US 뉴스가 처음 세계대학 랭킹을 낼 때 72위였으나 계속 하락 국면이다. 2016년 105위, 2017년 119위, 2018년 123위에 이어 올해는 6계단 떨어졌다.

US뉴스 세계대학평가는 ‘교수 평가’로 요약된다. 미국 국내대학평가에서는 학생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교육 환경, 수업의 질, 졸업생 실적 등이 중요 평가 요소로 작용하지만 세계대학 평가에서 학생 요소는 빠진다.

ARWU는 한국 대학의 자존심을 가장 구기는 평가다. 100위 안에 국내 대학이 전무하다. 교육의 질, 교수의 질, 연구 성과, 1인당 학술성과 등의 평가 분야에서 6개 지표를 잣대로 순위를 매기는데 여기서 졸업생과 교수의 노벨상·필즈상 수상실적이 30%(졸업생 10%/교수 20%)나 반영되기 때문이다.

노벨상·필즈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영미권 대학들이 상위권에 포진한다. 노벨상과 필즈상 수상자가 전무한 국내 대학은 미진할 수밖에 없다.

이 평가에서도 서울대는 국내 대학 중 1위를 지켰다. 서울대는 처음 ARWU순위를 매기기 시작한 2003년부터 16년 연속 국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대학 중 101~150위권에 자리한 대학은 서울대가 유일하다. 성균관대가 151~200위권, 한양대·카이스트·고려대가 201~300위권에 자리했다.

■ “투자는 곧 성과”…“해외 우수대학과 공동연구로 평판도와 연구력 향상” 조언 = 글로벌 대학들과 국내 대학을 비교해 볼 때 현재의 인력과 예산 규모로는 지속적인 국제적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적 지원이 많을수록 평가기준 점수도 덩달아 올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대학인 카이스트를 두고 봤을 때, 미국 MIT, 스탠퍼드 등 최고수준의 대학을 제외하더라도 역사가 비교적 짧은 싱가포르의 난양기술대학(NTU)이나 홍콩의 홍콩과학기술대학(HKUST)과 비교 해도 교수와 총예산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실정이다.

THE도 대학 순위상승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재정적 투자’를 꼽고 있다. 몇 해 전 한국을 찾은 당시 THE 편집장은 “투자와 대학 순위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 투자가 높은 나라일수록 대학 순위는 상승세”라고 말한 바 있다.

<표5 세계 유수대학과 국내 대학의 예산 비교>

표5 = 세계 유수대학과 국내 대학의 예산 비교
표5 = 세계 유수대학과 국내 대학의 예산 비교

투자는 성과에 그대로 반영됐다. QS랭킹에서 △MIT 1위 △스탠퍼드 2위에 올랐고 NTU와 HKUST는 카이스트보다 뒤늦은 개교에도 불구하고 각각 12위와 37위를 기록했다. 카이스트는 40위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는 해외 유수대학과의 공동연구가 국내 대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서 교수는 “우수대학과의 공동연구는 세계대학평가 지표인 평판도나 논문 피인용수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며 “평가지표 중 국제화 부분을 향상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세계 속 한국 대학 위상을 가늠하는 참고자료로 쓸 수 있지만 절대적 결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장은 “해외 대학에 비해서 우리나라 대학은 세계대학평가 결과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그 결과를 대학 홍보수단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객관적 지표 외에 평판도와 같은 주관적 지표도 결과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평가 결과를 맹신할 게 아니라 참고 사항 정도로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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