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역사 배경…‘교외활동’ 반영 입학사정관전형 시절에서 비롯
셀프학생부 적발 고교 재학생 ‘대입 불이익’? 대학들 “사실 아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셀프학생부를 보는 수요자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학교를 탓하기보다는 자신들에게 닥쳐올 피해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대학들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수시박람회장을 찾아 상담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학생이 학교생활기록부의 작성 주체가 되는 '셀프학생부'는 특정 고교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작성한 기록을 그대로 붙여넣는 ‘복붙’ 사례가 아니라 ‘기초자료 조사’라는 명목으로 벌어지는 정보수집까지를 셀프학생부로 본다면 제 발 저릴 학교 수는 대폭 늘어난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부종합전형 자체를 문제로 볼 것은 아니다. 입학사정관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뀌면서 생긴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수요자들은 이러한 사례들이 재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불의의 피해를 우려하지만, 대학들은 셀프학생부 사실이 적발되는 것과 대입의 성패는 관계가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셀프학생부 왜 지속될까…‘과도기’ 놓인 학생부 기록 = 학생부를 기록해야 하는 교사가 작성 책임을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떠넘기는 셀프학생부. 이를 바라보는 교육계의 시선은 다양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와 문제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혼재돼 있다.

셀프학생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은 이러한 복잡한 인식을 키우는 요인이다. 고교에서 ‘기초자료 조사’라고 부르는 것부터 셀프학생부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작성한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는 ‘복붙’을 셀프학생부라고 보기도 한다. 기초자료 조사는 교사가 전체 학생의 활동을 관찰·기록하기 불가능한 환경에 놓여있어 기록 누락의 우려가 있을 때 학생들에게 자신의 활동목록을 제출토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혀 다른 현상에 같은 용어가 덧씌워진 탓에 인식 역시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없다.

다만, 어떤 기준을 놓고 보더라도 셀프학생부가 생각보다 폭넓게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교육부가 ‘셀프학생부 근절’을 외친 것은 뒤집어 보면 이처럼 작성 책임을 떠넘기는 양상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대학들도 이를 알고 있다. A대학 입학사정관은 “대학들도 고교에서 어떻게 학생부를 기록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재학생 자문단 등을 통해 학생들이 털어놓는 솔직한 얘기를 듣고 있다”고 했다. B대학 입학사정관은 “기초자료 조사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이 학생부를 일부 작성해 제출하고 이를 고교가 참고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셀프학생부가 잘못이라는 것을 모르는 고교나 교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학생부를 작성해야 할 책임은 교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셀프학생부 문제가 지속되는 것은 현재 학생부 기록이 아직도 ‘과도기’에 놓여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입학사정관이 평가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입학사정관제는 두 유형으로 구분된다. 과거 시행되던 입학사정관전형과 현재 시행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입학사정관전형은 입학사정관제 도입 초기인 2008학년부터 2013학년까지 실시됐고, 2014학년부터 학생부종합전형이 그 자리를 완전히 대체했다. 

