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전형 시행계획 등 사전예고 범위 제외 탓
대학들 ‘부정적’ 시선 견지…가이드북 등 참고자료 풍부

논술전형에 대한 '깜깜이' 비판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사전예고 대상에 세부 논술고사 내용이 빠져 있어 수험생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논술전형에 대한 '깜깜이' 비판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사전예고 대상에 세부 논술고사 내용이 빠져 있어 수험생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연세대의 인문계 논술고사 영어 제시문 출제 등 대학들의 논술전형 변화가 감지되지만, 정작 올해 대입을 치르는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금시초문’이다. 대입 예측 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사전 예고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논술 제시문 유형은 예고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예고제에도 불구하고 정작 수험생들은 갑작스레 바뀐 제시문을 맞닥뜨려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깜깜이’ 대입전형이라는 논술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고교 현장과 수요자들은 논술전형이 ‘사교육 유발’ 전형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라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보다 상세히 발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학들은 여러 이유를 대며 부정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깜깜이’ 논술에 고교 현장, 수험생은 ‘불만’ = 올해도 교육계에서는 논술전형에 대해 ‘깜깜이’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높다. 학생부·수능최저학력기준 등의 ‘변수’가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논술전형의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논술고사인데 어떻게 출제될지를 알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연세대의 경우 당장 올해 치를 인문계열 논술고사에서 영어 제시문 도입을 논의 중이지만,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별도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내용이다. 

현재 대입에서는 사전 예고제가 실시되고 있다. 고3 수험생을 기준으로 했을 때 고1 8월에는 대입전형 기본사항, 고2 4월에는 대입전형 시행계획, 고3 4월에는 수시 모집요강 순으로 각 대입전형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마감시한을 둠으로써 미리부터 자신이 치를 대입을 알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에서다. 

예고제가 실시되지만, 여전히 논술이 ‘깜깜이’ 소리를 듣는 것은 예고 범위에 논술고사 제시문 유형이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대입전형 기본사항은 대학들이 시행계획과 모집요강을 만들 때 활용하는 ‘기준점’에 불과하다. 실제 수험생들이 자신이 치를 대입전형을 인지하게 되는 것은 고2 4월 말 나오는 시행계획 발표부터다. 차후 모집요강이 발표되면 더욱 구체화된 대입전형을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시행계획은 물론이고 모집요강에 논술고사 제시문 유형을 넣으라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에 연세대처럼 모집요강 발표 시기를 앞두고서야 제시문 유형을 변경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극단적으로 보면 시행계획뿐만 아니라 모집요강에 관련 내용을 담지 않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제시문 유형뿐만 아니라 논술고사 시간과 문항 수 등 논술고사 세부내용 전반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안이다.

이처럼 미리 제시문 유형이 발표되지 않다 보니 수험생들이나 고교 현장에서 미리 논술을 대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A고 진학부장은 “현재로서는 대학이 갑작스레 제시문 유형을 바꿔도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미리 대입전형을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예고제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대학들 ‘부정적’ 시선…입시결과 참고, 업무부담 등 ‘이유’ = 수험생이나 고교 현장의 시선에 대해 대학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대학들은 상세 내용을 미리 발표하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학들이 내놓은 변명 가운데 하나는 ‘입시결과’를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A대학 입학팀장은 “매년 입시를 마친 후 결과를 분석한다. 이를 보고 제시문 유형을 정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현재처럼 2년 전 시행계획을 발표하는 상황에서 제시문 유형까지 세세하게 정해 발표하는 것은 부담감이 크다”고 했다.

과도한 업무부담도 대학들의 변명 중 하나였다. B대학 입학관계자는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만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시행계획에 논술고사의 세세한 제시문 유형까지 전부 담는 것은 쉽지 않다. 동일한 기준으로 보면 면접 등 다른 대학별고사나 예체능 실기고사 등도 전부 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부담이 과하다”고 했다. 실제 대학들이 시행계획을 내기 위해 고심하는 기간은 모집요강과 학기 초 설명회 등을 준비해야 하는 기간과 겹친다.

모의논술이나 논술 가이드북이 있다는 점을 드는 대학도 있었다. C대학 입학팀장은 “우리 대학의 경우 매년 논술 가이드북을 발간하고 있고, 모의논술도 시행한다. 이를 통해 바뀔 제시문 유형을 미리 알 수 있다”고 했다. 

대학들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수요자들과 현장의 불만은 크다. A고 진학부장은 “모든 대학이 논술 가이드북을 발간하거나 모의논술을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입시결과 참고도 옹색한 변명으로 보인다. 매번 그런 식으로 입시결과를 참고해야 한다면 대입전형 예고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요자들에게 사전 정보를 알리는 데 있어 ‘적극성’을 보이는 대학이 많다는 점이다. 올해 의학논술을 놓고 반응이 엇갈린 가톨릭대와 한양대는 지난해 발표한 2020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통해 변화상을 이미 알린 상태다. 가톨릭대와 한양대 외에도 많은 대학들이 시행계획에 논술고사 제시문 유형을 공지하고 있다. 관련 내용을 일체 공지하지 않은 대학은 소수에 그친다. 국중대 한양대 입학팀장은 “지난해 시행계획을 통해 의학논술 도입에 대해 사전 공지했다. 올해 모의논술 등을 통해 보다 상세한 내용을 알릴 예정이다. 처음 실시하는 의학논술이기에 너무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지금처럼 대학들의 ‘선의’에만 기대는 예고제 구조는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B고 교장은 “가이드북, 모의논술 등이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시행계획이 나올 때부터 기본적인 제시문 유형 정도는 알고 있어야 논술고사를 대비할 수 있다”며 “가뜩이나 논술은 고교 현장에서 대비하기 어렵단 이유로 여전히 축소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글쓰기’ 능력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논술전형이 사라지는 것은 교육적으로 보더라도 아쉬운 일이다. 대학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논술전형에 붙은 ‘사교육 유발’ 꼬리표가 떼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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