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 교양교육에 대한 전문가 간담회 “전문대 교양교육 필요성 확인”
안수미 과장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 전문대 교양교육 지원 정책 등 고려”
윤우섭 원장 “전문대학 현실, 교육 현실 반영한 평가 이뤄져야”
오양현 위원장 “권역별 교양 전담 교수 인력풀 구성 필요”
주현재 센터장 “전문대학간 정보 공유와 성과 확산 네트워크 마련되길”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전문대학의 교양교육을 둘러싼 이견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닌, 예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다. 전공교육과 교양교육의 비율부터 직업교육을 하는 전문대학에서 교양교육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까지 다양하다. 중등교육과정에서 교양교육은 이미 종료된 것이라는 말도 있다. 대학에서는 교육과정을 개편할 때 가장 먼저 교양교육이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강사법으로 인해 졸업학점을 축소하는 대학이 늘면서 교양교과를 줄이는 대학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각 분야의 전문가의 의견을 여섯 차례 연재했다. 이번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나아갈 길을 이야기 해 보고 여러 문제제기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①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현황과 과제
② 전문대학 교양교육 확대의 필요성
③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정체성과 방향
④ NCS와 전문대학 교양교육
⑤ 해외사례로 본 직업교육에서의 교양교육
⑥ 교양교육 질 제고를 위한 방안
⑦ 전문대학 교양교육 혁신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

 

본지는 7일 교양교육 전문가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방안을 두고 논의를 했따. 사진 왼쪽부터 최용섭 본지 발행인, 안수미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장, 윤우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설 한국교양기초교육원장, 오양현 전문대 학사제도개선분과위원장, 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학습지원센터장.
본지는 7일 교양교육 전문가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방안을 두고 논의를 했따. 사진 왼쪽부터 최용섭 본지 발행인, 안수미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장, 윤우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설 한국교양기초교육원장, 오양현 전문대 학사제도개선분과위원장, 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학습지원센터장.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현재를 진단하고 제기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과 추진 과제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본지는 7일 최용섭 발행인의 사회로 ‘전문대학 교양교육 혁신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전문대학의 현안과 정책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안수미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장과 2018년부터 전문대학 교양교육에 대한 시범 컨설팅을 해오고 있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산하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하 교기원)의 윤우섭 원장, 교기원의 전문대학 교양교육 컨설팅에 위원으로 참여한 오양현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학사제도개선분과위원장(순천제일대학교 교수), 전문대학 교양교육에 대해 연구하며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발전방향><NCS 직업기초능력을 활용한 교양 교과목 설계 방안> 등을 쓴 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학습지원센터장이 참석했다.

 

주현재 교수
주현재 교수

-최용섭 본지 발행인(이하 사회) : 먼저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현주소를 진단해본다면.

