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애그뉴 총장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면서도, 일반대 중심의 입시정책이 계속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 흐름이 직업교육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한국도 캐나다의 교육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데이비드 애그뉴 총장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면서도, 일반대 중심의 입시정책이 계속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 흐름이 직업교육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한국도 캐나다의 교육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지난해 12월 연말, 한국대학신문은 주한 캐나다대사관에서 데이비드 애그뉴(David Agnew) 세네카(Seneca) 칼리지 총장을 만났다. 본지와의 인터뷰를 흔쾌히 수락한 그에게 먼저 우리나라에 방문한 목적을 물었다.

“한국은 매우 중요한 교육 시장이다. 실제로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국제 학생 유치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국가다. 실제 세네카 칼리지에 이미 많은 한국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지만, 관계 향상을 위해서 방문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방문이다.”

데이비드 애그뉴 총장은 지난 2009년 7월 세네카 칼리지의 제5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그의 지도력 아래 세네카 칼리지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칼리지(폴리테크닉) 가운데 한 곳으로 급성장했다. 국제적 협력 관계 구축, 투자 유치, 학사 제도의 유연화 등 그가 온 뒤 세네카 칼리지는 혁신에 혁신을 거듭했다.

요즘 국내 교육기관이나 기업, 심지어 정부에서도 ‘혁신’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래서 오히려 ‘혁신’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반감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애그뉴 총장의 ‘혁신’은 많이 달랐다. 그동안 공공·민간·비영리 부문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세네카 칼리지를 캐나다 온타리오주를 넘어 글로벌 직업교육의 중심 교육기관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고등학생일 때, 토론토에서 신문기자로도 활동한 그는 한국대학신문과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질문에 대해 명확하고, 막힘 없이 답을 쏟아냈다. 또한 솔직했다. 한국을 방문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바를 꾸밈없이 털어놨다. 그의 대답은 단순히 질문에 ‘그냥’ 생각난 대로 말한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직업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 전문가들을 향한 조언일 수 있다.

데이비드 애그뉴 총장
데이비드 애그뉴 총장

- 세네카 칼리지는 어떤 고등교육기관에 해당하는가.
“세네카 칼리지는 폴리테크닉 가운데 하나다. 주마다 시스템이 약간씩 다르다. 10개 주에서 5개 주에 13개 대학이 있다. 이들로 구성된 폴리테크닉협회가 있다. 단과대학이지만 종합대학처럼 학위과정과 대학원 과정(1년)도 갖고 있다. 20개 정도의 학과는 4년제로 운영되며, 마스터 레벨인 대학원 과정도 운영하고 있어 캐나다는 한국과는 다른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으로 치면 전문대학과 일반대의 통합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 세네카 칼리지는 어떻게 출발하게 됐나.
“1967년에 설립된 공립대학이다. 설립과 재구성을 거쳐 현재까지 오게 됐다.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룩한 것은 국민의 기술능력, 직업교육 등 노동시장을 분석하면서 시작됐다. 전문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늘어나면서 1년 과정에서 학년 과정을 3년까지 점차 늘려왔다.”

- 어떤 이유로 학위과정 확대를 결정했는지.
“전적으로 산업과 노동 수요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이다. 당연히 새로운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캐나다의 기술과 직업능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쉽게 말해 새로운 분야가 필요하면 학과 과정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 한국에서 ‘혁신’이 화두다.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이라는 애리조나주립대의 마이클 크로 총장의 혁신에 국내 대학들이 주목하고 있다. 애그뉴 총장의 ‘혁신’을 소개한다면.
“총장이 되고 나서 1년제에서 4년제, 대학원 과정까지 학사제도 유연화를 추진했다. 마스터레벨 등 편입제도도 신설했다. 세네카 칼리지에서 학위과정과 준석사 과정을 마친 뒤, 보스턴대나 샌디에이고대에서 마스터 과정을 할 수 있도록 학제 연계 과정도 새롭게 만들었다. 고등직업교육은 항상 산업체를 생각해야 한다. 정말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단 ‘혁신’을 말하려면 학생 스스로 ‘비평’하고 ‘판단’하는 능력, ‘문제해결력’, 효율적인 ‘의사소통’ 능력, ‘팀워크’를 어떻게 형성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세네카 칼라지에는 모든 학부 과정, 250개 학과에서 이렇게 커리큘럼을 짜고 있다. 모든 학생이 졸업하고 바로 취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 수업연한을 다양화할 때, 정부의 규제나 간섭은 없었나.
“우리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 때에는 정부의 승인 신청 절차가 필요하다. 커리큘럼 위원회를 통해 만든다. 캐나다 학생이 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예산은 되는지 등을 검토하는 정도다.”

