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락 전주비전대학교 국제교류부 센터장

이상락 센터장
이상락 센터장

오늘 커피 다섯 잔을 마시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커피의 향기와 맛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이 주는 잠깐의 쾌락에 중독돼 있는 상태인지 모른다. 일중독, 게임 중독, 휴대폰 중독 등 우리가 습관적으로 중독적인 행위를 하는 것, 그것의 본질은 ‘마비’다. 왜 하는가를 고민하지 않고 그 상태 자체에 길들여져 습관적으로 행해지는 어떤 일의 결과가 파장을 일으킬 때가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오직 습관적으로 즉각적인 만족을 얻는 것, 그 본질은 바로 마비다. 이로 인한 더 큰 문제는 진짜 문제를 회피한다는 것에 있다. 수없이 되풀이 되는 일 그래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지는 일들의 결과는 때론 치명적이다. 과거에는 문제가 아니라고 했던 것들이 지금은 사회적인 문제가 돼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 사례들이 언론에 보도되곤 한다.

최근 어느 대학에서는 갑작스럽게 휴강을 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택시비를 지급해주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수업을 받기 위해 택시를 타고 급하게 온 학생들이 휴강 소식을 듣고 문제 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회의 시간에 물컵을 던져도 되는 줄 알았고, 공부를 잘하게 하려는 의도라면 학생을 때려도 되는 줄 알았다. 일이 발생하면 휴강을 해도 되는 줄 알았고, 쉬는 시간에 커피와 햄버거 심부름을 시켜도, 수업이 끝난 강의실을 정리시켜도 되는 줄 알았다. 어느 순간 관습과 관행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추행들은 우리 주위에서 너무도 많이 저질러졌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로 구성된 대학가도 인식이 변하면서 학생과 교수의 관계도 변화 중이다. 권위주의에 기초한 관계나 전통적인 사제 관계가 무너지고 개인주의와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한 관계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위계라는 말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 혹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걱정하고 개탄하지만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권위주의적인 문화를 버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진정성 있게 소통하면 공감할 수 있다.

대학가의 이러한 고정관념, 관습은 줄어드는 학생들을 직시하면 사라지게 된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 학생들은 “선생님들이 우리를 귀찮아(관심 없어) 한다”고 느낀다는 결과를 보았다. 어떤 대상,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것이 내게 가치가 있다는 의미이며 그 대상에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올해 시행되는 강사법에 따르면 강사당 학기별 최장 6시간,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9시간 수업을 맡겨야 한다. 최장 3년을 보장해야 하고, 방학 중 급여를 지급해야 하며, 퇴직금과 보험도 가입해주어야 한다.

대학은 인건비 상승을 우려해 전임교원들의 강의를 늘리려 한다. 이제는 개설 강좌 수를 줄이기 위해 졸업에 필요한 필수 학점 수도 낮추려 한다. 이제 대학은 생존이 목적이 돼가고 있다. 과연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관습과 관행은 무섭다. 나와 우리를 형성하고 있어서 그 안에서 나도 모르게 자라나고 만들어져서 나는 그것을 보지 못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야 잘못 됐음을 느낀다. 스스로가 의심하고 자각해보는 수밖에 없다.

투표권에서 교육에서 성별에 관계없이 평등한 기회를 제공한 것이 언제부터인가?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존중한 것이 언제부터인가? 누가 알 수 있는가?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후손들이 오늘 우리들의 삶을 두고 개탄할지, 지금도 어느 곳에서는 관습이라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수없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보지 못하거나 보여도 못 본 척하는 것은 아닐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이해와 성찰의 총량이 증가하는 사회는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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