■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학습지원센터장(이하 주현재) = 최근 전문대학가에 교양교육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물론 관심이 증가할수록 혼란이 가중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좋은 현상으로 보인다. 이 상황을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을 빌려 설명하자면 교양교육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전문대학가에서 별로 고민할 거리가 없는 혹은 개별적으로 나름의 방식으로 운영하는 평형(equilibrium)의 상태였다. 하지만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이상적 모습을 그려야 하고 직업기초능력을 넘어 접근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지면서 이제는 동화와 조절(accommodation)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따라서 혼란의 과정 끝에 전문대학 교양교육에 관한 도식(스키마)의 변화는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오양현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학사제도개선분과위원장(이하 오양현) = 1990년대에는 대부분의 전문대학에 교양학부가 있었다. 교양에 대한 학점도 15학점 정도 배분됐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와 대학 평가가 많아지고 학과 평가도 늘면서, 평가 대상에서 빠져있던 교양교과에 대해 점차 소홀해졌던 것이 사실이다. 교양학부의 교수를 학과로 배속시키고 교양교과 운영 전담 기구를 없앤 곳이 많았다. 최근 교양교육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자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대학구조개혁평가와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사업)에서 교양과정에 대한 평가가 반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윤우섭 한국교양기초교육원장(이하 윤우섭) = 2018년부터 전문대학에 교양교과 시범 컨설팅을 시작했는데, 컨설팅을 다니며 느꼈던 것이 교양에 대한 이해가 학교 구성원들 간 보편화돼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직업기초능력 중심의 교육과정을 편성하면서 학과별로 교양교과를 운영하다보니 교양에 대한 학교의 목표와 학과의 목표가 상충하는 현상도 목격했다. 교양교과 전담 기구가 폐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본다. 따라서 교양 전담기구가 설치돼 교양에 대한 이해를 확산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안수미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장(이하 안수미) =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에서는 그동안 전문대학의 교양교육은 학사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왔다. 그러다 2018년 교양기초교육원에서 전문대에 시범 컨설팅을 시행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전문대학은 SCK 사업에 NCS 기반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면서 전공교과가 더 강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윤우섭 원장님의 말씀대로 학교 전체의 교육목표와 학과에서 생각하는 전공교과 운영 목표, 그리고 전공에 녹아져 운영된 교양교과 간의 불일치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사회 : 교양교과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전문대학의 비교적 짧은 수업연한, 전공교육 위주의 교과 운영 등의 특수성과 정부의 대학 평가로 교양교육 비중이 축소된 현상을 짚어주셨다. 실제로 전문대학의 교양교과가 NCS 기반 교육과정, 창업교육, 인성교과 위주로 편성돼 있어 외부 평가지표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오양현 = NCS 기반 교육과정이 들어오기 전에는 전문대도 큰 틀에서 전공 이해를 위해 필요한 기초수학능력을 가르쳐 왔다. 그러다 NCS 기반 교육과정이 톱다운 방식으로 도입되면서 전문대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직업기초능력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교양에 혼란이 왔다. 직업기초능력과 관련이 있는 기존 교양교과가 사라지고 NCS로 대체된 것이다.

■윤우섭 = 현장을 다니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교과과정이 평가의 대상이 되다보니 교양뿐 아니라 전공교과조차 교수님들이 생각하는 가장 적합한 내용으로 편성되지 못하고 평가를 잘 받기 위한 방향으로 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평가는 결국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이뤄지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의 현실을 가장 잘 아는 교수님들의 의견이 평가지표에 반영돼야 한다. 평가지표를 만들 때 전문대학으 실정이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주현재 = 외부 평가로 인해 교양 교육의 본질이 훼손됐다고 생각한다. 직업기초능력, 창업 등은 교양의 핵심이 아니다. 대학 교양을 직업교육의 틀과는 다르게 이해하고 접근해야 하는데 평가에서는 직업기초능력과 창업이 중요하다 보니 이들이 교양의 중심인 것처럼 여겨지게 됐다. 지금 전문대학은 외부평가에 따라 크게 움직인다. 따라서 교양교육 영역을 평가에서 중요하게 다루거나 반대로 평가에서 제외한다면 다른 영역들이 교양교육의 본질을 잠식하지 않도록 훨씬 신중해야 한다.

안수미 과장
안수미 과장

■안수미 = NCS 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부분은 여러 가지 안이 있었던 것 같다. 다만 현장과 정부의 의도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이제 SCK사업이 종료됐고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제는 NCS의 영향력을 이야기하기 보다 새로운 틀에서 논의를 진행할 때라고 본다. 혁신지원사업은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교양교육 체계 역시 대학이 자율적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

 