유형이 나뉘는 이유는 ‘교외활동’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013학년까지 시행된 입학사정관전형 시절에는 학생부에 학교 밖 활동을 기록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입학사정관전형에서는 ‘외부 스펙’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반면, 2011년부터 학생부에 교외활동 기재가 금지되면서 2014학년 대입에서 첫선을 보이게 된 학생부종합전형은 더 이상 ‘외부 스펙’을 평가할 수 없게 됐다.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는 “초창기 입학사정관제는 교외활동의 영향력이 컸던 전형이다. 당시에는 학생부 기록의 중요도가 낮았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성격이 바뀌면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나 동아리활동 등을 중시하는 것으로 평가 중심축이 옮겨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외활동을 반영하던 입학사정관전형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활동내용을 교사에게 제출하고, 교사가 이를 반영하는 셀프학생부가 당연시됐다.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활동한 내용을 교사가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창의적 체험활동 기록을 직접 업로드하고, 이를 교사가 승인하는 ‘에듀팟’이 존재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학생부가 중요한 전형요소가 아니다보니 사교육을 통해 학생부를 조작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문제는 이후 입학사정관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뀌었지만, 의식은 아직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는 데 있다. 커진 교사의 평가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생부는 학생들이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교사들이 소수나마 존재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신분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복붙’이 이뤄지는 것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복붙 외에 기초자료 조사라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셀프학생부는 정당한 것이라고 봐야 할까. 기초자료 조사 역시 결코 옳은 방향이라고는 볼 수 없다. 진 이사는 “학생에게 기초자료를 조사해 오도록 하면 사교육을 통해 기록을 만들어올 수 있다. 교사가 기록을 하면 없는 활동을 지어내는 일은 없다. 하지만 조사를 학생이 해오면 관찰하지 못한 내용들이 끼어들 수 있다”며 “아무리 과도기라지만 학생들에게 정보를 수집해 오라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 학교 밖에서 기록해 오는 것은 비용 문제를 야기할뿐더러 학교의 중요성을 낮추게 된다. 기초자료를 받지 않고 성실히 관찰·기록하는 고교들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 이사는 “7차 교육과정 시절 많게는 13개까지도 허용됐던 학기당 이수과목 수가 현재는 8개로 제한돼 있다. 갈수록 이수과목 수를 줄여가는 추세다. 교사가 학생을 관찰해 기록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수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며 “현재 그럼에도 학교 여건 등의 문제로 다소 과도하게 수업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관찰과 기록에 있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교육과정이나 대입전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현실이 발목을 붙잡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셀프학생부 적발 시 재학생 피해? 대입 성패와 연관없어 = 셀프학생부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 학생·학부모들은 가장 먼저 ‘자신들이 볼 피해’에 대해 걱정한다. 셀프학생부로 인해 낮아진 학교의 신뢰도가 재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데 있어 불이익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이들이 말하는 ‘피해’의 이유다. 

우려처럼 학교에서 발생한 셀프학생부 문제는 곧 대입의 성패로 연결될까. 대학들은 입을 모아 사실이 아니라고 답한다. 개별 학교에 대한 불이익은 결코 없다는 게 실제 평가를 실시하는 사정관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한 서울대 입학사정관은 “평가 과정에서 학교를 보는 일은 없다. 학생부에 기록된 내용이 중요하다. 우리가 주시하는 것은 학습 과정에서 어떤 활동을 어떻게 했는지 보는 것”이라며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해서 갑자기 평가 기조가 달라진다거나, 학교에 대한 신뢰가 추락해 선발에서 배제한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다. 쓸데없는 짓을 해서 학생·학부모들에게 걱정을 안긴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의심이 간다면 실제 사례를 참고하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서울대 입학사정관은 “지난해 모 고교에서 성적 관련 비리 사건이 있었지만, 학교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우려와 달리 우리는 제출받은 서류를 100% 신뢰하고 평가한다. 학생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평가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더라도 일부 교사의 문제라고 생각할 뿐이다. 학생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고 했다.

셀프학생부는 절차에 관한 문제일 뿐이라는 시각도 공통적인 답변 중 하나였다. 서울대 입학사정관 경력을 지닌 진 이사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미사여구로 꾸며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공부했느냐다. 하자를 없애기 위해 존재하는 절차를 준수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지만, 그러한 절차까지 대학이 확인하지는 않는다. 누가 어떻게 기록했느냐는 유의미한 차이로 이어지지 않는다. 학생부 결과물을 보면 학생의 학습 과정이 추정된다. 학생부에 있는 정량지표들도 충분히 고려한다. 미심쩍은 부분들은 면접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가 직접 학생들을 관찰하고 이에 기반해 학생부를 기록해달라는 것은 대학가에서 그간 고교에 꾸준히 요청해 온 내용이기도 하다. 차정민 중앙대 선임입학사정관은 “고교들이 얼마나 열심히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노력을 쏟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표현을 더 잘하려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는데, 직접 관찰한 내용들을 기록해 줬으면 한다. ‘무리수’를 쓰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부정적인 적발 사례로 치부하기보다는 학교 체제를 일신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당부도 있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라는 것이다.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고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정작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자정작용 없이 핑계만 찾는다면 그것만큼 교육계에서 비참한 일도 없을 것”이라며 “이런 일을 계기로 평가 체계와 절차를 되돌아본다면 한층 발전한 학생부 기록 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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