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대교협 소속 200개 일반대학 총장 조사 분석
올해 취임 10명 중 7명이 이·공계…정부 관료 출신 총장 19명
4명 중 1명은 ‘서울대’ 출신…총장 ‘반’은 해외 대학 유학 경험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이공계 출신 64세 SKY대학을 거친 해외대학 유학파 남자 총장. 2019년 4년제 대학 총장의 평균이다. 한국대학신문이 2019년 3월 현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소속 200개 일반대 총장을 전수조사한 결과 2019년 현재 이공계 출신 총장은 46명으로 가장 많다. 이 중 총장 공석인 대학은 12곳이다. 나이(29명)나 출신대학(9명) 등의 정보를 밝히지 않은 대학은 해당 집계에서 제외했다.

총장 절반인 98명이 학사·석사·박사 중 최소 한 과정을 해외에서 거치는 등 유학을 경험했다. SKY출신(학·석·박사) 총장은 87명이다.

여성 총장은 17명에 그쳤다. 전통적으로 여성 총장을 두고 있는 여자대학 7곳을 제외하면 남녀공학 대학에서 여성이 총장직을 맡고 있는 곳은 단 10곳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 유리천장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최연소 총장은 49세, 최고령 총장은 88세다. 최장기간 총장은 26년째 총장을 재임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료 출신 총장은 19명으로 전체의 약 10%를 차지했다. 국회의원 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았다.

(데이터 수집 및 그래픽 = 오지희 기자)
(데이터 = 오지희)

■ 총장 4명 중 1명은 이·공계 출신…4차 산업혁명·산학협력 확대 등 영향 = 이공계 출신 총장은 46명. 올해 새로 취임한 10개 대학에서는 연임하거나 설립자 가족이 총장으로 온 대학을 제외한 8개 대학 중 7개 대학 총장이 이공계 출신이다. 이 중 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한양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은 모두 이공계 출신 교수를 신임 총장으로 맞았다.

이는 최근 대학에서 산학협력 확대와 연구과제 유치가 중요해지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회를 비롯해 과학기술 등 학문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바뀌는 상황에서 이를 대처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지난 1일 고려대 총장으로 취임한 정진택 기계공학과 교수는 고려대 개교 이래 첫 공과대 출신 총장으로 이목을 끌었다. 고려대 한 관계자는 “그간 인문사회 계열에서 특히 강세를 보였던 고려대가 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공학·융합에 힘을 싣겠다는 움직임”이라며 “당초 기초학문을 비롯해 인문사회를 바탕으로 발전해온 국내 대학들이 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변화를 꾀하는 것이 ‘총장상’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취임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물리학자 출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서울대 역사상 첫 물리학자 출신 총장이 취임한 만큼 이공계가 국력이라는 인식이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오 총장은 “질적으로 탁월한 연구를 주도하겠다”며 “임기 내 10개 연구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2월 25일 취임한 김우승 한양대 총장도 기계공학과 출신이다. 김 총장은 “실용학풍 기반의 산학협력을 고도화·다변화하겠다”며 “인문·사회·예체능 계열도 포함되도록 산학연계 개념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개발기술을 기업에 전수하는 등의 산학협력과 산학 공동연구 확대가 대학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를 추진하는 데 강점을 지닌 이공계 출신교수가 대학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 대학 총장은 “산학협력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교수가 총장이 돼서도 감각적으로 팀을 꾸리고 운영하는 데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이공계 출신 교수를 총장으로 들인 건국대가 그 예다. 건국대는 민상기 총장 취임 이후 산업수요맞춤형사업(PRIME사업)·사회맞춤형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사업)·소프트웨어중심사업 등 굵직한 국책과제를 대거 수주한 바 있다.

■ 여성 총장 17명 ‘유리천장’ 여전…미래 여성 수장 증가는 “희망적” = 공공부문에서 여성 비율을 높이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과제로 꼽힐 만큼 중요한 문제로 자리 잡았지만 대학 사회에서 ‘유리천장’은 여전하다. 200개 대학 중 여성 교수가 총장을 맡고 있는 곳은 17곳으로 전통적으로 여성 총장을 두고 있는 7개 여대를 제외하면 10곳에 불과하다. 남성이 주를 이루는 교수사회의 상대적 보수성이 확인된 부분으로 해석된다.

3개 대학에서 총장을 역임한 한 교육계 인사는 “총장직의 경우 처장, 부총장 등 보직을 맡은 뒤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여성 교수는 비교적 책임성이 강한 처장직을 고사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며 “어느 남성 교수보다 역량 있는 여성이 있더라도 결정권을 가진 다수 남성 교수들의 견제로 여성 교수가 불이익을 받았던 경우도 있던 게 사실”이라고 터놨다.

상대적으로 여성 교수의 비율이 낮다는 점도 요인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8년 4년제 대학 캠퍼스 별도 산정 225개교 기준(기술대학·각종학교 등 제외) 전임교수는 총 15만2327명이다. 이 중 여성교수는 5만596명으로 33.2%. 최근 여성 교수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총장의 평균연령이 64세인 점을 감안하면 총장직에 오를 만한 연령대 여 성교수 비율은 더 낮아진다.