-사회 : 직업교육에서의 교양교육은 연구 중심인 일반대의 교양교육과는 달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윤우섭 = 동의하기 힘든 주장이 표출된 것 같다. 교양이라는 말 자체의 이해가 상호 간에 달라 그런 것 같다. 교양은 삶에 대한 총체적 식견과 삶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실천적 의지라 할 수 있다. 일반대 졸업자나 전문대 졸업자나 삶을 대하는 태도는 같을 것이다. 다만 일반대와 전문대의 수업 연한 차이 등으로 같은 양의 교양 교과를 편성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전문대만의 고유한 교양과정을 편성하고 그 안에서 전문대 학생에게 맞는 교양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다만 그에 앞서 교양에 대한 이해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주현재 = 교양교육은 크게 리버럴 아츠(liberal arts, 자유교육)와 일반 교육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교양교육의 주축은 리버럴 아츠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대학에서 일반대학이 추구하는 리버럴 아츠를 그대로 수용하기란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 전문대학의 목적이 고등직업교육에 있다면 그렇다. 따라서 전문대학의 교양교육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전문대학의 정체성과 관련이 깊다. 전문대학은 일반대보다 짧은 수업연한을 가진 2~3년제 교육기관인가 아니면 폴리텍 같은 직업교육 중심의 교육(훈련)기관인가의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만약 직업교육에 방점을 찍는다면 전문대학의 교양은 일반교양의 실용적 차원이 강조돼야 한다.

■오양현 =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은 교육 목표에서 차이가 있다. 일반대는 이론과 학문을 중심으로 인력을 양성하고, 전문대는 기초 지식과 더불어 반복적 실습을 통해 경험을 쌓고 전문직업인을 만드는 과정을 운영한다. 양 기관 모두 사회인으로서의 인간을 양성하는 곳이기에 교양 목표는 같은 데서 출발하지만, 교육 환경의 차이가 있으므로 운영 방법에서 차이가 발생할 것이다. 가령 전문대의 입학자원은 기초수학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하고, 이를 위한 교양교과가 많이 필요하지만 수업연한이 짧기에 많은 교양교과가 비교과로 운영되는 것이다.

■안수미 = 말씀하신 내용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의 교양교육 목적은 동일할 것이다. 다만 교양교육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 부분이 수업연한 차원에서 차이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전문대학의 큰 강점은 자기 직업과 관련 있는 살아있는 공부를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이 교양교육을 실시하는 데는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일반대나 전문대의 교양교육의 목적은 동일하게 보되, 그 부분을 실제로 운영할 때 가능한 방식으로 어떻게 도입하는가의 문제에서 차이가 생길 것이다.

 

-사회 : 대교협 산하 교기원에서 전문대의 교양교육에 대해 컨설팅을 했다. 일반대의 관점에서 이뤄질 것이란 우려의 시각도 있었다.

■주현재 = 컨설팅 기획위원으로 활동했는데, 교기원에서 전문대학의 실정과 일반대가 다름을 고려하신 의도로 보인다. 컨설팅 기획 당시부터 전문대 교수님들이 여러 분 참여해 전문대의 실정에 맞는 컨설팅이 되도록 내용을 만들려고 했다. 전문대에 대한 기초교양교육 컨설팅 사업은 전문대학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진행됐다고 본다. 하지만 전문대학의 입장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교양을 외부강사에 의존하고 있는 점,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교양교육에 투자가 어려운 점, 학점이 줄어들어 교양학점이 많지 않다는 점,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최대한 고려해 진행됐다는 점이 그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이상향이다. 이것을 전문대학이 함께 숙고의 과정을 거쳐 직접 만들어야 한다.