- 캐나다에도 유니버시티(종합대)가 있는데, 그렇다면 폴리테크닉과 유니버시티 간 차이는.
“폴리테크닉은 실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응용된 학위 과정이 있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테크니컬한 면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유니버시티는 이론과 연구 중심이다. 폴리테크닉은 기술적인 부분과 이론, 직업교육을 동시에 시키며 졸업 전까지 실무에서 해결능력이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즉 ‘역량’에 무게 중심이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데이비드 애그뉴 총장이 캐나다와 한국의 고등교육 시스템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데이비드 애그뉴 총장이 캐나다와 한국의 고등교육 시스템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커뮤니티 칼리지’와는 어떻게 다른가.
“커뮤니티 칼리지는 미국식 교육기관이다. 이해하자면 옛날 방식의 전문대학인데, 2년 과정이며, 인턴십(우리나라의 현장실습과 비슷한 개념)을 한 뒤 졸업한다. 캐나다에 커뮤니티 칼리지는 없다고 보면 된다. 폴리테크닉은 2~4년제로 다양하다. 취업을 위주로 교육 시스템이 구성된다. 캐나다 노동부에서 요구하는 직업교육 기술이 무엇인지에 맞춰 트레이닝이 이뤄진다. 단 한국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폴리텍과는 약간 다른 점이 있다. 세네카 칼리지를 한국 교육기관으로 비교하자면 ‘폴리텍+종합대학’이라고 보면 된다.”

- 흥미롭다. 캐나다만의 독특한 교육체계인가.
“아니다. 이미 중국에서는 100개 대학 이상이 폴리테크닉으로 변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직업 중심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아일랜드에서는 기술교육기관을 응용대학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론이나 연구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4년제 학위로 하되 실무중심으로 교육을 바꾸려는 것이다. 유럽 시스템으로 보자면 캐나다의 폴리테크닉은 ‘테크니컬 유니버시티’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 한국에서는 여전히 일반대 중심의 입시가 계속되고 있다. 성적이 모자라는 학생이 전문대에 간다는 인식이 아직도 팽배하다. 캐나다는 어떤가.
“캐나다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성적을 통해 유니버시티에 진학한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유니버시티 졸업생 가운데 40% 정도는 재교육을 위해 세네카 칼리지 등 폴리테크닉에 입학하고 있다. 폴리테크닉에서는 ‘실질적’인 것을 알려주고, ‘취업’을 중심으로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의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 한국의 고등교육기관과 교류를 한다면, 어떤 교육기관과 할 것인가? 일반대나 폴리텍, 전문대학, 특성화고 등이 있다.
“일반대와 하고 싶다. 우리와 비슷한 학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점교류나 학제교류가 가능하다. 실제 캐나다에서 이미 한국 대학과 교류하고 있는 폴리테크닉도 있다. 하지만 교류가 잦지는 않다. 유학생 유치에 목적을 뒀는데, 교환학생이나 파견교수 등에도 관심이 많다. 캐나다는 이민자들이 많은 다문화 국가다. 캐나다 학생에게 더욱 글로벌한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한국과 할 수 있는 더 많은 교환 시스템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 캐나다의 교육 관계자로서 한국의 총장들과 교수, 정부부처인 교육부에 전할 말이 있다면.
“캐나다의 폴리테크닉 교육 시스템을 한국이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한국 실정에 맞춰 약간의 변형을 거쳐 수용한다면 고등직업교육 발전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고등교육은 너무 이론·학문에 치우쳐 있다. 이제는 한국도 실무 위주의 학위 체계로 개편돼야 한다. 산업체 수요에 즉각 영향을 받는 교육 시스템이 돼야 한다. 실제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교육방침으로 삼아야 한다. 무조건 일반대에 가야 한다는 선입견을 바꿔야 한다.”

[TIP] 왜 세네카를 선택해야 하나

캐나다 세네카 칼리지 (사진=세네카 칼리지)
캐나다 세네카 칼리지 (사진=세네카 칼리지)

300개 이상의 프로그램과 500개 이상의 직업군을 갖춘 세네카 칼리지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경력을 쌓거나 심화과정을 학습하는 것까지 학생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다. 다양한 자격증과 유연한 학습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학습 방법을 선택하고 적합한 방식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세네카 칼리지는 경력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교실 안과 밖에서 직접 배우는 실습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고급 실험실에서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할 뿐 아니라 실용적인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졸업할 때가 되면 모두가 산업체에서 원하는 전문 기술과 경험을 갖추게 된다.

세네카 칼리지는 매년 3만 명의 정규 학생과 7만 명이 넘는 등록 학생을 가진 캐나다에서 가장 큰 대학 가운데 한 곳이다. 150개국 이상에서 온 7000명의 유학생이 다니는 국제적 고등직업교육기관이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립 대학교 가운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토론토와 요크 지역, 피터버로에도 캠퍼스를 가지고 있다.

■데이비드 애그뉴 총장은…
뉴펀들랜드 메모리얼 유니버시티에서 정치학을 전공해 수석졸업했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온타리오 주정부 장관과 공무원장을 역임했다. 유니세프 캐나다 사장 겸 CEO를 거치고, 지난 2009년 7월 세네카 칼리지 제5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캐나다 폴리테크닉협회 의장으로 있다. 2012년에는 엘리자베스 2세 다이아몬드 훈장을 수여했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부국장 / 정리=김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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