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기부’ 나서며 ‘교수·대학 브랜드 효과’ 톡톡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교수들이 닫혔던 대학 강의실 문을 개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한 달간 19억 명이 이용한다는 유튜브에 대학 교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식 공유를 표방하며 ‘유튜버’로 거듭난 대학교수들은 “대학 강의실에 한정돼 있던 물리적 공간에서 벗어나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두에게 공유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유튜브의 급격한 성장세가 ‘상아탑’으로 일컫던 대학에도 서서히 파고들고 있다. 대학은 유튜브를 통해 세상과 함께 호흡하며 공유하는 주체로 거듭날 수 있을까.

■ “10년 전 이미 시작…” 유튜버로 활동 중인 교수들 = 유튜브의 성장새는 가파르다. 2018년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이용률 조사에서 유튜브는 38.4%로 국내 서비스인 네이버TV(7.1%)보다 월등히 높다.

김영식 남부대 교수가 19일 자신의 유튜브 계정을 통해 '웃음' 강의를 하고 있다
김영식 남부대 교수가 19일 자신의 유튜브 계정을 통해 '웃음' 강의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유튜브의 성장이 교육 현장에도 파고들었다. 김영식 남부대 교수는 10여 년 전 유튜브를 시작했다. 웃음 연구하면서 ‘웃음요가’라는 브랜드를 한국에서 처음 개발한 뒤였다. 낮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여유 있는 밤에는 유튜브로 강연했다. 대학에만 한정됐던 강의를 전 세계인에게 공유하기 위해서다.

김영식 교수는 “대학 강의는 학생들만 들을 수 있는 반면 유튜브 강의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지식과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는 매력에 시작하게 됐다”며 “유튜브는 구독자 연령층이 다양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해외에서도 강연을 잘 들었다는 메시지가 왕왕 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인기 강좌는 지금까지 최대 60만 뷰(view)를 기록했다.

신종우 신한대 치기공학과 교수도 유튜브의 초창기 멤버로 이름을 날린 대학 교수 중 한 명이다. 일반적인 대학의 강의실 강의를 ‘닫힌 교실’로 표현한 신 교수는 “강의가 캠퍼스 안에서만 이뤄지다보면 혁신이 어렵다”며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지고 있는데 대학 수업 공간의 다변화가 대학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신 교수의 유튜브 강의 조회수는 최고 110만 회에 달한다.

신 교수는 유튜브에 강의를 제공한 데 이어 학생들의 참여도 유도한다. 신 교수는 “소셜 크리에이티브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수업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학생들이 수업 과정에서 참여한 유튜브 활동은 사회에 나갈 때 자신만의 포트폴리오가 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1928년생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도 최근 유튜버로 거듭났다. 김 교수의 채널인 ‘김동길 TV’는 개국 1달 여 만에 구독자 7만여 명이 몰렸다. 최대 조회수도 54만회를 기록했다.
1928년생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도 최근 유튜버로 거듭났다. 김 교수의 채널인 ‘김동길 TV’는 개국 1달 여 만에 구독자 7만여 명이 몰렸다. 최대 조회수도 54만회를 기록했다.

■ 1928년생 최고령 ‘교수 유튜버’…‘홍보맨’ 사명감으로 소속대학 ‘알림이’ 역할도 = 1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19대 문재인 정권 탄생까지 지켜본 1928년생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도 최근 유튜버로 거듭났다. 1980년대 연세대 부총장까지 지낸 김동길 명예교수는 지난달 유튜브로 개인방송을 시작했다.

김 명예교수는 “인생에 황혼을 맞아 인생의 마지막 파티에 옳은 말을 하고 싶다”며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에 위로가 되고 용기를 주는, 희망을 심어주는 방송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채널인 ‘김동길 TV’는 개국 1달여 만에 구독자 7만여 명이 몰렸다. 최대 조회수도 54만 회를 기록했다.

유튜브는 가장 대중적인 미디어 플랫폼인 데다 최근에는 포털을 대신해 검색엔진 역할까지 하고 있다. 10대의 경우 검색 수단으로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대신 유튜브를 활용하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50대도 유튜브를 단순한 동영상 플랫폼을 넘어 검색 매체로 인식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대학이나 교수 자체 브랜드 구축을 위한 수단으로 유튜브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대대적으로 유튜브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대학 홍보실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자신의 전공분야 강의는 물론 대학 홍보 수단으로도 유튜브를 활용한다.

■ 유튜브 등장은 ‘위기의 대학’에 기회…‘지식 기부’에 교수가 나서야” = 하지만 유튜브 성장세에 비해 고등교육 콘텐츠는 폭발적인 편인 아니라는 게 ‘교수 유튜버’들의 진단이다. 게임이나 연예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확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교육콘텐츠의 공급자와 수요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신종우 교수는 “유튜브 성장에 비하면 고등교육 콘텐츠는 아직 거의 없는 수준으로 오히려 아직은 교수가 유튜브 자료를 수업자료로 이용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유튜버’ 교수들은 대학교수가 유튜브를 통해 ‘지식 기부’에 나서자고 제안한다. 김영식 교수는 “지식공유의 시대에 대중을 위해 교육자의 사명을 펼쳐야 한다”며 “교수자가 자신의 고급지식을 콘텐츠로 제작해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종 교수도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신문이나 TV보다 유튜브가 대세로 이어질 것”이라며 “교수들은 대학 강의실에서의 강의에 그칠 게 아니라 지식공유 차원에서도 자신의 전공 지식을 공유, 전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자의 가치 형성에도 유튜브는 선순환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튜브에 8000여개의 강의 영상을 올린 신 교수는 전국 대학 및 단체 300여 개에서 특강을 진행했다. 신 교수는 “유튜브는 교수 자신이 강의하고 유튜브에 공유함으로써 스스로 모니터링 하는 효과도 있다”며 “유튜브 이용자가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교수자의 우수 콘텐츠가 개시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톡톡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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