오양현 교수
오양현 교수

■오양현 = 교기원의 전문대학 교양 컨설팅에 컨설팅 위원으로 참여를 했는데, 교양교육에 대한 컨설팅은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컨설팅은 컨설팅 그 자체로 끝나고, 톱다운 방식의 개입은 지양하는 것이 맞다. 다만 이번 컨설팅 과정에서 전문대학 교수들이 연수 등을 통해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우연의 일치로 ‘전문대학 동반성장 컨설팅’에도 위원으로 참여하며 전문대학을 다녀봤다. 그 과정에서 전문대 관계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고, 교양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윤우섭 = 우리도 전문대학 컨설팅을 시작하면서 그와 같은 우려가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교기원이 대교협 산하 조직이긴 하지만, 설립 주체와 형태 등을 막론하고 우리나라 교양교육의 질 제고를 논의하는 기구다. 교양교육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있는 일이라면 일반대와 전문대를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다만 우리도 전문대의 실정을 잘 모르기에 컨설팅에 앞서 기획위원회를 구성하고 기획위원 10분 중 7분을 전문대 교수들 중에서 모셨다. 또 컨설팅 위원으로는 22명이 위촉됐고 이분들이 3인 1조로 컨설팅을 실시했는데, 이 중 2분을 전문대 교수 출신의 위원으로 구성했다. 일반대 교수는 컨설팅 경험이 있으니 공유하시라는 차원에서 한 조로 편성한 것이다. 2018년에는 11개 전문대학에 대해 시범 컨설팅을 실시했는데, 컨설팅 대학에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가장 낮은 점수가 4.5점일 정도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컨설팅을 실시할 때도 방향성을 강력히 유도하거나 주장하는 일은 없다. 다만 교양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면 어떻게 교양과정을 편성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 일종의 자극을 드리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컨설팅으로 제안한 내용에 대해 그 대학에서 자체 검토를 하고 실행 여부를 결정해 추진한다. 전문대학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도 의견을 나누고 협조를 구했다.

■안수미 = 우려의 기조 속에서 전문대와 일반대 사이에 그동안 긴장과 단절 관계가 있었던 것 같다. 이로 인한 어려움이 예상됐을 것인데도 교기원이 전문대학에서 교양교육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주신 데 감사를 드린다.

 

-사회 : 교기원의 컨설팅은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변화 모멘텀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 같다. 4차 산업혁명, 융합교육의 필요성 대두와 같은 시대의 변화로 인한 전문대학의 교양교육이 변화돼야 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대학의 교양교육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주현재 = 삼육보건대학교는 지난 1월에 교양교육혁신센터를 만들었다. 혁신지원사업에 발맞추는 동시에 교양교육의 중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설치된 것이다. 교양교육혁신센터를 맡으면서 우리 대학의 교양교육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전문대학의 교양교육은 일반대학의 교양교육과 상당 부분 유사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전문대학에서는 기술활용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 대학은 보건대이기에 코딩이나 기술교육이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전문대에서는 이러한 교육이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전문대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에서 기술 활용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있고, 코딩이나 새로운 환경에 따른 기술을 활용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전문대가 코딩이나 VR, AR, AI, 드론과 같은 기술을 교양수업에 적용하고 학생들이 필요에 따라 활용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실제로 우리 대학은 지난해 전문대교회의 지원을 받아 4차 산업혁명 교양 수업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했다. 수업 명은 ‘코딩 앤 플라이’로, 수업에서 코딩을 가르치고 그 코딩을 드론에 입혀서 날려보는 수업이다. 자체적으로는 이 수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보고 있다.

■오양현 = 시대 변화에 따라 교양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전문대학 교양교육 컨설팅을 하며 느낀 것이 교양교육에 대해 컨설팅 해도 변화는 결국 대학에서 활동을 통해 일어나야 한다는 점이었다. 준비단계에서 교양교육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만 성과를 내는 것은 결국 대학이다. 전문대학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실제적인 지원이다. 또, 일반대에서도 하고 있는 창의‧융합교육을 전문대에 맞게 실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연구 지원도 필요하다.