그럼에도 앞으로 대학사회에서 여성 교수들의 활약은 기대할 만하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국회의원이던 지난해 국공립대 여성 비율을 25%이상으로 의무화하는 교육공무원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 교육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와 있다.

오 총장은 최근 인사에서 기획부총장과 기획처장에 여성 교수를 임명하는 등 여성의 주요보직 배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대 이사회 이사장도 처음으로 여성이 맡았다. 여성 교수가 전무했던 공대 전기정보공학부도 73년 만에 처음 여성 교수를 채용했다.

■ SKY출신 87명, 반 이상이 ‘유학파’…관료 출신 19명 = 학력기준으로 보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총장은 87명이다. 다른 대학에서 학사를 마친 뒤 SKY대학에서 석사 혹은 박사 과정을 거친 경우를 포함한 수치다.

(데이터 = 오지희 )
(데이터 = 오지희 )

학부기준으로 총장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은 서울대다. 현재 대학 총장 중 46명이 서울대에서 학사를 마쳤다. △연세대 12명 △고려대 7명 순이다.

해외대학에서 유학한 총장은 98명이다. 65세의 한 총장은 “본인을 비롯한 현재 총장들이 대학 생활을 한 40여 년 전 국내 대학은 해외 유수대학에 비하면 교육환경에 있어서 다소 부족한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외국 대학으로 나가 수학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30년 뒤의 상황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총장은 “현재 국내 대학 수준이 많이 올라 있고 해외 유수대학과 견주어 일부 학문적으로도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30여 년 뒤 대학 총장은 국내 대학 출신 비율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른바 ‘경력직’ 총장은 총 12명이다. 대학에서 총장을 역임한 뒤 다른 대학에서 러브콜을 받은 경우다.

정부 고위 관료 출신 총장은 19명으로 약 10%를 차지한다. 이 중 대학을 관리 감독하는 교육부 출신은 4명, 국회의원 출신은 5명이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 내부적으로 구성원들이 풀 수 없는 과제가 있는 경우 외부 인사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산업계나 정부 관료 출신을 두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외부 인사는 자칫하면 학교 내부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해 구성원 간 갈등을 유발하는 문제가 불거지는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 최연소 총장 49세, 최고령 총장 88세…최장 26년 집권 = 총장들의 평균 나이는 64세다. 이는 단순히 총장들의 나이를 더해 대학 수를 나눈 수치로 최다(多) 나이를 세어보면 63세 닭띠 총장이 21명으로 가장 많다.

연령대로 보면 △60대 111명 △50대 24명 △70대 17명 △80대 6명 △40대 1명 순이다.

최연소 총장은 전성용 경동대 총장으로 전 총장은 현재 49세다. 최고령 연령대인 80대에는 △이길여 가천대 총장(88세) △최영철 서경대 총장(85세) △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84세) △송희연 금강대 총장(81세) △신일희 계명대 총장(81세) △강우정 한국성서대 총장(80세) 등이다.

최연소 총장을 비롯한 최고령대 총장들 대부분은 대학설립자이거나 설립자의 가족인 것이 특징이다. 최연소 총장인 전성용 총장은 대학 설립자인 전재욱 초대총장의 장남이다. 지난 2016년 47세의 나이로 총장에 취임한 강정묵 창신대 총장(50세)도 이 대학 설립자인 강병도 초대총장의 아들이다.

한 대학에서 최장기간 총장을 맡은 총장은 최성해 동양대 총장으로 최 총장은 1994년부터 26년째 동양대를 이끌어오고 있다. 76세인 정규남 광신대 총장은 설립자 정규오씨의 아들로 23년 전인 1997년 총장에 취임했다.

4년 임기인 대학 총장직을 두고 장기 재임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대학교육연구소 한 연구원은 “총장의 장기 재임은 오랫동안 대학의 소유권과 운영권이 분리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며 “일부 대학은 횡령, 인사비리 등 부정비리가 발생하기도 하고 결국 피해는 학내 구성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우려했다.

긍정적 평도 나온다. 건국대 한 관계자는 “대학이 혁신적인 사업을 안정적이고 성공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거시적 안목과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이뤄져야하는 부분이 있는데 4년 단기로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관계자도 “우리나라는 총장이 오랜 기간 재임하는 경우가 대부분 설립자 집안인 경우에 한정돼 있지만 유수 해외대학의 사례를 보면 한 총장이 오랜 기간 대학을 이끌며 발전시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혁신대학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애리조나 주립 대학의 마이클 크로총장은 2002년 7월 제16대 총장에 취임한 후 현재까지 18년째 재임하고 있다. 1637년 개교한 하버드대의 평균 총장 재임 기간은 13년이다.

교육계 한 인사는 “총장은 대학 내의 최고의사결정권자이자 외부적으로 대학을 대표하는 얼굴”이라며 “위기를 맞은 국내대학이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총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대학구성원들과 교감을 이루며 대학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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