■안수미 = 전문대 교수님들이 여러 상황을 말씀해주셨고 이 내용을 짚어보면 개별 전문대학 차원에서는 아직 물적 제한이 커서 교양교육의 시행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실현이 어려운 것 같다. 결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연결될 것 같은데, 이미 교기원에서 컨설팅을 시작했고 이 부분이 좋은 발단이 됐으면 한다. 또 교기원뿐 아니라 케이무크(K-MOOC)를 운영하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같은 교양교과와 관련된 여러 전문 기관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전문대학 교양교육을 위한 협업에 대해 논의가 진전되면 좋겠다. 전문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이 SCK사업에서 혁신지원사업으로 변화됐는데, 이러한 큰 재정 개편 추진 상황을 보면서 우리 전문대학정책과도 이 안에서 교양교육 혁신을 위한 신규 예산을 발굴하는 게 좋을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방안을 논의하는 게 좋을지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

 

윤우섭 원장
윤우섭 원장

-사회 : 전문대학에서 교양교과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양현 = 전문대학의 운영 실태를 보고 우려되는 점도 있지만, 그럼에도 전문대학에서 교양교육 학점은 늘어나야 한다. 시대적으로 교양교육이 더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 평가나 강사법 등으로 이와는 다르게 교양과목이 줄어드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제도가 좋고 맞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 제도는 좋은 제도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즉, 교양교육도 전문대학이 운영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교양수업을 하려고 해도 학점을 반영해 정규 교과로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전공과의 학점 비율, 강사법 등 문제가 있다. 기술교육, 인성교육, 창의교육이 중요하다고 해 이를 실시하려고 해도 교양교육에 8학점이 배분된 현실에서는 한계가 많다. 또 학생 수에서도 어려움이 있다. 전문대학은 규모가 작고, 500명 수준의 전문대학도 여럿 있다. 500명을 모집하는 대학이 5000명 정원을 가진 대학과 교양교과를 운영하는 측면에서 효율성의 차이가 분명 있다. 정원이 많으면 규모의 경제로 보다 다양하게 교양수업을 운영하는 게 가능하지만 정원이작을수록 이는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대학이 가능한 방안을 찾아 학과 특성을 살린, 학과별 교양수업을 운영하기도 한다. 학과별로 교양이 특성화될 수 있다는 데에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전문대학이 교양교과를 운영하는 데 겪는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주현재 = 교양교육의 양과 질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 우선 근본적으로 교양교육의 양을 확보해야 한다. 즉 교양과 관련된 학점이 최소단위 이상 있어야 한다. 양을 무한대로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질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대학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기에 컨설팅 사업이 교양교육에는 매우 필요하고 또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평가보다는 직접 대학의 상황을 들여다보는 컨설팅이 교양교육의 질 고도화를 위해서는 더 좋은 방법이다. 또한 대학 행정자 및 교수의 교양교육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현재 교육부나 전문대교협차원에서 교양교육운영에 대한 가이드가 거의 없다. 이것은 장점도 있지만 지금 같이 대학이 평가받는 시대에서는 교양교육 중요성은 맨 마지막으로 밀리다가 소외되기 쉽다. 대학에는 교양교육을 전담할 수 있는 전담조직과 운영지원이 있어야 한다. 교양과가 됐든, 교양교육지원센터가 됐든, 대학에 따라 직원 1명이 교양업무를 겸직하면서 강사에게 수업을 의존하는 방식은 개선돼야 한다. 문제는 재정적 어려움이다. 교양 수업의 발전을 위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윤우섭 = 교양교육에 대한 인식을 전체가 함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계속 강조했던 것처럼, 교양은 직업인 이전에 인간이 가져야 할 식견이나 태도다. 이 주장에 의지한다면 전공 교과별로 교양을 나눠 하는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교양교육이 대학 전체의 일이라 인식하고 운영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 해결책도 나올 것이다.

 

-사회 : 전문대학 학생들은 바쁘다. 학점이 줄었지만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정부 재정지원 사업으로 운영되는 비교과 과목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비교과 과목은 대부분 교양교육이다. 학점화만 되지 않았을 뿐, 전문대학의 교양교육은 적지 않다.

■오양현 = 순천제일대학교 산업기술전자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우리 과는 정원 40명에 인문계고 반과 특성화고 반으로 나뉘어 있다. 같은 영어교육을 시키더라도 고교에서 배운 내용의 차이가 있어 수업을 나눠서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로 교양수업은 비교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또 소규모로 이뤄진다. 다른 과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하고 싶어도 수업시간이 달라 어렵기 때문이다.

■윤우섭 = 그렇다면 결국 비교과 수업의 지속성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부 재정지원을 받아 이뤄지는 수업의 경우 지원이 종료되면 그 과정이 과연 존속할 수 있을까. 그리고 교양교육 성과평가 시 학교입장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입장에서도 수업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 평가를 바탕으로 교수자는 교수법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최용섭 본지 발행인
최용섭 본지 발행인

-사회 : 전문대학의 교양교육이 기로에 서 있다는 점에는 다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관심도 많아졌다. 그렇다면 전문대학의 교양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정책적 지원 방안은 무엇일까.

■주현재 = 크게 3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방향성을 위한 포럼, 토론회를 개최해 교양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우리 대학의 ‘코딩 앤 플라이’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것인데, 성과를 거둔 점에 대한 대학간 정보 공유와 확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대학 간 성과를 공유하면 그동안 경쟁만 해왔던 대학들이 자기 것을 감추다가 서로 공유하게 되면서 발전할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 경험을 많이 했다. 둘째,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으면서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모델을 개발했으면 한다. 셋째, 전문대학 현실상 일반대처럼 교양 수업을 다양하게 개설할 수 없기에 교양 수업에서만은 케이무크 운영과 지역 대학 간 수업 교류가 수월했으면 좋겠다. 여기에 컨설팅이 병행되면 전문대학의 교양교육은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오양현 = 아무리 좋은 강의도 학점 없이는 진행이 어렵다는 것을 앞서 말씀드렸다. 결국 학점의 확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대학마다 교양교과를 운영하는 주체가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예산을 짜고 실행계획을 수립한다. 이 때문에 교양교육을 전담하는 교수, 직원이라는 인적 인프라가 필요하다. 다만 전문대학 현실상 이를 실현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전문대학 교양수업 운영을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와 관련된 방안으로 권역별 교양 전담 교수 인력풀(pool)을 만들어 통합관리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전문대에서는 강사를 초빙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에서는 더더욱 어려움이 크다. 그렇다보니 다양한 교양을 개설하려 해도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획일적인 수업을 개설하는 데 그치고 마는 것이다. 정부에서 교양 전담 교수를 관리할 기구를 설치해서 지역별로 인력풀을 만들고 통합관리하면 대학에서 강사를 초빙하는 데 드는 어려움도 줄어들고 다양한 교양교과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윤우섭 = 제안하신 강사풀 관리 방안에 동의한다. 일반대도 강사 초빙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목포에 있는 한 일반대의 경우 강사 수급 문제가 발생하자 인근 대학과 강사를 공유해 수업을 개설했다. 실제로 지방에는 은퇴한 교수들이 많다. 이분들은 강사료도 크게 원치 않는다. 다시 학생들과 만나 에너지를 공유하는 데 기쁨을 느끼고 강단에 서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인력을 활용해 풀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조만간 실현되기를 바란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전문대학의 교양교육에 대해 논의했는데, 자칫하면 무(無)로 돌아갈 수도 있다. 평가라는 괴물이 있어서 그렇다. 국가가 투입되는 경우 평가는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평가는 장기적으로 대학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교기원에서는 국비로 전문대학 교 강사를 모셔서 교수법 연수를 하려고 한다. 지속적으로 교수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 또 교양교육 실태에 대한 조사도 실시하려 하는데, 전문대학에서는 교무·입학처장협의회에 협조를 구하고 일반대에서는 교양협의회에 협조를 구해 진행하려 한다. 전문대학정책과에서도 도움을 주시면 감사하겠다.

■안수미 = 말씀하신 실태조사에 협조하도록 하겠다. 교양교육 실태를 보고 분석해서 추진할 것이 있다면 추진하도록 하겠다. 교수님들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교양교육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성과를 확산할 수 있도록 논의의 자리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고려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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